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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 명물 빵집 ‘진해제과’ 할머니, 해사에 1억 기탁

중앙일보 2012.07.09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립노인요양원을 찾아 문상이 여사(왼쪽)와 사위 조충현 예비역 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사진 해군]
해군사관학교 근처에서 40여 년간 ‘진해제과’를 운영한 문상이(88·여)씨와 사위 조충현(78·해사 13기) 해군 예비역 소장이 해사 생도들을 위해 써달라며 1억원을 쾌척했다.


문상이씨와 사위 조충현씨
외박나온 생도에 방까지 내줘
해사 생도들의 40년 쉼터
“그들 덕에 번 돈, 기부로 보답”

 현재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 서울 서초구립노인요양원에서 생활 중인 문씨는 8일 “빵을 팔아 평생을 먹고 살았으니 이제 해사 발전을 위해 경제적으로나마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일찍 남편을 여의고도 두 아이를 대학교까지 졸업시킬 수 있었던 건 해사 생도들과 해군들의 빵사랑 덕분”이라고 말했다.



 문씨와 그의 남편 전덕춘(1969년 작고)씨는 해방 직후 해사 근처에 진해제과를 열었는데, 단순한 제과점은 아니었다. 고된 훈련으로 허기진 생도들이 찾아오면 빵을 더 주거나 때로는 돈을 받지 않았다. 부부는 고향이 먼 해사 생도들이 외출이나 외박을 나왔을 때 가게 2층의 살림집을 내줬다. 군인들에겐 따뜻한 쉼터였다.



문씨는 “당시 나라도 군대도 어려운 시절이라, 앞으로 이 나라 이 바다를 지켜야 할 생도들이 고된 훈련으로 얼마나 허기졌겠나 싶어서 빵이라도 실컷 먹여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한 해사 졸업생은 “평생 먹을 빵을 4년 동안 다 먹었다 할 정도로 제과점은 인기가 좋았다”고 했다. 그는 “저녁 식사 후 해사 생도들의 유일한 간식이었고 문 여사의 인정을 해사 졸업생들은 잊지 못한다”며 “이렇게 발전기금까지 쾌척했다니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문씨는 건강 때문에 1988년 고향 후배에게 가게를 넘기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가게를 넘길 때 조건을 달았다. “해사 생도들을 특별대우해달라”는 거였다.



 사위 조충현 예비역 해군 소장(초대 1함대 사령관) 역시 진해제과의 덕을 입은 사관 생도였다. “전남 해남이 고향이어서 외출이나 외박을 나와도 갈 곳이 없어 진해제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젊은 시절 예쁘게 생겼던 장모님(문씨)과 친하게 지냈는데 평소 저를 눈여겨봐온 장모님이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던 딸을 소개해 줘 결혼에 성공했죠.”



 아내 전원자씨는 12년간 항암치료를 받다가 지난해 12월 사망했다. 그는 성금 기탁이 해사 후배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해사를 사랑했던 장모님과 부인 생각에 적극 나섰다고 한다. 해사는 이 돈을 생도들의 해외연수나 초청 강연료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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