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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되면 ‘섹 체킹’, 전기 흐르는 기계 잡고 인터뷰”

중앙선데이 2012.07.08 02:30 278호 8면 지면보기
지난달 30일 미국 버펄로에 새로 문 연 사이언톨로지 교회 오프닝 행사 모습. 사이언톨로지 측은 1000명 이상의 현지 신도들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단상 오른쪽으로 창시자인 공상과학소설가 L. 론 허버드의 대형 사진이 보인다. [사진 사이언톨로지 홈페이지]
방송 중 갑자기 소파에 펄쩍 뛰어오르며 “난 사랑에 빠졌다니까요!”라고 외쳤던 남자, 톰 크루즈. 2005년 5월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케이티 홈즈와의 열애를 뜨겁게 고백했다. 사랑은 요란하게 시작됐지만 맥없이 끝났다. 지난달 29일 크루즈 측 홍보 담당자는 “케이티가 이혼 소송을 제기했으며 톰은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는 짤막한 보도자료를 내고 이혼을 공식화했다. 할리우드 파워커플을 갈라놓은 건 뭘까. 크루즈가 신봉하는 종교,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라는 설이 우세하다. 연예 매체 스타(Star)는 그간 “사이언톨로지 훈련 프로그램 강요당하는 케이티”라는 식의 보도를 해왔다. 이혼이 공식화되자 뉴스위크 자매지인 온라인 매체 데일리 비스트(The Daily Beast)는 아예 홈페이지에 ‘톰과 케이티의 사이언톨로지 이혼’이라는 코너까지 만들었다.

크루즈-홈즈 갈라놓은 종교 ‘사이언톨로지’가 뭐길래

홈즈는 크루즈가 사이언톨로지 신자임을 알면서도 결혼했다. 따라서 이혼 사유가 궁금해진다. 답은 여섯 살인 딸 수리(Suri)가 쥐고 있다. 데일리 비스트는 “사이언톨로지는 신도인 부모에게 아이가 6살이 되면 섹 체킹(sec checking)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하며, 이는 아이 및 그 부모가 (사이언톨로지에 대해) 비밀스러운 적대감을 숨기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매체는 이 ‘섹 체킹’ 과정이 “이-미터(E-Meter)라는 전기가 흐르는 기계의 손잡이를 잡고 질문에 답하는 고문이며, 홈즈가 딸에게 이런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이혼을 결심했다”고 보도했다. 홈즈는 단독 양육권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본지가 사이언톨로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본부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카린 파우 대표 대변인은 e-메일을 통해 “그에 답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그들의) 사생활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회신했다. 파우 대변인은 “사이언톨로지 교리 등에 대해선 홈페이지(www.scientology.org)가 대신 답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홈페이지는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정보를 영어를 포함한 17개국어로 망라하고 있다. 이-미터에 대해선 “인간의 고통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고안한 도구로서 극도로 낮은 전압(extremely low voltages)을 사용하는 장치”라고 정의해 놓았다.

크루즈는 난독증을 사이언톨로지를 통해 극복했다며 이 종교의 열렬한 신봉자임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가 신도를 상대로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열변을 토하는 비공개 연설이 인터넷을 통해 유출된 적도 있다. 윌 스미스, 존 트래볼타 등 사이언톨로지의 할리우드 내 신봉자들은 차고 넘친다. 이들은 사이언톨로지의 막강한 선교자 역할을 자임한다. 사이언톨로지가 홈페이지를 통해 “150개국에 800만 명의 신도가 있다”고 주장하는 동력이다.

