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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치 노는 논바닥엔 잡초 없다네요

중앙일보 2012.07.13 01:06 종합 24면 지면보기
12일 부산 강서구 죽동동 이상찬씨 논에 풀어논 가물치가 모 사이를 지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2일 오전 부산시 강서구 죽동동 이상찬(55)씨의 논. 어린 가물치들이 꼬리를 흔들며 모 사이를 헤엄치고 다닌다. 3000여 마리 가물치들이 논 구석구석을 헤엄치고 다니자 면적 2975㎡(900평)인 논 전체가 어느새 흙탕물로 변해 버렸다.


부산농기센터 새 영농법 개발
제초제 안 뿌려 쌀값 더 받고
다 자란 가물치 내다팔면 또 돈
내년 일반 농가에 보급하기로

 부산시 농업기술센터가 12일 공개한 ‘가물치 농법’의 원리다.



 단순해 보이는 가물치 농법의 핵심은 흙탕물이다. 가물치들이 일으키는 흙탕물이 햇빛 투과를 막아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한다. 또 가물치들이 꼬리로 헤엄치느라 논 바닥의 흙을 뒤집어 산소공급이 잘 되도록 한다. 논 흙이 산소를 많이 품으면 벼가 튼튼해 병해충 발생을 줄인다.



 가물치들은 벼가 50㎝ 높이까지 자라는 한달여 동안 논에서 산다. 그 다음에는 논 옆 웅덩이로 옮겨 키운다. 논물을 빼는 기간 가물치의 성장과 겨울철을 보내기 위해서는 웅덩이에서 키워야 한다. 벼는 키가 50㎝까지 자라 잎이 무성해 지면 아래쪽 잡초는 햇볕을 받지 못해 자라지 못한다. 왕우렁이를 같이 넣으면 완벽한 제초효과를 볼 수 있다.



 가물치를 2년쯤 키우면 팔뚝 굵기 만큼 자란다. 이만큼 자란 가물치는 1마리당 1만원에 팔 수 있다. 이씨는 논 옆 웅덩이에서 키운 가물치 3000여 마리를 2년 뒤에 팔면 3000여 만원의 농외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어린 가물치 3000여 마리 구입 가격이 500만원이었으니 6배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제초제를 치지 않아도 돼 농약 값 20여 만원도 아낄 수 있다.



 가물치 농법으로 재배한 쌀은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을 수 있어 일반 쌀보다 20∼30%쯤 더 받을 수 있다. 이씨의 경우 2975㎡ 논에서 쌀 1600㎏ 정도를 생산한다. 친환경 농산물이어서 80㎏ 1가마에 일반쌀 값(18만원)보다 20%쯤 비싼 21만6000원을 받을 수 있다. 쌀값(432만원)에 가물치 판매수입(3000만원)을 합치면 3432만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물론 쌀농사 작황과 가물치 폐사량에 따라 소득은 줄어들 수 있다.



 가물치 농법은 부산시 농업기술센터 고흥식(55) 지도정책담당이 2년의 연구 끝에 개발했다. 그는 논의 잡초제거를 위해 고민하다 2010년 봄에 잉어를 넣어봤으나 실패했다. 물닭 같은 잉어의 천적이 잉어를 잡어 먹어 버렸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붕어를 넣었으나 붕어의 크기가 작아 효과를 보지 못한 뒤 가물치를 넣으면서 성공했다고 한다.



 부산시 농업기술센터는 내년에는 가물치 농법을 다른 농가로 보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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