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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이 '베티'한테 말걸면 OO구매 문의가…

중앙일보 2012.07.09 00:28 경제 4면 지면보기
드라마 ‘신사의 품격’ 장동건의 벤츠 ML 63 AMG [사진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기아자동차는 지난 5월 대형차 K9을 공식 출시하기 전까지 실제 모습을 철저히 숨겨 왔다. 3월 열린 K9 디자인 설명회에서조차 기아차 총괄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가 그린 K9의 개괄적 스케치만 보여줬을 뿐이다. 이런 K9은 TV에서 먼저 공개되기 시작했다. SBS 드라마 ‘패션왕’에서 대기업 후계자로 나온 배우 이제훈이 타는 차가 K9이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가 공식 출시되기 전 TV 간접광고(PPL)로 먼저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 PPL로 소비자 호기심을 일으키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TV 간접광고 ‘드라이브’

드라마 ‘아내의 자격’ 이성재의 지프 랭글러 [JTBC 드라마 화면 캡처]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의 신형 M클래스(ML 63 AMG)는 ‘장동건의 차’라 불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주인공 장동건은 자신의 M클래스에 ‘베티’라는 애칭을 붙였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박주혜 상무는 “‘우리 베티한테 인사해’ ‘베티가 들으니까 안 돼’라는 그의 대사가 나온 다음 날이면 전시장에 차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유령’ 이연희의 쌍용 코란도C [SBS 드라마 ‘유령’ 화면 캡처]
 자동차 업계가 TV PPL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차 출시 시점에 앞서 TV 프로그램에서 먼저 노출시키는 것이 ‘정석’이 됐을 정도다. 최근 들어 케이블 채널에서 재방송을 많이 하고, 인터넷으로 방송을 다시 보는 이가 늘면서 노출 효과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말에 재방영 중인 JTBC ‘아내의 자격’에는 2012년식 크라이슬러 ‘더 뉴 300C’를 비롯해 그랜드 체로키, 랭글러, 컴패스 등 크라이슬러와 지프 브랜드 대표 모델이 PPL로 총출동한다. 특히 주인공 이성재(치과의사 김태오 역)의 애마로 나온 지프 랭글러는 ‘태오의 차’라는 별칭을 가질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 홍보실 이화원 이사는 “프로그램 자체를 활용하는 PPL은 나오면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려버리는 TV 광고보다 주목도가 높다”며 “앞으로 PPL 선호도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업계가 하고 있는 PPL 방식은 두 가지다.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통하는 것과 드라마 제작사에 직접 차량 협찬을 하는 방법이다. 이 둘은 비용과 로고 노출에서 차이가 난다. 광고공사를 활용할 경우 회당 광고비(10초 노출에 1000만~4000만원)를 내고, 회사의 로고를 노출할 수 있다. 협찬을 하면 비용이 수억원 가까이 들지만 드라마 전개에 따라 차량이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어 광고 단가가 더 싸다는 인식이다. 협찬은 로고를 노출할 수 없지만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간접광고보다 협찬 방식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굳이 로고를 노출하지 않아도 무슨 차인지 알아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 PPL 대행사 인터오리진의 김형석 팀장은 “로고를 검은 천으로 가린 차가 방송으로 나갈 때 오히려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성공한 최고경영자나 성공을 향해 경쟁하는 젊은이들이 나오는 드라마와 오디션·예능 프로그램을 선호한다. 성공한 이들이 타는 차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려는 목적이다. 현대차는 최근 인기리에 끝난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 팝 스타’에서 i40와 i30를 간접광고로 꾸준히 노출시켰다. 한국 닛산도 케이블 방송 엠넷의 ‘슈퍼스타 K’에 큐브를 협찬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PPL 차량 관리도 남다르다. PPL에 등장하는 차들은 대부분 값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경우 본사에 차량관리팀이 있다. 직원이 드라마 촬영 장소에 PPL 차를 가져가 현장을 지키고 있다 촬영이 끝나면 차를 회수해 가져온다.



 올 5월에는 TV 드라마에 PPL로 제공했던 차량 21대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난 차량이 BMW·아우디·재규어와 같은 고급 수입차여서 피해액은 총 15억원에 달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드라마 제작사에 차량 협찬을 중개하던 K광고대행사 대표가 차를 빼돌린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 경찰은 도난 차량을 추적해 일부 회수한 상태다.



간접광고(PPL·Product Placement)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할 때 제작비를 지원하고 브랜드를 노출하는 광고 마케팅 전략. 통상 한국방송광고공사 등을 통해 초당 광고비를 내고 브랜드 로고를 직접 노출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공사를 통하지 않고 제작사와 협찬 계약을 맺고 제품 로고를 가린 채 광고하는 경우가 늘어 이 역시도 PPL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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