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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배트맨인가? 세상의 악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중앙일보 2012.07.13 00:54 종합 26면 지면보기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하이라이트인 배트맨(오른쪽)과 악당 베인의 결투 장면. 베인은 배트맨 시리즈에서 가장 파괴적인 악당이다. 엄청난 힘과 계략으로 배트맨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트맨’ 시리즈 완결판 ‘다크나이트 라이즈’ 미국 시사회

전세계적으로 물경 10억 달러(1조1500억원)의 수익을 올린 ‘다크나이트(2008)’, 아카데미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인셉션(2010)’. 현재 할리우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영국 출신의 크리스토퍼 놀란(42) 감독의 연출작이다.



 그가 미로보다 더한 퍼즐 맞추기 게임 같았던 ‘메멘토(2000)’를 들고 나왔을 때 영화계는 재능 넘치는 감독의 탄생을 축하했다. 하지만 그가 최근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에 오를 것을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실험성 강한 신예였던 놀란은 ‘인썸니아(2002)’ ‘프레스티지(2006)’ 등을 거치며 상업성 측면에서도 놀라운 수완을 보여줬다. 그 절정은 ‘다크나이트’였다.





7일(현지시간) 미국 할리우드 그루먼 차이니스 극장 앞에서 핸드 프린팅을 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로스앤젤레스 로이터=뉴시스]
그 놀란이 돌아왔다. 배트맨 시리즈의 연장선인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들고서다. 미국 언론들은 ‘올 여름 극장가를 휩쓸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국내 반응도 심상찮다. 다음 주(19일) 개봉인데 12일 현재 예매점유율에서 압도적 1위(53.4%)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맨의 흥행성에 놀란의 스타성이 겹쳐진 결과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고담시를 위협하는 ‘절대악’ 베인이 등장하자 배트맨이 자신을 버렸던 도시를 구원하기 위해 8년 만에 돌아와 베인과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배트맨 비긴즈(2005)’ ‘다크나이트’에 이은 배트맨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8일(현지시간) 시사회 직후 미국 베벌리힐스에서 놀란 감독과 7년간 배트맨 역을 맡은 배우 크리스천 베일을 만났다.



 -전작의 흥행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그보다는 ‘왜 다시 배트맨 이야기인가’ ‘어떤 이야기를 더 해야 하나’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이에 대한 명확한 아이디어가 생기자 흥행 부담은 부수적인 것이 됐다.”(놀란)



 -이번 작품의 영감을 찾는다면.



 “(프랑스 혁명기를 다룬)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다. 동생 조너선이 400페이지나 되는 초고를 던져주고는 이 책을 참고하라고 했다. 책을 읽은 뒤 대본을 보니 동생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다시 손을 본 대본은 『두 도시 이야기』 그 자체였다.”(놀란)



 -월가점령 시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배트맨 시리즈는 상징적이고 신화적인 영화다. 가상의 세계를 다룬 오락영화일 뿐 현실과 관련된 메시지는 없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며 지금 우리를 위협하는 악이 무엇인지,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놀란)



 “1939년 배트맨 시리즈를 만든 만화가 밥 케인은 2차 대전 중 사람들이 느꼈던 무력감을 달래주기 위해 배트맨을 창조했다. 놀란 감독의 배트맨에도 그런 면이 있다.”(베일)



 -마지막으로 배트맨 의상을 벗던 날 기분이 어땠나.



 “캣 우먼과 함께 옥상에 서 있는 장면이 마지막 촬영이었다. 마음이 복잡해 ‘배트맨 비긴즈’ 첫 촬영 때처럼 20분간 혼자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내 인생과 커리어를 바꿔놓은 캐릭터에 감사했다.”(베일)



 -베인 역을 맡은 톰 하디의 악당 연기도 화제다.



 “얼굴을 가리고 눈과 목소리로만 표현해야 하는 연기를 기대 이상으로 해냈다. 대본보다 훨씬 악랄하고 위대했다.”(놀란)



 -3D 대신 아이맥스(70㎜ 대형필름)를 고집하는 이유는.



 “내게 아이맥스는 스토리텔링의 도구다. 선명도가 관객을 완벽하게 영화에 몰입시킨다. 과장된 이미지가 거대한 스크린에 펼쳐지는 것을 좋아한다. 영화의 스케일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최선으로 찍어내는 데만 몰입한다. 저예산으로 ‘메멘토’를 찍던 때와 달라진 건 없다.”(놀란)



 놀란 감독은 9일 국내 팬들과 온라인 채팅 시간도 가졌다. “한국 영화를 볼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최근 ‘추격자(2008·나홍진 감독)’를 정말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인사말을 알파벳 표기로 적기도 했다.



배트맨의 악당들



▶조커(‘배트맨’ 1990, 잭 니컬슨)
=배트맨에 대적한 악당의 원조. 배트맨 때문에 얼굴이 기괴하게 변했다. 과학과 화학에 능해 독가스 등을 동원했다.



▶펭귄맨(‘배트맨2’ 1992, 대니 드비토)=흉측한 외모로 부모에게 버림받은 불행아. 폭력성과 순수성이 공존하는 캐릭터.



▶조커(‘다크나이트’ 2008, 히스 레저)=혼돈과 파괴 자체를 즐긴다. 절대악의 상징이다.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는 개봉 직전 약물중독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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