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TF는 장기 투자에 적합 … 한국 개인투자자, 투기적 상품에 너무 쏠려

중앙선데이 2012.07.08 02:12 278호 20면 지면보기
“한국에서 레버리지(Leverage)·인버스(Inverse)형의 ETF가 그리 인기가 많나요? 개인투자자는 그런 상품을 멀리해야 할 텐데….”
프랭크 하인즈 SSgA 아태 대표에게 ‘한국에서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전체 ETF 시장의 20%가 넘는다’고 했더니 돌아온 우려 섞인 답변이다. 레버리지 ETF란 주가지수 상승분의 두 배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인버스 ETF는 주가지수 하락분의 두 배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고수익·고위험 금융상품이다.

ETF 처음 출시한 회사에 듣는다


‘상장지수펀드’로 번역되는 ETF(Exchange Traded Fund)는 코스피200이나 삼성그룹주 등 지수화된 주식상품을 거래소에서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홍콩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한 그는 한국 ‘개미’들이 ETF 투자 때 투기성향이 강한 데 대해 이렇게 충고했다.

“미국·홍콩 같은 금융시장 환경에선 이해가 잘 안 되는 현상이에요. 선진 증시에서는 기관투자가 같은 전문투자가가 단기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해 가끔 모험을 거는 상품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손실 위험이 너무 커 꺼리는 편이에요. ETF는 기본적으로 안정된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데 적합한 금융상품입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에서 팔리는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순자산은 2조4650억원으로 ETF 시장 전체 순자산 11조7666억원의 20.9%에 달한다. 하인즈 사장은 “미국에선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이 두 특수 상품의 인기는 다분히 한국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선물·옵션 등 고수익을 추구하는 위험 파생상품의 한국 증시 거래량이 세계 1위라는 사실과도 맥이 통한다. 그는 “한국의 ETF 시장에는 근래 다양한 상품이 상장되고 있어 길게 보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ETF의 시작은 어땠나.
“수년간의 상품 개발 과정을 거쳐 1993년 1월 29일에 미 뉴욕 증시에 ‘SPDR S&P 500’이란 ETF를 상장했다. 뉴욕 증시의 간판 주가지수의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았다. 그게 세계 최초의 ETF다.”

-ETF를 왜 만들게 됐나.
“증시 고수도 아니고, 하수도 아닌 평균 수준의 투자자들이 무얼 원하는지 따져봤다. 그랬더니 주식투자는 변동성이 커서 두렵고, 펀드는 수수료가 비싸고 환금성이 적은 데다 투자 대상도 다양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런 문제점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만한 상품을 만들고 싶었다. 팀을 꾸려 ‘쉽다(Easy)·싸다(Cheap)·빠르다(Fast)·다양하다(Diversified)’라는 네 가지 장점을 두루 갖춘 상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후 안정된 주가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어 증시에 상장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증시에서 거래되는 펀드라는 특성을 살려 ETF라고 작명했다.”

-네 가지 특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쉽다는 건 투자자가 금세 상품 구조를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개별 주식 종목에 투자할 때는 재무제표와 사업전략을 두루 꿰야 한다. 펀드는 복잡한 상품 구조와 펀드매니저의 운용 방식을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ETF는 크고 작은 주가지수를 따라 정해진 공식대로 투자한다. 싸다는 건 증권사·자산운용사에 내는 수수료가 일반 펀드보다 저렴하다는 걸 말한다. ETF의 주가가 개별 종목 주가보다 싸다는 뜻도 된다. 빠르다는 건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하다는 의미는 앉은 자리에서 국내·해외 주식과 원자재·채권 등 여러 종류의 금융 상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성향의 투자자에게 잘 맞을까.
“흔히들 ETF를 단기거래에 적합한 금융상품이라고 잘못 안다. 주식시장에서 실시간 거래되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ETF는 탄생부터 장기투자용이다. 유망 주식에 돈을 오래 묻어둘 인내를 갖춘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성공 사례를 들려 달라.
“최초의 ETF인 SPDR S&P 500을 상장할 당시에도 비관적 견해가 많았다. S&P500 지수가 438선이었는데, 이미 과대평가돼 더 이상 오르기 힘들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지금 S&P500 지수를 봐라. 6일 종가 기준으로 1354다. 19년 전보다 3배 이상으로 뛰었다. ETF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실제 장기 투자가 잘 이뤄지고 있나.
“장기 투자자가 많은지를 판단하려면 주식시장의 큰손인 기관투자가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면 된다. 미국의 경우 전체 ETF 투자자금의 50% 이상이 기관투자가 것이다. 그중에는 퇴직자들의 노후 자금을 굴리는 각종 연금운용기관이 많다. 이들은 수십 년간 안정된 수익을 올리는 걸 목표로 한다. 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기업도 즐비하다.”

-한국은 아직 기관투자가 참여가 활발하지 않다. 특히 국민연금은 법적으로 ETF에 투자하지 못한다.
“미국처럼 연금기관들이 참여해야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된다. 한국 금융당국이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으로 하여금 ETF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걸로 안다. 머지않아 투자의 길이 열리지 않겠는가.”

-전 세계 ETF 시장 규모는.
“세계 54개 거래소에 4881종의 ETF가 상장돼 있다. 자금 규모는 총 1조7000억 달러(1940조원)나 된다. ETF는 최근 20년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난 금융상품이다.”

-요즘 글로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ETF는.
“나라별로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단연 인기는 주식형 ETF다. 미국은 전체 ETF 자산의 70%가 주식시장에 들어와 있다. 채권투자 ETF가 20%로 그 다음이다. 홍콩은 85%가 주식 ETF이고, 채권은 14% 정도다.”


 
프랭크 하인즈(Frank Henze) SSgA의 아태 ETF 사업을 총괄한다. 미국의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자산운용의 유럽 ETF 사업부와 영국 HSBC의 글로벌 ETF 사업부에서 일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 경영·경제학 석사. SSgA ETF 자금으로만 3040억 달러(346조원)를 운용하는 미국의 세계 최대 ETF 운용사. 여타 펀드 자금을 포함한 운용자금은 1조9000억 달러로 세계 2위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