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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기계 덩어리’에 반해 6만명이 모였다. 알프스 넘고 바다 건너

중앙선데이 2012.07.08 00:41 278호 10면 지면보기
1 1100evo 2 두카티 시운전 모습 3,4 디아벨 시리즈
조승우는 6대 보유, 비·강동원·성시경·김종훈 의원도 매니어
국내의 대표적인 두카티 매니어는 뮤지컬 배우 조승우다. 폴 스마트, 멀티스트라다1200, GT1000 등 총 6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지난 5월 국내에 처음 출시된 1199 파니갈레의 1호 고객도 그였다. 2011년 제69회 EICMA 모터쇼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이크’로 선정된 1199 파니갈레는 출고가가 4800만원에 달한다. “처음 매장을 찾아 엔진 시동을 걸고 기어를 딱 넣는 순간 ‘이건 내 거다’라는 느낌이 왔다”는 그는 바쁜 일정 틈틈이 두카티를 즐긴다. 공연장으로 이동할 때도 이용하고 공연이 없는 월요일에는 투어를 떠나기도 한다. 날씨가 좋으면 근교로 달려나가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것을 먹는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두카티로 만끽한다. 그는 두카티를 유독 즐기는 이유로 “바라만 봐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다른 바이크들이 줄 수 없는 뛰어난 디자인”을 꼽는다.

두카티 매니어 총출동, 이탈리아 미사노 서킷


51199 파니갈레 6 1199 파니갈레 내부 7 1199 파니갈레 국내 1호차의 주인공이 된 조승우 8 권오상 작가가 두카티 엔진을 본따 만든 ‘토르소’9 두카티 스케치
사진으로 조각을 만드는 권오상 작가도 두카티에 푹 빠져 있다. 2006년 그는 인터넷에서 구한 사진과 오토바이 제원 수치만으로 두카티 모형을 만들어 전시를 마쳤다. 그러고 나서 매장을 찾아가 비로소 실물을 보았다.“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기계 덩어리였죠. 오토바이 면허도 없었지만 그냥 사고야 말았습니다. 오토바이를 산다는 느낌이 아니라 현대 조각품을 산다는 느낌이었어요. 디테일이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두카티 코리아 홍성인 대표는 영화 ‘나잇 앤 데이’(2010)에서 두카티를 타고 나왔던 톰 크루즈를 비롯해 올랜도 볼룸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표적인 두카티스티라고 소개했다.국내에서는 가수 비, 영화배우 강동원, 가수 성시경 등이 즐겨 탄다고. FTA 협정으로 유명해진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 홍 대표의 귀띔이다.

디오 부품 만들다 변신 ...'가볍게 더 가볍게’ 모토
두카티는 스포츠카 브랜드인 마세라티, 람보르기니, 그리고 페라리의 본사가 있기도 한 이탈리아 중부 볼로냐에 본사를 둔 모터바이크 제조업체다. 2차대전 이후 쿠졸로(Cucciolo·강아지)라는 자전거용 모터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라디오 부품회사 두카티의 운명을 바꾼 계기가 됐다. 이들은 1953년 본격적인 모터바이크 사업을 위해 두카티 메카니카와 두카티 엘레트로니카로 회사를 나눴고 54년 천재 엔지니어 파비오 탈리오니를 영입했다. 그리고 56년 처음으로 데스모드로믹 밸브를 사용한 경주용 바이크 125 그란 스포트를 출시했다.

10 MTS 1200 바이크 시리즈 11 경주에 나선 두카티12 스트리트 파이터 848 13 멀티스트라다
1972년 이몰라 200밀리아 경주에서 영국 레이서 폴 스마트와 이탈리아 레이서 브루노 스파자리가 ‘이몰라 750’을 타고 1, 2위를 차지했다. 이 경기는 두카티 수퍼바이크 전설의 시작으로 여겨진다.
74년 두카티는 수작업으로 만든 한정판 모터바이크 ‘750 수퍼 스포츠’를 출시해 전 세계 바이커들을 흥분시켰다. 그리고 88년 미국에서 처음 생긴 월드수퍼바이크(WSBK·양산 바이크 서킷 경기)에서 이탈리아 레이서 잔카를로 팔라파는 두카티 851와 888을 타고 참가하는 경기마다 승리했다. 이어 해골처럼 부속이 그대로 보이는 ‘몬스터’, 모터바이크계의 입생 로랑으로 불리는 디자이너 마시모 탐부리니가 디자인한 ‘916’, 현재 디자인 실장인 잔안드레아 파브로가 만든 ‘1098’ 등을 계속 내놨다.

