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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온몸에…" 밤낮없이 울리는 전화벨소리

중앙일보 2012.07.09 00:56 종합 18면 지면보기
부산지방경찰청 117센터 직원들이 지난 5일 학교폭력과 관련된 전화를 받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6시쯤 경기지방경찰청 117센터. 초등학교 6학년 B군(13)이 울면서 “반 친구 한 명이 계속 때리고 괴롭혀요. 그 아이만 생각하면 학교에 가기 싫어요”라고 말했다. 20여 분에 걸쳐 B군의 이야기를 들은 상담원은 바로 A군의 학교 담임교사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아이들에 대한 지도를 당부했다. 또 인근 경찰서로 연락해 조사하도록 했다.

24시간 신고센터 열었더니, 3주 새 8634통 …
성폭력·폭행·갈취 당한 아이들과 그 부모들 하소연 쏟아져



 #지난달 23일 오후 10시쯤 부산지방경찰청 117센터에 고교 1학년 A양(16)의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딸이 중2 때부터 같은 학교 친구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왔다”며 “오늘도 온몸에 멍이 들어 돌아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울먹였다. 전화를 받은 김은희 경사는 A양의 상태가 위험하다고 판단해 어머니와 상의한 끝에 곧 바로 관할 경찰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A양은 학교폭력으로 우울증에 걸려 1년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재 가해학생들을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전국 16개 시·도경찰청에서 문을 연 117센터에 학교폭력 신고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117센터는 지난해 12월 대구 중학생 권승민(당시 13세)군 자살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이 사회 이슈로 부각되면서 경찰청·교육과학기술부·여성가족부 등 3개 부처가 후속대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117센터가 출범한 지난달 18일부터 7일까지 3주간 신고현황을 본지가 집계한 결과 서울 1592건, 부산 1580건, 경기 1132건 등 전국에서 8634건의 신고가 쏟아졌다. 이 가운데는 112·119 등과 오인한 전화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성폭행·폭력·공갈·갈취 등 폭력 정도가 심각한 사건이 248건(2.9%)에 달해 경찰이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52건으로 가장 많고 대전(26)·광주(25)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신고가 몰리는 것은 개점효과도 있지만 3개 부처에서 파견 나온 12명이 4교대로 24시간 전화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117센터는 경찰청에서 운영하고 있어 신고자 신분이 노출되지 않고 곧바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간대별로 분석한 결과 주로 방과후나 심야시간에 고민을 하다가 신고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별로는 초등학생들의 신고가 가장 많고, 고등학생이 되면 신고 건수가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117센터 신고는 일선 학교의 상담기능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적으로 학생수 101명 이상인 초·중·고교 7271곳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는 403명뿐이다. 이들은 자살 고위험군 선별 상담만으로도 1년 스케줄이 꽉 차 있다. 9월 1일부터 전국에 500명의 전문상담교사가 추가 배치될 예정이지만 사정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김미연(사회복지학) 창원 문성대 교수는 “전문상담교사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교사라는 이미지 때문에 학생들이 마음을 열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국립교육청 국장을 지낸 황선준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장은 “학교폭력의 징벌 수준을 높인 나라들은 모두 대책에 실패했다”며 “시민의식 교육을 유아 때부터 시키는 북유럽에는 학교폭력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성욱·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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