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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청소년 욕 습관의 보편화·양성평등화 어디서부터 손대야 하나

중앙일보 2012.07.13 00:00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입담으로 평가받는 진옥섭(48) 한국문화의집(KOUS) 예술감독의 30대 시절 얘기다. 1998년 5월 강릉에서 단오제가 열렸다. 전통문화라면 몸이 먼저 들썩거리는 체질이라 무작정 달려갔다. 며칠 즐기다 보니 용돈이 바닥나 서울 돌아갈 여비조차 없었다. 마침 단오제 행사의 하나로 ‘제1회 전국 육담(肉談)대회’가 열렸다. 아시아민속학회에서 구비문학 채록 목적을 겸해 만든 대회였다. 60세가 넘어야 정식으로 출전할 수 있었다. 진씨는 대회관계자에게 사정해 즉석출연 형식으로 참가해서 거뜬히 입상했다. 상금 10만원. 덕분에 서울까지 ‘럭셔리하게’ 돌아왔단다.



 한국은 욕 문화가 유달리 발달한 나라다. 비속어 사전, 성(性)속담 사전을 보면 조상들의 걸쭉하고 풍부한 입담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상당수는 약자에 대한 차별·비하를 담고 있어 요즘 생활에서는 쓰이기 어렵다. 그러나 전통이 어디 가겠는가. 현대에도 한국인의 욕 실력은 전혀 녹슬지 않은 것 같다. 다채로운 소재와 풍성한 비유법 덕분에 거의 작품(?) 수준인 욕도 꽤 있다. 개인적으로 군대에서 고참의 욕을 듣던 중 욕설에 서린 유머와 해학에 나도 모르게 웃다가 더 맞을 뻔한 적이 있다.



 그렇더라도 조상들은 때와 장소를 가렸다. 적어도 공공 공간이나 어른 앞에서는 욕을 쓰지 않았다. 지금처럼 어른이고 애고 트위터고 팟캐스트고 가리지 않고 욕설을 뿜어내는 시대는 아마 단군 이래 처음이지 싶다. 길을 걷다가 중학생 또래 해맑은 소녀들 입에서 거친 욕설이 줄줄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놀란 분들이 많을 것이다. 민현식 국립국어원장은 청소년들의 욕설문화가 일상화(욕을 안 쓰면 대화가 안 됨), 저연령화(유치원 때부터 학습), 양성화(여학생도 욕이 일반화), 보편화(모범생·열등생 구분 없음), 매체화(욕설의 바다 인터넷에서 학습), 패륜화(엄마 욕하기 놀이, 각종 안티카페 성행), 오락화(욕배틀 유행), 반권위화(교사에 대한 언어폭력), 정치화(나꼼수 현상), 병리화(염세·자조·희화·우울증화) 특성을 보인다고 개탄한다.



 욕은 희소성이 생명이다. 진옥섭 감독에 따르면 욕의 성분은 크게 두 가지, 분노와 해학이다. 전자는 응축된 분노를 촌철살인으로 터뜨린다. 주로 전횡하는 권력자들을 향한 일침이다. 후자는 상대가 욕을 듣는 순간 어이없어 하며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화해와 공감을 노린 위악적 수사법이다. 말끝마다 흔전만전 달고 다니는 욕은 그저 습관화된 언어폭력일 뿐이다. 폭력은 폭력을 부른다. 모욕죄 고소 건수가 매년 급증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청소년 사이에 만연한 욕 습관이 특히 걱정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 밥상머리 교육이 무너진 마당이라 답답하기만 하다.



글=노재현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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