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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우익이 끌고 노다가 미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중앙일보 2012.07.09 00:57 종합 33면 지면보기
서승욱
도쿄특파원
“헌법 9조 개정은 틀린 얘기야. 헌법 자체를 파기하는 게 맞지. 그 점에서 나와는 의견이 다른 것 같아….”



 일본 정계의 차세대 기대주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43) 오사카 시장이 “다음 총선에서 헌법 9조의 개정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겠다”고 공약하자 극우보수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80) 도쿄도지사가 기자들에게 한 얘기다.



 헌법 9조는 ‘전쟁을 포기하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막는 최후의 보루로, 일본 헌법을 ‘평화헌법’으로 부르는 근거다.



 국민투표로 헌법 9조의 족쇄를 풀겠다는 하시모토의 주장만으론 부족했을까. 이시하라는 ‘전승국인 미국에 의해 강압적으로 팔다리가 묶인 헌법’이라며 헌법 파기와 전면 개헌을 주장했다. 이시하라는 어떻게든 하시모토를 끌어들여 차기 총선에서 정치 인생의 화려한 마침표를 찍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러면서도 하시모토를 은근히 깔보는 듯한 이시하라의 주장엔 ‘적어도 보수색만큼은 내가 한 수 위’란 자부심이 깔려 있다.



 이는 ‘일본 사회 우경화’의 대표적인 단면이기도 하다. 이미 오래전 제1야당인 자민당은 헌법 개정을 통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여기에 가세한 것이 집권 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다. 자위대원의 아들로, 보수색 농후한 마쓰시타 정경숙 1기생임이 자랑스러운 그는 알게 모르게 일본의 무장화를 진전시켰다. ‘미래의 블루오션’이란 명분으로 우주개발법에서 ‘평화적 이용에 한정한다’는 조항을 뺐고, 수도권 재해에 대비한다며 42년 만에 도쿄에서 자위대 무장훈련을 실시했다. 야당인 자민당의 요구를 억지로 수용하는 모양새로 원자력 기본법 개정안 부칙에 ‘안전보장을 위해 원자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끼워 넣었다. 급기야 ‘2050년 일본의 비전’을 만든다며 조직한 총리 직속 분과위원회의 보고서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해야 한다’며 논의에 불을 댕겼다. “보고서의 안전보장 관련 대목엔 총리의 지론이 스며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대로라면 보고서 파문의 진원지 역시 노다 총리다. 그는 과거 ‘집단적 자위권은 인정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지만 총리 취임 뒤엔 “현시점에선 아니다”며 발톱을 감췄다.



 보수우익이 불을 댕기고 노다 총리가 ‘더듬수’로 떠받치는 사이 여야 없는 일본 정치권의 보수 경쟁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견제가 발등의 불인 미국 역시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찬성표를 던질 기세라 무장을 서두르는 일본 앞엔 거칠게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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