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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두 손 든 ‘동결 중수’ 결국 금리 인하

중앙일보 2012.07.13 01:56 종합 3면 지면보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1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시켜 ‘동결 중수’라는 별명까지 얻은 김중수 한은 총재가 ‘금리를 내리라’는 시장의 압박에 결국 봉인을 푼 모양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기준금리를 연 3.0%로 종전보다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지난 2009년 2월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당시 한은은 2.25%인 금리를 2.0%로 0.25%포인트 인하했고, 이후 지난해 6월까지는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렸다.

[뉴스분석] 기준금리 0.25%P 내려 3%로



 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 “만장일치는 아니었다”고 했다. 당장의 경기 악화를 막기 위해선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물가불안과 자산거품을 우려해 반대하는 쪽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총재는 “세계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한국 경제도 생산활동이 잠재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경기부양을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인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낸 것은 그만큼 경기 침체의 골이 깊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최근 국내 경기는 국민총소득(GNI)이 1분기 0.2% 성장하는 데 그치고, 6월 민간부문의 신규 고용이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하강 추세가 완연하다. 또 경기 동행·선행지수가 동반 하락하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기업의 투자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반면 소비자 물가는 4개월 연속 2%대로 안정세를 찾았다. 금리 인하에 따른 물가상승 압박을 견뎌낼 여유가 다소 생긴 셈이다.



 유럽중앙은행(ECB)·중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잇따라 금리를 내리는 것도 금리 인하의 명분이 됐다. 김 총재는 “금리라는 것이 다른 나라의 변화에 상관없이 우리대로 가겠다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김우진 연구위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 문제도 인하 배경”이라며 “시중 금리가 내려가면 빚을 갚아야 하는 가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실기(失機)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물가 압력 때문에 금리를 인상해야 할 때도 1년 넘게 금리를 동결했다. 진작 기준금리를 올렸더라면 지금 통화정책의 여지가 충분했다는 것이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금리를 올려야 할 때도 낮은 금리를 유지하다 보니 물가가 뛰고 가계 빚이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이 쌓였다” 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그간 중앙은행의 책무인 ‘물가안정’보다는 ‘거시경제 균형’을 중시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한은의 중기 목표인 4%를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벌였음에도 계속 금리를 동결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한은 총재로 지명된 직후 “물가와 성장 가운데 최종 선택은 대통령이 하는 것으로, (한국은행이)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은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을 내세워 금리 인상을 하지 않다가 결국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며 “글로벌 금리인하 러시가 이어지니 결국 경기 침체를 우려한 시장의 압박에 두 손을 든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하로 자금·부동산 시장에는 단기적으로나마 순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려대 경제학과 오정근 교수는 “현재 투자와 소비가 부진한 것은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이라며 “기준금리를 내렸다고 해서 경기가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간 한국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했던 가계부채 관리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변동금리 대출이 가계대출의 9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만큼 금리를 낮추면 이자상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김태현 금융정책과장은 “가계 부채 증가세는 꺾였다”며 “부채의 양보다 질, 즉 이자 부담이 더 큰 문제로 떠오른 상황인 만큼 기준 금리 인하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 말말말



“한은은 물가 관리청이 아니다 ”



2011년 10월 21일 한국은행 출입기자 워크숍에서.



“금리 동결도 중요한 결정”



올 1월 13일 기준금리 동결 뒤 기자회견에서.



“ 금리를 인상할 땐 의사결정이 더딘 것이 과거의 경험이고



인하는 빨리 결정되는 것이 모든 나라의 패턴”



7월 12일 기준금리를 내린 뒤 열린 기자 간담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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