톰 크루즈, 케이티 홈즈 부부와 딸 수리의 행복했던 한때. 홈즈는 지난달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사이언톨로지는 1954년 공상과학소설가 L. 론 허버드(L. Ron Hubbard)가 창설했다. 신과 같은 초월적 존재를 부인하고, 대신 과학기술을 신봉한다. 한국어로도 번역된 사이언톨로지 사고의 기초(허버드 출판)는 “사이언톨로지는 삶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정확한 기술을 제공하는, 세상에서 가장 실용적인 종교”라고 적고 있다. 이 책은 “사이언톨로지는 ‘정신에 대한 연구’라는 점에서 가장 기본적인 심리학”이라며 “공학처럼 정확하고 확실한 기본 원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원리는 이렇다. 인간이 과학기술을 잘 이용해 영혼을 맑게(clear) 만들면 인간의 잠재력이자 영혼인 세탄(thetan)이란 존재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 초보 신도들을 프리클리어(preclear)라고 칭하고 그들을 돕는 존재들을 오디터(auditor)라고 정의한다. 훈련을 통해 인간은 자아→가족→단체→인류→동물→우주→영혼→무한의 8단계 욕구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상의 단계에까지 오른 인간은 죽을 때 그 영혼이 신생아에 옮겨가기 때문에 무한대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도 교리 일부다.

스스로를 ‘심리학’이라고 주장하는 사이언톨로지를 종교로 봐야 할지에 대해 김윤성(종교문화학) 한신대 교수는 “경험적 영역을 넘어서는 궁극적 존재를 믿는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미로 종교에 해당한다”며 “유일신 혹은 여러 신을 섬기는 다른 종교와는 달리 이성·과학의 힘을 신성시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사이언톨로지 교회(church)도 세계 각지에 퍼져 있다. 사이언톨로지는 지난 6월 미국 버펄로에서 교회를 새로 열면서 창시자 허버드의 대형 초상화를 걸고 성대한 행사를 했다. 관련 논문을 쓴 우혜란 가톨릭대 종교학과 외래교수는 “미국 등 서구에서 1960년대부터 열풍이 불었던 뉴에이지식 종교의 한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사이언톨로지는 적어도 그 신봉자들에겐 모던하고 세련된 ‘21세기형 종교’ ”라고 분석했다.

우 박사는 그러나 사이언톨로지의 신도 수가 800만에 달한다는 식의 주장은 조심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이언톨로지는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싶어하며, 그 비용을 치를 준비가 돼 있는 사람만 믿을 수 있는 엘리트 종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비난 중에선 “신도들에게 막대한 돈을 내도록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이언톨로지를 믿었다가 탈퇴한 사람들이 만든 ‘사이언톨로지의 거짓말(www.scientology-lies.com)’이라는 웹사이트도 있다. 여기엔 신도가 된 후 막대한 헌금을 강요당하다 자살한 신도의 이야기를 보도한 타임지 기사부터 사이언톨로지를 탈퇴한 신도들이 겪은 협박 사례까지 나와 있다.

이런 비판은 왜 나올까. 우 박사는 “사이언톨로지는 이익을 위해 심리 치료 기법 등을 활용하는 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너희가 돈을 내는 만큼 그에 해당하는 테크닉을 가르쳐준다’는 식”이라는 지적이다. 독일 등 일부 유럽권에서 사이언톨로지가 사기 혐의 등으로 비판대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우 박사의 설명이다.
언론계 거물인 루퍼트 머독은 크루즈-홈즈 부부 이혼 사태 후 트위터를 통해 “(사이언톨로지를 믿는 이들은) 기괴한 데다 사악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면서 “톰 크루즈는 이 해괴한 종교의 2인자 혹은 3인자이며 아주 큰돈이 연루돼 있다”고 적었다.

한국 내 사이언톨로지의 영향력은 어떨까. 파우 대변인은 “아시아엔 수만 명의 교인이 있다”며 “한국에서 사이언톨로지 관련 책을 출판해왔으며 상황을 봐서 미래 어느 시점엔 교회도 세울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 책에 오탈자가 많아 정식 출간된 책이 맞는지 문의하자 파우 대변인은 “공식 출간 버전이 맞다”고 확인했다. 이 책은 제일 뒷장에서 “삶이 여러분을 실망시키고 있습니까? 사이언톨로지에 가입하십시오. 여러분을 다시 최고로 만들어 드립니다”라고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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