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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스탈린주의 기괴한 변종, 빨리 자본주의 하게 해야

중앙선데이 2012.07.08 02:41 278호 3면 지면보기
혁명적 마르크시즘을 주창하는 오세철(68·사진) 연세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그는 경영대학에서 기업 경영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아이러니다. 자본주의 첨병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사회주의 혁명을 전파하는 교수라니 말이다. 게다가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이적단체의 구성 등)으로 서울고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스스로 1972년부터 ‘강단 마르크스주의자’였다고 고백한다.

진보학자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의 시국 진단

41년간 사회주의에 심취해온 그는 통합진보당 사태와 12월 대선, 경제위기, 분단체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4일 오후 연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실에서 그를 두 시간 동안 만났다. 평소 강단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는 진솔하고 열정적이었다.

-통진당 비례대표 이석기·김재연 사건으로 불거진 종북좌파 논란을 어떻게 봅니까.
“진보란 단어의 남용이다. 종북세력은 좌파도 진보도 아닌 민족주의 세력이다. 우리나라의 특수성 때문에 ‘빨갱이 좌파’라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개념이다. 이 문제는 대중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최근 열린 농민대회에서 이석기가 멱살을 잡히지 않았나. 멱살을 잡은 노인이 누군가 시켜서 그랬겠나.”

-그런데 왜 종북세력이 좌파운동의 주류로 자리 잡았나요.
“우리 사회에는 오래전부터 분단이라는 특수한 문제가 있고 통일지상주의 같은 게 있었다. 1980년대 초반 학번부터 주체사상이 퍼졌는데 광주항쟁 직후의 정서가 굉장히 영향을 많이 미쳤다. 노동계급보다 민족문제를 갖고 (대중에게) 다가서는 게 효과가 훨씬 빨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좌파 민족주의입니까.
“좌파가 아니라 스탈린주의의 아주 기괴한 변종 중 하나다. 히틀러에서부터 소련, 중국, 남미, 북한 이런 경우는 다 하나의 종류다. 사회주의가 아니라 파시스트 국가다.”

-남북문제의 해법은요.
“저건 수많은 국가자본주의의 한 형태이고, 권력구조 면에선 봉건적인 기이한 형태를 가졌다. 북은 ‘못사는 자본주의’의 한 변종인데 조금 더 잘사는 남쪽의 자본주의가 왜 협력하지 못하는가. 이명박 정권처럼 북에 그런 (강경) 태도를 가지면 오히려 더 큰 변종을 만들어주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면 북한은 중국의 속국, 아니 중국자본주의의 속국이 될 것이다.”

-북한 핵문제와 3대 세습엔 어떻게 생각합니까.
“기본적으로 절대 반대다. 정말 기이한 형태다. 유럽 같은 데 갈 때 창피해서 얼굴 들고 다니겠나.”

-12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논쟁이 불붙었습니다.
“경제민주화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책민주화의 다른 축으로 만든 조어일 뿐이다. 이건 계급 문제, 불평등 구조의 문제이고, 핵심은 재벌 문제다. 개념 정리가 안 된 단어로 이야기하니까 말하는 사람마다 헷갈린다. 이것을 제대로 해결하려면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건드릴 수밖에 없다. ‘좋은 자본주의’가 가능하냐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유럽 경제위기를 어떻게 보나요.
“나는 경제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고 자본주의 위기라고 말한다. 이번 위기는 주기적인 위기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자본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5년간 특이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지금은 붕괴 직전이다.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위기인 것이다. 내가 볼 때 앞으로 10∼20년 더 버틸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12월 대선을 다섯 달 앞두고 있는데, 여야 후보들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사람 개개인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 보수 세력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공격하면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지 않았나. 우리 진보 세력은 김대중·노무현 때문에 20년을 잃어버렸다. 진보·민주를 자처하면서 노동자들을 탄압했다. 두 정권에서 더 많은 노동자가 죽었는데 아무도 모른다. 박근혜든 누구든 인물이 중요하지 않다. 어느 세력이냐가 중요하다. 너도나도 복지를 얘기하겠지만 결국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자유부르주아가 낫지 않나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 진보 세력에 이번 대선은 별 의미가 없다.”

