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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측 “대주주 잇속 챙기는 일감 몰아주기 반대”

중앙선데이 2012.07.08 02:36 278호 5면 지면보기
경제민주화가 연말 대선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와 재계가 같은 주제를 놓고 맞설 뿐 아니라 대선 주자 간 인식차도 뚜렷하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 측에 이슈를 선점당한 뒤 “경제민주화의 원조는 우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민주당 내 대선 주자 간엔 ‘경제민주화 선명성’ 경쟁 양상도 보인다.

여야 대선 주자가 말하는 경제민주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포럼’ 창립식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관심과 논쟁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이 포럼은 민주당 이종걸ㆍ유승희 의원을 대표로 33명이 참여한 연구단체다. 이날 행사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손학규ㆍ문재인 상임고문,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 등 야권 수뇌부가 대거 참석했다. 행사장은 재벌에 대해선 비판, 새누리당을 향해선 공격의 장(場)이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초 전ㆍ현직 의원 40여 명이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을 만들었다.

중앙SUNDAY가 6~7일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가 유력한 대선 주자들에게 ‘경제민주화’에 대해 물었다. ‘순환출자 금지’를 비롯해 경제민주화를 위한 구체적 정책을 질문했더니 무엇보다 재벌 개혁을 놓고 여야 간, 대선 주자 간에 인식차가 컸다. 부자 증세(고소득층 과세 강화)에 대해서도 온도차가 만만치 않았다. <표 참조>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 측은 “대선 주자가 아직 아닌 입장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해 답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벌 개혁’에 대해선 여야뿐 아니라 같은 당내 대선 주자 간에도 인식차가 상당했다. “경제민주화의 뜻을 모르겠다”(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측)는 주장도 있었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불리는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가 한 차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김 위원장이 먼저 이 원내대표에게 “재벌 대변자냐”고 직격탄을 날렸고 이 원내대표는 “재벌 해체를 주장하는 건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

순환출자 금지 같은 개별 정책으로 들어가면 대선 주자 간 경제민주화에 대한 인식차는 보다 뚜렷하다.

박근혜 캠프는 경제민주화의 이슈를 선점했지만 구체적 정책 방향을 놓고선 신중한 입장이다.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같은 핵심 정책에 대해 대부분 ‘의견 수렴 중’이라고 모호하게 답했다. 조윤선 캠프 대변인은 “경제민주화는 우리의 화두다. 앞으로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 정책을 마련해 나가는 데 힘쓸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좌클릭’ 중이란 새누리당 내에서 ‘우클릭’을 강조한다. 김 지사의 대변인 격인 신지호 전 의원은 “대기업 때리기식 재벌 개혁은 곤란하다. 대기업의 일자
리 창출이 중요하다. 오히려 일자리를 늘리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오 의원 측은 재벌 개혁의 핵심을 순환출자 금지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순환출자는 전면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단계적으로 의결권 제한을 통해 축소시켜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 측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경제민주화보다 더 폭넓은 ‘공동체 시장경제’”라며 차별화에 나섰다.

새누리당 경제통인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은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의원이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당내 여러 의견이 있지만 결국은 타협점을 찾아내 국민을 위한 대
선 공약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재벌 개혁에 보다 강경한 입장이다. 순환출자 금지, 출총제 부활, 금산분리 강화에 대해 모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선 주자 간엔 ‘경제민주화’ 원조인 민주당에서 자신이 적임자란 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한다. 5일 경제민주화 포럼에서 손학규 고문은 “경제민주화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고문은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문 고문 측은 “재벌 개혁을 위한 정책 대부분이 필요하다. 하지만 구체안을 마련하고 적용하는 데 엄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세균 상임고문 측은 “부자와 재벌이 잘돼야 서민이 잘된다는 인식을 배격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환 의원은 “지금까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일을 해왔고 앞으로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부자 증세’를 놓고서도 대선 주자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세금 문제는 표심과 직결된 주제여서 겉으로 드러난 말은 조심스러웠다. 새누리당 주자들은 ‘부자 증세’란 단어를 거부했다. ‘정치적 공세를 위해 민주당이 만든 단어’라고 주장했다. 대체로 살펴보면 부자 증세에 대해 민주당 주자들은 대부분 찬성 쪽이었다. 새누리당 주자들은 ‘소득세 과표 조정’ 혹은 ‘검토 중’이라고 필요성을 인정했다. 다만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부자를 끌어내리면 안 된다. 가난한 사람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뚜렷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제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징벌적 배상 제도 도입에 대해선 여야가 한목소리로 필요성을 인정했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 역시 여야 간, 대선 주자 간에 이견이 거의 없이 찬성 쪽이었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쟁을 바라보는 재계는 불안하면서도 착잡한 표정이다. 여야 대선 주자가 “재벌 해체는 아니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경제민주화 이슈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쪽에선 “공(功)은 인정받지 못하고 탐욕스러운 집단으로 몰려 착잡하다”거나 “기본적으로 포퓰리즘에 근거한 ‘기업 때리기’”란 말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느낌”이라며 “구체적으로 잘못된 행위가 아니라 지배 구조에 경영권까지 건드리는 것은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실체가 없는 논의 수준이어서 뭐라고 대꾸하기 어렵지만 구체적 안이 나오면 재계가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전경련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개최한 경제민주화 토론회에선 ‘경제민주화 내용이 담긴 헌법119조 2항이 해석상 혼란을 가중시키고 남용될 우려가 있어 삭제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119조 2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사 표시의 완곡한 표현이다.

대한상의 전수봉 조사본부장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도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던 김대중 정부 때보다 오히려 더 낮아졌다”며 “경제민주화 논쟁이 환부만 정확히 도려내는 방향으로 가야지 대기업의 긍정적 역할까지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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