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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 2030 China : 꿀벌들의 합창

중앙일보 2012.07.09 09:09
'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는 얼만큼 성장할 것인가?'

'향후 중국 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가?'



올 가을 예정된 18대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만큼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스팩트럼은 넓다. '닥터 둠'으로 잘 알려진 루비니 교수는 '2016년 쯤 폭삭 주저앉을 것'이라고 주장했는가 하면 린이푸 세계은행 부총재는 '앞으로 20년 동안 8% 성장은 무난하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종잡을 수 없다. 그래서 더 관심이다.



영국 경제전문 잡지인 '이코노미스트'의 3월3일자 보도는 주목할 만하다. 이 잡지는 중국의 경제 정책 변화를 논하면서 제목을 '꿀벌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The bees get busy)'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꿀벌(Bee)'은 자유주의 성향의 개혁주의자들을 뜻한다. 당대회를 앞두고 개혁을 주창하는 학자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럴만도 하다. 후진타오가 집권했던 지난 10년 중국경제는 자유주의 성향 개혁주의자들의 뜻과는 달리 발전해왔다. 정부의 입김은 오히려 강화됐고, 국유기업의 산업 독식이 점점 더 심해지고, 민영기업은 점점 경제 중심에서 소외됐다는 게 이들 자유주의 학자들의 생각이다. '국진민퇴(國進民退)'다.



국유기업의 산업 독점을 보여주는 통계는 너무도 많다. 중화총공상연맹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 500대 민영기업의 총 순익은 2179억5000만 위안(약 321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같은 기간 제1,2위 국유기업인 중국이동통신과 중국석유의 순익 합(2491억 위안)보다 적은 수준이다. 500대 민영기업이 번 돈을 모두 합해봐야 국유기업 2개의 순익만도 못하다는 얘기다.



5대 상업은행(중국, 농업, 건설, 공상, 교통)은 금융권 대출 자산의 70%를 차지한다. 이들 은행은 주로 국유기업을 상대한다. 민영기업은 안중에도 없다. 2011년 중국은행들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1조412억위안. 2010년에 비해 36.3%나 증가했다. 5대 국유 상업은행이 전체 은행업계 순익의 65%를 차지한다. 국가, 국유기업, 국유은행의 '3각 결탁'이 이뤄지는 것이다.



비가 내리면 꿀벌들은 집에서 나가지 못한다. 지난 10년이 그랬다. 이제 다시 날씨가 바뀌고 있다. 당대회가 날씨변화의 계기다. 특히 충칭 보시라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 정치/경제 분야에는 자유주의자들의 움직임이 더 활발하다. 국가의 개입과 계획을 강조했던 충칭모델이 시들해진 것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청 박사가 말했듯, 우리는 지금 이번 보시라이 사태가 중국의 개혁을 더 앞당기는 아이러니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 꿀벌들의 움직임을 추적해보자.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 2010년 베이징을 방문해 리커창(李克强)부총리를 만나 획기적인 제안을 하나 했다. 세계은행과 공동으로 '중국 장기 전략 연구'를 하자는 것이었다. OK, 리 부총리가 흔쾌히 받아들였다. 리 부총리는 이 프로젝트를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우리나라 KDI)인 국무원발전연구중심(DRC)에 맡겼다. World Bank와 DRC의 중국 경제 전망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그 결과가 지난 2월 27일에 발표됐다. 무려 450페이지에 달하는 막대한 분량이다. 국내에서는 언론에 잠깐 비쳤을 뿐 잊혀졌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결코 무시돼서는 안된다. 보고서를 배서한 사람이 바로 내년 총리로 오를 리커창이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China 2030'은 '꿀벌'들의 작품이다. 자유주의 성향의 개혁 철학이 고스란이 담겨있다. 차기 정부의 경제 정책의 촛점이 국가보다는 시장, 국유기업보다는 민영기업에 더 맞춰질 것임을 예고하기도 한다.



자 꿀벌 들의 작품으로 들어가보자

보다 구체적인 사항은여기를 클릭 후 해당파일 다운로드



보고서는 '2030년까지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현대화되고, 조화로우며, 창의적인 고소득 사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목 자체가 'China 2030: Building a Modern, Harmonious, and Creative High-Income Society'다.



성장률의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봤다. 12차 5개년 계획 기간 중 GDP성장률을 8.6%로 잡고 있다. 이후 2016~2020년은 7.0%, 그 다음 5년(2021~2025)은 5.9%, 그 다음(2016~2030) 5년은 5%다. 이 정도면 ‘안정적인 소프트 랜딩’ 구도라고 할 수 있겠다. GDP대비 소비의 비율은 2011~2015년 56.0%에서 66.0%로 늘어나는 반면 투자의 비율은 42.0%에서 34.0%로 낮춰 잡았다. 소비 주도형 경제로 가겠다는 얘기다. 미래 중국 정부가 경제정책을 어떻게 이끌어갈 지가 잘 나타난다.







보고서는 그러나 이같은 장미빛 전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개혁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게 바로 이 보고서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첫째 시장경제시스템의 강화다. 정부의 개입을 줄여 시장 기능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유기업 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소유의 다각화, 기업경영의 독립 보장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리 자유화도 거론됐고, 정부의 효율성 증대를 위한 제도 개혁도 제기됐다. 노동시장에서는 후코우(戶口)제도의 개선을 지적했다.



둘째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시스템의 구축이다. 대학원 졸업생들의 기술 수준 향상, 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대학 육성, 고급 인재와 기업, 연구기관 등이 응집된 '혁신 도시 개발' 등이 제기됐다.



셋째는 녹색성장이다. 정부의 우대 정책과 기술개발 지원을 통해 환경 산업을 대대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째는 기회균등과 사회보장이다. 취약 계층에 대한 공공서비스를 확대한다.



다섯째는 재정시스템 개혁이다. 재정은 이제 사회 균등 및 환경 개선 등의 분야에 더 많이 쓰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지출 수요가 늘어가고 있는 지방정부에 재정 배분을 늘려야 한다.



여섯째는 글로벌 호혜 관계 구축이다. 세계 경제 발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열린 지역주의(open regionalism)을 주창해 나간다. 또 중국의 금융을 글로벌 시스템에 접목 시키고, 런민비 국제화에 나선다. 보고서는 또 중국이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해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이 보고서를 읽어야 한다. 중국 경제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 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연구자들이 반드시 해야할 일이 오늘 하나 더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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