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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로 살아나는 예당저수지

중앙선데이 2012.07.08 02:19 278호 16면 지면보기
2주 전 이 자리에 실은 Wide Shot(작은 사진)에 많은 독자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첫눈에는 광활한 초원에 집들이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목가적인 풍경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내륙의 바다’ 예당저수지였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104년 만의 가뭄이 가져온 재앙이었습니다.

다행히 두 차례에 걸쳐 상당한 양의 비가 내렸습니다. 5월 1일부터 현재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192㎜로 평년의 63%를 기록했습니다. 보통 평년 강수량의 70%는 돼야 가뭄이 완전히 풀렸다고 보지만 정부는 가뭄이 해소됐다고 선언했습니다.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아 강수량이 조금 더 늘어난다고 하니 큰 시름은 덜었습니다.

큰 사진은 7일 오후의 예당저수지 풍경입니다. 2주 전 사진을 촬영한 위치를 다시 찾아가 카메라 앵글을 맞췄습니다. 가느다란 띠와 같은 물줄기만 흐르던 저수지에 물이 많이 찼습니다. 14%까지 떨어졌던 저수율은 43%까지 올랐습니다. 풀밭에 이동식 주택처럼 흩어져 있던 낚시 좌대들도 대부분 물에 떴습니다. 몇몇 좌대에는 벌써 강태공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물이 다시 찼으니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랫동안 뜨거운 태양에 노출된 호수 바닥에서는 수많은 생명체가 사라져 갔습니다. 그중에서도 멸종위기종 1급인 민물조개 ‘귀이빨대칭이’는 개체 수가 급감했습니다. 귀이빨대칭이는 어른 손바닥만 한 대형 조개로 한국에서는 낙동강에 서식하는데, 20여 년 전 진주를 채취하기 위해 예당저수지에 풀어놓았다고 합니다.

물이 빠지면 붕어 같은 물고기는 낮은 곳으로 대피하지만 조개는 빨리 움직이지 못합니다. 진흙에 갇힌 귀이빨대칭이들이 폭염 속에 죽어가자 농어촌공사와 시민단체가 구조에 나서 숨이 붙어 있는 조개를 물속으로 옮기고 차광막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당저수지는 둘레가 40㎞나 됩니다. 수많은 조개가 폐사했습니다.

7일 아침 예당저수지에서는 물고기들이 수면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모습이 장관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좁은 곳에서 숨을 헐떡이다 시원한 호수면이 펼쳐지자 환호를 지른 것일까요? 물이 말랐을 때는 보이지 않던 새들도 호숫가에 모여 먹이를 찾고 있습니다. 큰 위기를 겪었지만 귀이빨대칭이도 속히 식구를 늘려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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