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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 20년 쓰다가 아예 전문영화사 차렸죠

중앙일보 2012.07.09 00:25 종합 26면 지면보기
‘고스트픽쳐스’의 이종호 대표는 은행원·다큐 PD를 거쳐 공포소설가가 됐다. 그는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귀신의 힘을 이용해 가해자를 응징하는 내용의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영화 ‘식스 센스(1999)’가 극장에서 상영될 때의 에피소드 하나.

‘두개의 달’로 영화계 데뷔
고스트픽쳐스 이종호 대표



 영화를 본 관객 한 명이 반전을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나머지 상영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래요!’라고 외친 뒤 도망갔다는 얘기가 영화계의 재미있는 후일담으로 전해내려온다.



 12일 개봉하는 영화 ‘두 개의 달’(김동빈 감독)도 반전이 만만치 않다. 개봉 전에 스포일러가 확산될까 영화 관계자들이 전전긍긍할 정도다.



‘두 개의 달’은 초반 몰입도가 떨어지고, 설명이 부족한 일부 설정이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잘 짜인 공포영화다. 결말을 안다고 해도 극장에서 반전의 개연성과 짜임새를 검증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영화는 대학생 석호(김지석), 여고생 인정(박진주), 공포소설 작가 소희(박한별)가 숲 속 외딴 집 컴컴한 창고에서 눈을 뜨면서 시작된다. 자신들이 갇힌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들 앞에 “살인자가 있다”며 중얼대는 의문의 여자 연순(라미란)이 나타나면서 집안은 불신과 광기의 음산한 공기로 가득찬다.



‘두 개의 달’은 공포영화 전문제작사를 표방한 ‘고스트픽쳐스’의 첫 작품이다. 각본을 쓰고, 제작자로 나선 이종호(48) 대표는 국내 호러계의 스타작가다. ‘분신사바’ ‘유체이동’ ‘흉가’ ‘이프’ 등을 집필했다.



 -영화사를 차린 이유는 뭔가.



 “20년 가까이 공포소설을 써왔는데, 반전 등 구성이 복잡해 영화화하기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두 개의 달’도 어렵다며 투자자들이 꺼렸다. 그래서 공포영화 전문가들과 함께 회사를 차리고 새로운 스타일의 공포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기존 공포영화가 식상하다는건가.



 “원혼과 저주에만 집착한다. 휴대전화를 공포의 매개체로 한 ‘폰(2002·안병기 감독)’ 이후 침체기다. 현실과 환상의 넘나들기, 반전과 아이디어를 활용한 공포영화가 나와야 한다.”



 -‘두 개의 달’도 혼령을 모티프로 한 것 아닌가.



 “일부 장치와 설정이 기존 공포영화와 비슷할 순 있다. 하지만 반전이 여러 겹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굶주린 와중에 석호와 인정은 비빔밥을 먹지만 소희는 왜 안 먹는지 나중에 복기할 때 납득이 가는 복선들을 많이 깔았다.”



 -연순의 광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집단자살한 가족과 가정부 연순 사이의 과거에 대한 촬영분이 지나치게 설명적이라며 감독이 편집했기 때문이다. ‘장화 홍련’(김지운 감독)도 불친절한 영화지만 논리가 분명하기 때문에 관객들 사이에 긍정적인 논란이 빚어졌었다.”



 -요즘 공포영화가 흥행하지 못하는 건 우리의 삶 자체가 충분히 공포스럽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요즘 사회면 사건이 너무 무섭기 때문에 공포소설가들이 할 일이 없어졌다는 자조의 말도 들린다. 그래서 공포영화는 사회적 메시지보다는 오락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 흥행한 로맨스 호러영화 ‘오싹한 연애’처럼 다른 장르와 결합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사람들이 공포 장르에 끌리는 이유는 뭘까.



 “지뢰처럼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죽음을 피해 살아가지만 결국 죽음을 향해 가는 삶, 그 자체가 인간에게 원초적인 공포다. 사람들이 공포장르, 롤러코스터, 번지점프를 즐기는 건 죽음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닐까. 죽음의 가능성에 노출되지만 안전을 보장해주는 번지점프 발목줄 같은 게 공포 장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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