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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길 끊긴 뒤, 문 닫은 상점 앞엔 풀만 무성

중앙일보 2012.07.11 00:18 종합 21면 지면보기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2일로 4년이 된다. 금강산 관광의 관문 역할을 했던 고성군은 관광이 중단 되면서 많은 음식점과 건어물가게가 문을 닫았고 관련 업체에 근무했던 주민도 일자리를 잃었다. 문을 닫은 식당 앞에 잡풀이 무성해 고성의 현실을 말해주는 듯하다. [이찬호 기자]


9일 오후 강원도 동해안 최북단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앞 도로는 한산했다. 이따금 군 차량과 통일전망대를 구경하려는 관광객 승용차가 한두 대씩 다닐 뿐이었다.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바로 아래 길가에 늘어선 건어물가게와 식당은 한 곳을 제외하곤 모두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일부 식당 앞에는 풀이 무성했다.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박왕자(당시 53세)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다음날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4년. 고성군 은 많은 경제적 손실을 입는 등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중단 4년, 고성은 지금
파산한 상인들 기초수급자로
관련업종 480명 일자리 잃어
“월 29억씩 총 1334억 손실”



 문을 연 건어물가게에도 사람의 발길은 없었다. 7개월 동안 문을 닫았다가 6일부터 혹시나 해서 문을 열었지만 8일 5000원짜리 미역 2개를 팔았을 뿐이란다. 주인 이종복(57)씨는 “상품 구입할 돈이 없어 문을 닫고 곰취 등 나물과 미역을 채취해 상품을 준비했지만 전기료도 안 나올 정도로 팔리지 않는다”며 “정책자금과 카드론 등의 빚에 대한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지난 2월 빚이 더 쌓이기 전에 프리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했던 구모(64·여)씨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250석 규모의 제법 큰 식당을 운영했던 구씨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5개월 만에 식당 문을 닫은 후 속초에 있는 오징어 가공공장까지 가 일을 하다 최근 몸이 아파 그만뒀다. 식당의 일부를 인근의 도로공사 사무실로 재임대해 월세(50만원)를 해결하고 있지만 생활비가 없어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10일 고성군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이 4년째 중단되면서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했던 식당과 건어물 판매점 150여 곳이 휴업하거나 폐업했다. 금강산지구에 음식재료와 건설 자재 등을 납품했던 업체도 모두 문을 닫거나 휴업했다. 금강산 관광과 관련된 업종에 취직했던 480여 명의 지역주민이 일자리를 잃었다. 고성군은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매달 29억원씩 지금까지의 1334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고성지역 주민은 하루 빨리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길 기다리고 있다. 명파리에서 건어물가게를 하고 있는 이모(54·여)씨는 “직원 4명을 모두를 내보내고 관광 재개를 기다리며 억지로 가게를 유지하는 등 한계상황에 달했다”며 “더 늦기 전에 남북 관계가 개선돼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광재개의 선결조건으로 우리 정부가 제시한 ‘진상규명’, ‘재발방지’, ‘신변안전보장’ 등 3대 과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데다 북한 역시 부동산몰수와 재산정리, 남측관계자 추방이라는 강수를 두는 등 관광 재개는 불투명하다. 황종국 고성군수는 “금강산 관광 중단이 장기화함에 따라 지역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금강산관광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와 경제적 어려움 극복을 위한 일자리 창출 예산 등을 요청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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