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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세포만 콕 찍어 공격 … 만성골수성백혈병 완치 길 열린다

중앙일보 2012.07.13 04:04 7면
타시그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됐다. ‘완치는 어렵지만 잘 관리하면 된다’에서 ‘완치도 가능하다’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표적항암제 타시그나

2세대 표적항암제 타시그나를 통해서다. 이 약은 최초의 표적항암제 글리벡을 만든 노바티스에서 개발했다. 건강한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더 빠르고 정교하게 암세포만 공격한다. 일부 글리벡에 내성이 발생해 치료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에게도 효과적이다. 글리벡보다 치료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의 두 번째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부작용 줄이고 치료효과는 높여=암환자의 투병은 흔히 전쟁에 비유된다. 승패는 환자의 몸속에 암 세포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여부로 갈린다. 기본적인 암치료는 암이 발병한 부위를 확인하고, 그 주위를 잘라낸다.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암세포가 눈에 보이지 않는 혈액 속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환자는 암 유전자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표적항암제가 효과적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 같은 혈액암이 대표적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피를 만드는 조혈모 세포가 병든 백혈구를 만들어내는 병이다. 대한혈액학회에 따르면 국내에는 약 18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매년 300명씩 새로운 환자가 나타나는 셈이다. 전체 백혈병 환자의 15%를 차지한다.



백혈병은 진행 양상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또 손상을 입은 면역세포의 종류에 따라 림프구성과 골수성으로 구분한다.



급성백혈병과 만성백혈병은 원인이나 특징이 다르다. 급성은 초기부터 얼굴이 창백하고, 잇몸이 붓는다. 고열·피로감·빈혈 같은 다양한 증상이 처음부터 나타난다. 암 진단 즉시 무균실에서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반면 만성백혈병은 초기에는 별 증상이 없다가 병이 진행되면서 급성과 비슷한 증세를 보인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만성골수성백혈병은 난치병으로 분류됐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아도 평균 3~5년 정도가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한계다. 극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골수를 이식받는다 해도 10년 생존율이 60%를 넘지 못했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원인이 되는 암 유전자 수치를 낮춰 병의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병이 만성기에서 가속기와 급성기로 진행되면 환자의 상태는 급격하게 나빠지고 치료도 어려워진다. 2012 유럽혈액학회(EHA)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성백혈병에서 병이 악화하면 1년 이내 사망한다고 보고했다.



◆표적항암제 세대교체 진행중=요즘엔 질병 초기부터 빠르게 암 유전자를 제거하면 백혈병도 완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타시그나는 암세포 성장·분화를 촉진하는 암유전자(Bcr-Abl)와 결합해 성장신호를 차단하는 식이다. 또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에게도 적용 가능하다. 타시그나는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Bcr-Abl 암 유전자 변이체 33개 중 32개에 반응을 보인다.



타시그나의 장점은 약효다. 암유전자를 더 효과적으로 공격하도록 분자학적으로 디자인돼 글리벡보다 빠르게 암유전자에 침투해 암 세포를 제거한다. 부작용이 관찰된 사례도 타시그나가 더 적었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 “글리벡이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고혈압·당뇨병 같은 성인병처럼 평생 약을 먹으면서 관리하는 만성질환으로 바꿨다면 타시그나는 초기 강력한 암세포 제거로 약을 끊는 것을 포함한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임상시험 결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을 글리벡 투여군과 타시그나 투여군으로 나눠 12개월간 치료했다. 타시그나를 처음부터 사용했을 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이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35개국 217개 의료기관에서 846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그 결과 타시그나 복용군의 99%가 가속기나 급성기로 병이 진행되지 않았다.



또 암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는 상태인 완전분자학적반응(CMR)에 도달하는 비율도 타시그나 복용군 32%로 글리벡 복용군(15%)와 비교해 2배 이상 많았다. 암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상 완치됐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타시그나는 기존 치료제인 글리벡보다 암 유전자에 더 정확하게 작용해 빠른 반응률을 보이면서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진행을 낮춰준다”며 “만성골수성백혈병 완치를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됐다. 타시그나는 글리벡에 이어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의 새로운 표준요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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