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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마스터셰프 코리아

중앙일보 2012.07.13 00:05 종합 32면 지면보기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저렴한 입맛 탓일까. 맛에 대한 과장이 불편하다. 초밥을 먹는 순간 입안에서 생선떼가 파도를 가르고(만화 ‘미스터 초밥왕’), 와인을 마시면 눈앞에 꽃밭이 펼쳐지는(만화 ‘신의 물방물’) 식 말이다. 최근 즐겨 보는 요리 전문채널 올리브TV의 ‘마스터셰프 코리아’(매주 금요일 9시55분)는 이런 과장이 없어 매력적이다. 맛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집중하는 담백한 구성으로 케이블 채널로는 꽤 높은 1.7%(6월 29일 방송분·AGB닐슨)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꾸준히 화제를 만들고 있다.



 1990년 영국에서 시작한 ‘마스터셰프’ 시리즈의 포맷을 빌려온 이 프로는 전문 요리사를 꿈꾸는 아마추어들이 경쟁하는 서바이벌이다. ‘고서(古書) 속 음식 재현하기’ ‘길거리 음식 고급스럽게 변신시키기’ 등 다양한 미션이 내려지고, 참가자들은 이름도 어려운 ‘갸또 레제르 메랭게’ 케이크에서 ‘커피 짜장’까지 기상천외한 음식들을 만들어낸다. 서바이벌 프로에 필수인 주인공들의 애달픈 사연, 경쟁자 간의 갈등은 초반에 잠깐 등장한 것을 제외하면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노희영 푸드 마케터, 강레오 셰프, 김소희 셰프(왼쪽부터). [사진 올리브TV]
 특히 요리라는 행위의 철학적·문화적 의미를 강조하는 대신 ‘기술’로서의 요리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흥미롭다. 당락을 결정짓는 탈락 미션은 달걀흰자를 얼마나 빨리 휘젓는가, 티본 스테이크를 ‘미디엄’으로 잘 구워낼 수 있는가 등 다분히 기능적인 것들이다. 심사도 마찬가지다. 두바이 고든 램지 레스토랑 출신의 강레오 셰프, 오스트리아에서 레스토랑 ‘김코흐트(Kim Kocht : 김씨가 요리한다는 뜻)’를 운영하는 김소희 셰프, 푸드 마케팅 전문가 노희영씨 등 3명의 심사위원은 터무니없는 독설 대신 “양념 범벅이다” “밑간이 잘됐다” 등 숙련된 기술자의 입장에서 평가를 내린다. “아따, 맛있네” “단디 해라(똑바로 해라)” 등 김 셰프의 걸쭉한 ‘사투리 지적질’은 프로그램의 풍미를 돋우는 조미료다.



 보기 드물게 잘 만든 이 서바이벌에서 거슬리는 건 지나친 간접광고(PPL)다. 6일 방송에서는 토마토 소스로 스피드 요리를 만드는 탈락미션이 제시됐는데, 협찬사가 최근 발매한 토마토 소스가 필수재료로 쓰였다. 반복되는 제품 클로즈업은 물론 “(토마토) 함량이 높아 맛이 풍부하다” 등 참가자들의 멘트까지 곁들여져 30분간의 긴 광고를 보는 듯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가 급하강하는 순간. 김 셰프의 표현을 빌려 “보소, 이러면 절단이다(이러면 큰일난다)”는 조언을 제작진에게 전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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