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대학 합격생들의 비교과활동

중앙일보 2012.07.09 02:51
이서흔양이 제작한 웹포트폴리오. 자신이 작업한 안드로이드 앱과 웹디자인 페이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웹포트폴리오 홈페이지 만들고 일본서 에세이 콘테스트 열고



미국 명문 대학은 SAT성적이 2400(만점)이어도 합격을 보장하기 어렵다. 성적만큼 비교과활동(Extra Activity)도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 대학 입시생들은 방학 때가 되면 차별화된 비교과활동을 고민한다. 미국 명문대 합격생들의 비교과활동을 소개한다.



카네기멜론공대 합격한 이서흔양



 ‘샐리의 홈페이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인터넷 주소창에 홈페이지(angel blue838.com.ne.kr/2010)를 입력하자 ‘샐리의 포트폴리오(Sally’s Portfolio)’라는 제목과 함께 큼지막한 붉은 입술 아이콘이 떠올랐다. 올해 미국 카네기멜론 공대에 합격한 이서흔(18)양의 웹포트폴리오 홈페이지다. 간결하게 구성된 첫 페이지에서부터 웹디자인과 관련된 이양의 포트폴리오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대학에 제출하는 지원서의 비교과 란은 고작 10줄에 불과해요. 그동안 노력해온 과정과 결과를 정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입학사정관에게 소개하고 싶은 성과물들을 정리하자 총 5개의 단어로 압축됐다.



 이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Things I Can Do)’이라는 제목 아래 ▷ 안드로이드기반의 어플리케이션 ▷ 플래시(Flash, 애니메이션 저작용 소프트웨어) ▷ 올플래시(All Flash, 모든 페이지가 플래시로 제작된 홈페이지) ▷ 여행회사와 제약사의 다양한 샘플 웹디자인 ▷ 샘플 쇼핑몰 웹페이지로 정리했다. 제목을 누르면 간단한 작업물의 소개와 함께 실제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이 양은 이 같은 내용을 대학 지원서에 압축했다. 비교과활동 내역을 적는 제일 윗줄에는 홈페이지 주소만 적었다. 나머지 칸은 봉사활동과 기타 소소한 경력 위주로 간결하게 채웠다. “희망하는 전공인 컴퓨터사이언스를 위해 수년간 한 우물을 팠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어요. 홈페이지를 방문해 줄거라 믿고 원서에는 별다른 내용을 추가로 적지 않았죠.”



 전략은 성공했다. 이양이 가장 입학하기를 원했던 카네기멜론공대는 지난 3월 합격을 통보했다. 이어 버클리와 UCLA, 조지아텍에서도 합격통보를 받았다.

 

 홈페이지를 처음 개설한 시기는 2010년 여름이었다. 이전까지는 웹디자인을 알지 못했다. “강남역을 걸어가다 ‘웹디자이너 3개월 완성’이라 적힌 컴퓨터학원을 봤어요. 그때의 우연한 만남이 인생을 바꿨죠” 뚜렷한 진로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시기였다. 백지의 컴퓨터 화면이 자신의 명령어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C언어와 Java를 익히고 안드로이드 앱 제작에도 도전했다. 방학마다 매일 5시간씩 투자할 정도로 몰두했다. 원서접수를 앞둔 2011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홈페이지를 꾸미기 시작했다. “SAT와 AP시험등 입시에 필요한 성적취득을 5월에 모두 마쳤거든요. 마지막 여름방학인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가장 집중해서 수정하고 다듬었어요.”



 이양의 꿈은 의료기기 프로그래머다. MRI나 수술로봇을 정교하게 설계해 의료계에서 활동하고 싶다. “미국 대학은 시험성적이 좋다고 합격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아요.”



유펜대 와튼 비지니스 스쿨 합격한 황수민씨



 미국의 한 대학 입학사정관이 일본의 국제학교에 e메일을 보냈다. “당신의 추천서를 믿기 어렵군요. 이 아이가 정말 혼자서 3개국을 돌아다닌 것이 맞습니까?”카운셀러가 답장을 보냈다. “진실입니다. 이 아이를 뽑지 않으면 당신 학교가 손해일 겁니다” 얼마 후 그 대학 합격통지서가 날아왔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유펜대의 와튼 비즈니스 스쿨이었다.



 황수민(21)씨는 지난해 이곳을 포함해 시카고대·런던대 등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7개 대학에서 합격통지를 받았다. 그가 자신을 나타내는 키워드는 ‘거침없는 도전’이다. 중1 때부터 6년간 해외 유학 생활을 했지만 그 이력이 조금 독특하다.



 “2년마다 유학지를 변경해 캐나다와 중국, 일본을 누볐어요. 부모님의 영향 없이 제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고 가고 싶은 나라를 결정했죠.” 처음 영어의 알파벳도 모르던 시기엔 영어를 배우기 위해 무작정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2년간 생활하며 영어에 능숙해지자 이번엔 강대국으로 떠오르는 중국의 문화에 욕심이 생겼다.



 “7개월 만에 중국어자격증을 따고 2년간 머무른 뒤엔 일본 국제학교로 전학을 왔어요. 미국과 중국, 일본이라는 선진국을 경험하고 싶었거든요.” 부모님은 비자와 학교를 옮기는 문제를 전적으로 황씨에게 맡기고 관여하지 않았다. 미흡한 서류 때문에 공항에서 출입국 관리소에 불려간 적도 여러 번이었다.



 다양한 국가에서의 유학경험은 비교과 활동의 특성에서 드러났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양한 비교과활동이 부족한 일본에서는 일본 내 국제학교를 대상으로 에세이 콘테스트를 직접 창설했다. 100편이 넘는 일본 내 유학생들의 에세이를 받아 심사하고 상을 부여했다.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중국에서는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비교과활동을 적극적으로 준비했다. 3년간 웹진인 ‘Path to Peace’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제3국 구호단체 컴패션에서 후원자의 편지를 영어로 번역하는 봉사도 꾸준히 했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강조했다. 11학년을 마친 여름방학에 귀국해 국회에서 인턴으로 6주간 활동하기도 했다.



 대입 원서에 비교과활동을 정리 할 때는 우선순위를 뒀다. 그는 “화려한 경력보다 장기간 활동한 경력을 더 강조했다”며 “3년 이상 활동한 내역을 가장 위에 소개했고, 학생회장 경력이라도 1년 내외의 것들은 생략하거나 아래에 간결하게 적었다”고 말했다.



<글=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