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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가짜 편지 배후 없다 양승덕 지시로 신명이 대필”

중앙일보 2012.07.13 01:51 종합 6면 지면보기
2007년 대선 당시 ‘김경준(46·복역 중) BBK 대표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됐던 ‘BBK 가짜 편지’는 경희대 교직원 양승덕(59)씨가 기획해 치과의사 신명(51)씨가 작성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중앙일보 6월 6일자 18면>


검찰, 6명 모두 무혐의·각하 처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는 12일 이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 “BBK 가짜 편지는 김씨의 LA 구치소 수감 동료였던 신경화(54·복역 중)씨의 동생 신명씨가 양승덕 전 경희대 관광대학원 행정실장(현 행정부처장)의 지시를 받아 대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가짜 편지 작성은 양씨가 기획한 것으로 정치적 배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사안은 BBK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가 지난해와 올해 초 “가짜 편지로 인해 명예가 훼손됐다” “사문서를 위조했다”는 등의 이유로 가짜 편지 작성자인 신명씨 형제와 양씨, 가짜 편지를 폭로한 홍준표(58) 전 한나라당 대표, 은진수(51·복역 중) 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병진(66·전 MB캠프 상임특보) 두원공대 총장 등 6명을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이날 6명에 대해 전원 무혐의 처분하거나 각하했다. 이날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2007년 11월 신경화씨 명의로 미국에 있던 김씨에게 보내진 문제의 가짜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간에 한국으로 송환된 후 정치적 행동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큰집’은 참여정부의 청와대 측으로 해석됐고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이던 홍 전 대표가 이를 입수해 대선 6일 전인 12월 13일 기획입국설을 제기했다.



 검찰 조사 결과, 신명씨가 형 신경화씨 등으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을 평소 양아버지처럼 따르던 양씨에게 얘기한 것이 가짜 편지 작성의 발단이었다. 양씨는 이를 민주당 측의 김씨 기획입국 의도로 파악했다. 이어 ‘김씨가 (당시 여권과) 모종의 약속을 한 후 입국한 것’임을 암시하는 편지 초안을 만들어 신명씨에게 건넸고 신명씨가 대필한 것을 한나라당 측에 전달했다는 것이 검찰 결론이다.



 검찰은 양씨→김병진 총장→이명박(MB)캠프의 은진수 전 감사위원→홍 전 대표로 이어지는 전달 경로를 확인했으나 은 전 위원이나 홍 전 대표가 편지 작성에 관여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신경화씨의 명의를 도용한 편지 초안의 작성자를 두고 양씨와 신명씨가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미뤘으나 검찰은 신명씨의 손을 들어줬다. 신명씨가 검찰에 제출한 편지의 초안에 양씨 필적으로 김경준씨의 변호인 이름, 신경화씨의 수용번호와 서명 등이 가필돼 있었음에도 양씨가 가필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자 신씨의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수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양씨는 “나는 편지를 쓰라고 지시한 적도, 초안을 써준 적도 없다”며, 신명씨는 “가짜 편지 작성의 배후가 분명히 있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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