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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소홀로 보전지역 유보된 DMZ

중앙일보 2012.07.13 01:14 종합 22면 지면보기
비무장지대(DMZ) 남측지역 일대를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등재하려던 정부 계획이 무산됐다. 유네스코 측이 기준 미달 등을 이유로 지정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에서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안이 거부된 것은 처음으로 정부가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계획을 밀어붙인 탓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철원 사유지 많아 주민들 반대
문제 지적됐지만 정부 서둘러
유네스코서 지정 거부는 처음

 12일 환경부에 따르면 이날 새벽(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MAB) 프로그램’ 국제조정이사회에서 DMZ 일대의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안이 유보됐다.



 이사회는 이날 회의에서 DMZ 생물권 보전지역 계획안이 핵심·완충·전이지역 등 3단계로 이뤄지는 ‘세계 생물권 보전지역 네트워크 규약’의 용도구역 설정 기준(제4조)에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핵심지역은 생태계를 엄격히 보호해야 하는 지역이고 핵심지역을 둘러싸는 완충지역은 핵심지역 보호를 위해 생태탐방 등 최소한의 이용만 허용하는 곳이다. 전이지역은 완충지역 바깥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모두 2979㎢를 DMZ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유네스코에 신청했다. 이 중 DMZ 내부의 남측 지역 전체(435㎢)와 DMZ 인근의 습지·산림유전자원·백두대간 보호구역 등 법정보호지역(426㎢)을 중심으로 한 861㎢는 핵심지역에 해당한다. 또 민간인통제선 이북 지역(민북지역) 위주의 693㎢는 완충지역, 접경지역 중 민통선 인접 생활권 1425㎢를 전이지역으로 구분했다.



 하지만 강원도 철원 지역은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로 민통선 이북 지역을 제외한 DMZ만 포함됐다. 결국 DMZ를 보호할 완충·전이지역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이다. 철원 지역은 부농이 많은 평야지역인 데다 사유지(약 90%)도 많아 보전지역 지정에 따른 추가 규제를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생물권 보전지역 등재를 밀어붙였다가 좌초된 것이다.



당시 이사회에서는 영국이 철원 지역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보전지역 지정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자연정책과의 황상연 사무관은 “지난 4월 유네스코 보전지역 국제자문위원회에서 철원 지역은 국내법으로 보호가 가능하다는 우리 측 설명을 받아들여 지정을 권고했기 때문에 당연히 지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녹색연합은 “정부가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등재를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부는 철원 지역을 빼고 DMZ 동부권과 서부권 두 부분으로 나눠 각각 지정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 생물권 보전지역(Biosphere Reserve)=생물 다양성이 높은 지역과 그 주변지역의 생태계 보호와 지역 발전을 조화시키기 위해 유네스코가 해당 국가의 신청을 받아 지정하는 곳. 람사르습지와 세계자연유산 등과 더불어 국제기구가 공인하는 세계 3대 자연보호지역이다.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유네스코로부터 조사와 관리에 필요한 지원도 받는다. 2011년 말 현재 114개국에 580곳이 있다. 국내는 설악산·제주도·신안다도해·광릉숲이, 북한은 백두산·구월산·묘향산이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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