-투표를 안 할 겁니까.
“안 한다.(웃음)”

-그렇다면 진보 세력은 이번 대선에서 무엇을 할 건가요.
“통진당 사태를 계기로 일반 대중은 (진보로부터) 다 떠났다. 민족주의·개량주의가 아닌 진짜 진보라면 초심으로 돌아가서 지난 10년을 반성하고 제대로 한번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번 기회에 노동자 정치세력을 표현할 수 있는 정당으로 나가야 한다.”

-불평등 해결 방법이 마르크스주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까.
“100년 전부터 역사가 말해준다. 점진적으로 되지 않는다. 체제 단절이 아니라면 근본적 변화를 이룰 수 없다. 자본주의가 살아남으려면 두 가지 길밖에 없다. 그중 하나는 전쟁이다. 3차 대전이 일어나 중·미가 맞붙을 경우 중국은 1억 명쯤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거다. 그런 재앙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자본주의체제는 살아남을 것이다.”

-세계 역사상 그런 체제 단절과 전환이 일어난 사례가 있나요.
“러시아혁명 하나 정도?”

-교수님의 이상과 근접한 나라는 어딥니까.
“없다. 그나마 북유럽 정도가 사민주의라도 한 거다. 하지만 앞으론 가능성이 많다. 아랍 같은 경우도 그렇게 올라오기 쉽지 않은데 민중혁명이 일어나는 걸 보면 세상이 정말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마르크스가 생각했던 체제혁명이라는 데서 소련은 스탈린, 중국은 마오쩌둥, 북한은 김일성이라는 변종이 나왔다. 혁명적 마르크시즘이 성공한 뒤 변종이 될 위험성은 생각하지 않습니까.
“중국 같은 경우는 부르주아 혁명이었을 뿐이었다. 러시아도 사회주의 혁명이었지만 그건 국가자본주의였다. 스탈린 체제는 반(反)혁명 세력이었다. 이 논쟁이 아직 안 끝났기 때문에 스탈린주의자들과 싸워야 한다. 통진당보다 훨씬 세련된 스탈린주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자들과 싸워야 한다.”

-젊은 세대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나는 매 학기 강의를 시작할 때 ‘자네들은 예비노동자다. 자본가 될 생각 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옆 사람과 함께 고민하며 살아나가라고 말한다. 내가 가르치는 교재들은 다 ‘빨간 책’이다. 옛날 같으면 국가보안법에 걸리는 불온문서다. 누가 볼까봐 책에 포장을 덧씌우고, 전철·버스에선 책을 가리고 봤다. 요새 애들은 다 펴놓고 본다. 어렸을 때부터 자유롭게 클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도와줘야 한다.”

-그건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우리 사회가 발전했다는 증거 아닌가요.
“이런 진전은 당연한 거다. 오히려 더 됐어야 한다. 이게 누구의 힘이냐. 민중의 힘이고 싸워서 얻어낸 것이다. 저들이 시혜로 베푼 게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민주주의 세력이라고 말했다면 국가보안법을 개정했어야 마땅하다. 최소한 대체입법이라도 했어야 한다.”

-한국 사회에 혁명적 마르크시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체제혁명이 정말 필요한 곳은 북한 아닙니까.
“맞다. 북한 주민들이 세뇌당해 있는데 자본주의라도 빨리 해야 한다. 허구를 깨야 한다. 폭동이라도 해야 한다. 안에서 못하면 외곽에서 쳐서라도 자본주의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물자도 주고 협력해야 한다. 나는 북한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다. 내가 가면 바로 사고 난다. 북한에서 볼 때 나는 ‘죽일 놈 1호’라고 찍혔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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