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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왔습니다, 76명의 하모니

중앙일보 2012.07.13 01:27 종합 21면 지면보기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가운데)와 지휘자 금난새씨(왼쪽)가 ‘희망풍차 오케스트라’에 참여할 탈북 아동(11)에게 바이올린을 주고 있다. [오종택 기자]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서울 송파구)에 다니는 김미연(20·가명·여)씨는 지난해 4월 혼자서 한국에 왔다. 북한에서는 부친이 사망한 뒤 가세가 기울어 오빠와도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다. 그가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건너간 것은 10여 년 전이었다. 조선족 행세를 하며 공장에 숨어 지냈다. 그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들고 외로웠는데 음악만이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악기를 배워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은 소망도 간절했다. 북한에 살 때는 출신 성분이 좋지 않아 악기를 배울 기회조차 없었다고 했다.


탈북청소년만으로 구성된
국내 첫 ‘희망풍차 오케스트라’
적십자사 지원, 단장에 금난새
“음악이 그들을 꿈꾸게 할 것”

 한국에 정착한 지 1년여 만에 그의 꿈이 이뤄지게 됐다. 당당히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것이다.



 대한적십자사(총재 유중근)는 12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탈북청소년만으로 구성된 ‘희망풍차 오케스트라’ 창단식을 했다. 만 11~21세 탈북 학생 76명이 단원이다. 유 총재는 “탈북 청소년들의 남한사회 적응을 돕고, 음악을 통한 심리치료뿐 아니라 예술적인 재능을 발굴해주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빈민층 아동들을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변화시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 ‘엘 시스테마(El Sistema)’ 프로그램이 좋은 참고가 됐다.



 오케스트라 창단은 지난 3월 유 총재가 송영길 인천시장과 유명 지휘자인 금난새(65)씨를 만나 탈북 청소년들의 문화예술활동프로그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오케스트라 단장은 금씨가 맡기로 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유라시안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인천시립교향악단 단원들, 한국대학생연합오케스트라(KUCO) 학생들이 음악 멘토로 합류했다. 또 철강업체인 세아제강에서 바이올린·첼로·콘트라베이스·트럼펫 등 악기 구입 비용 1억원을 지원했다.



 단원들은 탈북 청소년들이 많이 다니는 하늘꿈학교, 한겨레중고등학교(경기)와 장도초등학교(인천)에 요청해 희망자 중에서 선발했다. 2009년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온 이지훈(12·가명)군은 “같은 반 친구가 바이올린 학원에 다니는 게 많이 부러웠다”며 “바이올린은 소리가 밝아서 즐겁게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 단장은 “음악은 가슴을 터치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새로운 세계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응어리를 어루만져주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적십자사는 이날 오케스트라 창단식과 함께 북한이탈주민·아동·노인·다문화가정 등 국내 4대 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하는 국민참여 캠페인 ‘희망풍차’ 출범식을 열었다. 기초생활·의료·주거·교육 등 수요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집중 지원하는 내용이다. 봉사자 2명이 취약계층 한 가정을 전담해 매주 1~2회씩 방문해서 돕는 희망컨설턴트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유 총재는 “‘우리 모두가 다 유명해질 수 없지만 우리 각자는 다 위대해질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봉사와 헌신의 삶을 실천한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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