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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시네마 천국? 난 ‘시네바캉스’

중앙일보 2012.07.13 03:22 Week& 1면 지면보기
1990년 서울 종로의 단성사는 ‘장군의 아들’을 보러 온 관객으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영화 한 편당 개봉관이 한두 군데가 고작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해 68만 관객을 끌어모은 ‘장군의 아들’은 역대 관객 동원 1위에 올랐습니다. 퀴퀴한 곰팡내와 비 내리는 스크린이 예사이던 때 이야기입니다.


피서지로 각광 받는 ‘복합 상영관’

1998년 우리나라에도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가 상륙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는 CGV 강변이었습니다. 한 건물 안에 열 개 이상의 상영관을 두고, 주차장·식당·카페·쇼핑몰 등 부대시설을 갖춘 초대형 극장이었지요. CGV 강변의 출현 이후 멀티플렉스는 전국으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이듬해 2월 개봉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쉬리’가 전국 관객 620만 명을 동원한 건, 사실 얼마만큼은 멀티플렉스 덕분이었습니다.



롯데시네마 김포공항 4D관에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관람 중인 관객들. 롯데시네마 최묵(43) 기술지원팀장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개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4D 효과를 한층 시원시원하게 연출했다”고 귀띔했다.


이제 우리는 극장에 가기 전에 두 가지 고민을 합니다. ‘뭘 볼까’와 ‘어디서 볼까’. 3D나 4D관에서는 특수효과를 체험할 수 있고, 아이맥스(IMAX)관에서는 웅장한 영상을 즐길 수 있고, 프리미엄관에서는 호화롭고 편안한 관람 환경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니까요.



한여름 극장은 훌륭한 피서지가 됩니다. 요즘은 테마파크나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대신 멀티플렉스를 찾는 문화 바캉스족도 많다고 하지요. 통계도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을 찾은 관객은 모두 1억5979만2026명입니다. 이 중에서 7~8월 두 달 관객이 전체의 약 24%인 3800여만 명입니다.



3800만 명! 대단한 숫자입니다. 극장 가는 일이 익숙한 일상이 돼버려서 그런지, 우리는 극장이 가장 인기 있는 피서지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겁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상영 중인 롯데시네마 4D에서 만난 대학생 홍지선(21)씨도 “롤러코스터보다 더 스릴 있었다”고 말하더군요.



CGV 압구정의 씨네드쉐프에서는 프리미엄관에서 영화도 보고, 상영관과 연결된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식사도 즐길 수 있다.
요즘 극장은 단순히 영화 보는 곳 이상의 공간입니다. 두 달 전부터 속속 등장한 24시간 극장은 열대야를 버티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입니다. 금요일 밤마다 클럽으로 변신하는 극장도 생겼고, 해외 유명 오페라 공연을 틀어주는 극장도 있습니다. 런던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 경기도 대형 상영관의 풀HD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랍니다.



매점 간식은 또 얼마나 다양해졌는데요. 당장 팝콘만 해도 종류가 네댓 가지가 넘습니다. 오리지널 팝콘만 알고 계신지 모르겠는데, 양파 맛 팝콘도 있고 치즈 맛 팝콘도 있답니다. 팝콘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아예 고급 레스토랑을 들여놓은 극장도 있더라고요.



극장에 영화 보러 간다는 말은, 다 옛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이제 극장에 놀러 갑니다. 여름이면 더위를 피해 문화 바캉스를 떠납니다. week&이 도심 피서지로 멀티플렉스를 꼽은 이유랍니다.



글=나원정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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