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러·중, 재정난 그리스에 군침

중앙일보 2012.07.13 01:35 종합 14면 지면보기
러시아와 중국이 재정위기를 맞고 있는 그리스·키프로스 등 지중해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두 나라는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긴축재정에 나선 그리스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국유기업의 민영화를 통해 2015년까지 190억 유로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매각 대상의 35%는 인프라 관련 사업이다. 같은 유로존 국가이자 이웃나라 키프로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러시아에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이 넘는 차관을 요청했다. 이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유럽 세력권에 있던 지중해 국가들이 경제위기와 재선거 등을 겪으면서 러시아·중국과 가까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 공세로 영향력 확대

 러시아 외교부의 한 산하단체는 최근 ‘그리스를 돕자!’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스산 올리브와 와인 수입, 그리스 여행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정부가 나서서 홍보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리스의 석유·가스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은 4월 그리스 국영 가스공급회사인 DEPA 매입을 제안했다. 그리스 정부는 연내에 DEPA를 민영화한다는 방침으로, 매각 총액은 15억 달러(약 1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러시아의 석유기업인 가스프롬 네프티도 정유소 등을 운영하는 그리스 에너지 기업 ELPE 매입을 검토 중이다. 러시아는 또 차관을 요청한 키프로스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가스프롬이 유럽 지역에서 계획 중인 사우스스트림(South Stream)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사업을 9월 시작할 예정”이라고 모스크바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가스프롬이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에니와 함께 추진 중인 사우스스트림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흑해 터키 연안을 거쳐 한 갈래는 불가리아·그리스·이탈리아 남부로, 다른 갈래는 세르비아와 헝가리·오스트리아·슬로베니아·이탈리아 북부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최대 3200㎞에 이른다. 불가리아를 거쳐 그리스 내륙을 관통하는 코스다.



 중국은 그리스를 유럽과 북아프리카를 잇는 허브항으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항만정비를 추진 중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국유해운기업인 ‘코스코(중국원양운수)’는 2009년 그리스 국영회사로부터 35년간 레피우스항 제2 컨테이너 부두 경영권을 따냈다. 이후 컨테이너 취급물량은 세 배 이상 늘었다. 코스코는 2015년까지 1억5000만 유로가 투입되는 최신 설비의 항만 정비를 진행 중이다. 그리스 현지 언론들은 최근 “중국이 공항과 고속도로·철도 등의 인프라망 구축 사업권 확보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자산 총액이 41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정부투자회사인 CIC도 그리스 투자를 검토 중이다. CIC의 러우지웨이(樓繼偉) 회장은 5월 베이징을 방문한 그리스 정부 관계자와 만나 “그리스의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적극 투자하겠다”며 공항·고속도로 사업에 관심을 나타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