14 모토 GP 선수들이 타는 데스모세디치15 두카티 1199 파니갈레 앞에 선 모토 GP 레이서 발렌티노 로씨16 트랙경기후 팬에게 인사하는 레이서 니키 하이든, 트로이 베일리스,발렌티노 로씨(왼쪽부터)17 두카티 바의 미녀들
두카티는 새로운 바이크를 만들 때마다 어떡하면 더 가볍게 만들 수 있을까를 연구했다. 2012년 본격 출시된 1199 파니갈레는 많은 부분에서 기존의 스타일에서 벗어난 제품이다. 일단 두카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크롬 몰리브덴 강철 트러스 프레임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양산 바이크로는 세계 최초로 알루미늄 모노코크(Monocoque·하중을 외피로 견딜 수 있는 단일 외피형 구조) 프레임을 사용했다. 그 결과 최고 출력 195마력의 1199cc 엔진을 탑재했음에도 무게가 164kg밖에 나가지 않는다.

2006년부터 두카티의 CEO를 맡고 있는 가브리엘레 델 토르키오(Gabriele Del Torchio) 회장은 5년 만에 두카티를 세계시장 점유율 11%의 4억8000유로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두카티는 유럽시장의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미국(+48%)과 아시아 시장(+238%)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다. 오는 7월 말 체결될 폴크스바겐 그룹의 브랜드 아우디 AG의 두카티 인수를 앞두고 델 토르키오 회장은 6월 23일 WDW행사 공식 기자회견에서 “세계 2위, 유럽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 폴크스바겐이라는 기업의 투자 덕분에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힘을 얻게 됐다. 두카티는 볼로냐에 본사를 둔 이탈리아 브랜드로 항상 남을 것이며, 회사 방침과 제조 관련 시스템은 기존의 두카티 스타일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친 없으면 마네킹 태우고 비키니 미녀와 워시
올해로 7회를 맞이한 월드 두카티 위크(WDW 2012·6월 21~24일) 행사를 위해 이탈리아는 물론 독일, 오스트리아, 동유럽 국가들, 스위스, 프랑스의 두카티스티들은 자신의 ‘애마’를 타고 알프스를 넘었다. 미국, 일본, 한국, 중국, 인도 등 먼 나라에 사는 팬들은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미사노 서킷 광장은 두카티 세상이었다. 대부분은 상징적인 붉은색이지만 노란색, 무광 블랙도 많았다. 바이커들은 가죽 슈트를 입거나 두카티의 상징인 붉은 티셔츠를 입었고 헬멧과 선글라스, 장갑을 필수로 착용했다. 이들에게 자신의 바이크를 장식하거나 개조하는 것은 하나의 의무다. 출고된 그대로 타는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많은 사람은 프런트 카울이나 연료탱크에 액세서리나 스티커를 붙이기도 하고 직접 그림을 그려 넣거나 레이서들의 사인을 받아 장식한다. 뒤에 같이 탈 여자친구가 없는 사람들은 시트에 여자 마네킹을 부착하기도 했고 아예 커버를 직접 디자인하는 매니어들도 있었다. 매니어들의 변형 바이크 콘테스트는 이미 행사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 WDW 기간 중 최고의 개러지 바이크를 투표로 선정하고 있다.

바이크 워시 코너에는 비키니 차림의 날씬한 미녀들이 바이커들의 혼을 쏙 뺐다. 15유로만 내면 미녀들과 함께 바이크 워시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남자들로 바글바글했다. 비키니 미녀들은 바이크 워시 코너에만 있지 않았다. 여성 두카티스티나 행사를 즐기러 온 일반 여성들도 36도의 폭염을 참지 못하고 시원스레 옷을 벗어던졌다. 온몸에 문신을 한 터프가이들도 질세라 웃통을 벗었다.
팬 중에는 몸에 스티커나 에어브러시로 두카티 로고를 새긴 사람, 짧게 자른 머리를 두카티 로고와 같이 물들인 사람도 많았다. 장난감 두카티를 모는 꼬마 레이서도 있었다. 하루 두 번씩 스턴트맨 쇼가 열렸고 부속품 조립 경연대회와 바이크 묘기를 배우는 코너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히스토리 존에서는 과거의 유명한 바이크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하이라이트 행사는 역시 트랙에서 열렸다. 트로이 베일리스와 카를로스 체카와 같은 SBK 레이서들과 모토GP의 레이서 니키 하이든과 발렌티노 로시가 번개 같은 속도로 테스트 라이딩을 했다. 일반인도 미리 신청하면 레이서처럼 트랙에서 프리 라이딩을 할 수 있었고 올해에 출시된 파니갈레도 시승해 볼 수 있었다. 레이서들의 대기소인 패독 앞은 스타 레이서들을 직접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로 항상 북적거렸다.

매일 저녁 행사가 끝나면 사람들은 모터 바이크의 핸들그립을 리드미컬하게 돌리며 “두둥 두둥 두두둥”하고 일부러 소리를 크게 냈다. 한 명이 부릉거리면 주변 사람들도 따라서 부릉거렸다. 바이크의 바퀴를 헛돌려 안개처럼 하얀 고무연기를 낼 때마다 두카티스티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WDW 행사는 셋째 날 저녁 리초네 해변가에서 열린 두카티 올스타 콘서트에서 절정을 이뤘다. 아드리아 해안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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