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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빈집 처리 서비스 … ‘리로케이션’ 회사 아시나요

중앙선데이 2012.07.08 00:32 278호 22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얼마 전 국내 대학 교수가 일본 지방도시 대학에 교환교수로 가면서 일본인 교수가 제공한 빈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이 집을 제공한 사람은 도쿄에 사는데, 고향인 그 도시에 관리가 안 되는 상태로 집이 방치돼 있어 집을 흔쾌히 빌려줬다. 오래 비어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수리비와 인터넷 설치비를 들였지만 집세를 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이상영 교수의 부동산114

일본의 빈집은 800만 가구로 전체의 13%에 달한다. 이런 빈집은 점점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빈집이 만만치 않게 늘고 있다. 2010년 인구센서스를 보면 빈집은 전국 주택 재고 대비 5% 수준으로 80만 가구에 달한다. 이 중 경기 지역이 가장 많아 15만 가구를 넘고, 수도권이 전체 빈집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에서 빈집 발생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농촌지역 인구가 줄면서 빈 농가가 늘고 있다. 빈 농가의 증가는 과거에는 도시 지역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이농 현상에 주로 기인했지만 요즘엔 농촌 인구의 노령화 탓이 크다. 두 번째는 미분양 아파트 증가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상대적으로 심한 수도권에서 급증하고 있다. 세 번째는 국내외 장기출장이나 연수·발령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다.

각각의 경우를 살펴보자. 농촌 빈집의 경우 귀농·귀촌을 원하는 사람에 빈집을 찾아주는 사업이 공공·민간 부문 할 것 없이 활발하다. 나아가 주말농장을 찾는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로 빈집을 제공하는 방안도 나온다. 도시생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농촌 빈집을 찾아 이주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특히 은퇴하는 베이비 붐 세대(1955~63년생)가 이런 형태의 귀촌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작년 한 해 귀농·귀촌은 1만 가구를 넘어섰다.

두 번째 형태, 다 지어졌는데도 팔리지 않은 아파트는 지난 4월 말 현재 2만8000가구를 넘는다. 경기도의 경우 2008년 1000여 가구이던 것이 최근에는 1만 가구에 육박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분양가 할인 판매, 미분양 리츠(REITs·부동산투자 전문 펀드)를 통한 매각, 분양조건부 전세계약 등 온갖 방법이 동원된다. 하지만 이러한 수단은 주로 매각의 관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빈집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안정적 사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는 경기와 무관하게 전근·유학 등 일시적 사유로 발생하는 빈집이다. 이런 경우는 집을 비우는 쪽이 2년이라는 임대 기간을 채우기 힘들다. 대개 몇 달에서 1년 안팎 집을 비우게 된다. 이 때문에 임대 줬던 사람들은 다시 자기 집으로 들어가기까지 잔여 기간을 다른 집에 세 들어 살아야 한다. 사회적·경제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 경우에는 집을 빌려주는 문제만 아니라 빌리는 문제도 동시에 생긴다. 예컨대 정기적으로 타지로 발령이 나는 공무원이나 기업체 임직원들에게는 지방에 머물 주거 수단을 마련하는 일이 큰 스트레스다. 회사 입장에서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문제를 덜 수 있는 것으로 ‘리로케이션(Relocation)’ 서비스가 있다. 직역하면 재배치쯤 되겠다. 임대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종합적으로 편의를 봐주는 비즈니스다. 주로 전근자 상대의 생활 관련 종합 서비스로 빈집 관리와 임차인 알선, 증개축·수리는 물론 부임지까지 이삿짐을 날라 주고 각종 통신 판매를 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해 준다. 국내에서는 주로 주한 외국인이나 해외로 전근하는 사람을 상대로 리로케이션 서비스를 하지만, 훨씬 다양한 분야에 이를 응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임대차보호법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다.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2년의 임대차 보호 기간을 보장해야 해 임대차 기간이 맞는 임차인을 구하기가 어렵다. 임대차 기간이 2년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아예 집을 비워두고 가는 경우가 생긴다. 기껏해야 집 관리를 위해 지인에게 거저 빌려주는 정도다. 그런데 리로케이션 서비스를 활용하면 임대 기간의 불일치로 인한 어려움을 덜 수 있다. 다양한 임차 기간을 가진 임대인과 임차인을 연결해 줌으로써 빈집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임대차 기간이 맞지 않아서 빈집이 발생하는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이 대학 기숙사다. 1년 중 8개월 정도만 학생이 거주하고 방학 동안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공실로 인해 기숙사비가 높아진다. 방학 동안 임차인을 유치한다면 공실을 줄이고 기숙사비 단가도 낮출 수 있다.

일본은 리로케이션 서비스가 일찌감치 발달했다. 과거 대기업의 종신고용 관행과 더불어 주거까지 기업이 제공하는 일이 보통이라서 많은 기업이 사택을 종업원에게 제공했다. 하지만 20년 장기불황에다 2000년대 들어 금융위기가 빈발하면서 일본 기업들은 사택과 같은 비수익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오랜 사택 서비스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주거서비스를 임직원에게 제공해야 했다. 이 틈을 비집고 발달한 것이 리로케이션이라는 아웃소싱 서비스였다.

리로케이션 서비스는 초단기 숙박의 개념을 접목해 저렴한 주거 및 숙박 서비스로까지 발전했다. 홈 스테이(Stay) 서비스 등 초단기 주거 상품은 이러한 빈집을 활용하는 데서 출발했다. 리로케이션처럼 빈집을 활용하는 서비스가 임차서비스의 새로운 형태로 정착할 경우 사회적으로 남아도는 빈집의 유통을 활성화할 수 있다.

노는 주거공간의 유동화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2년 이내의 단기간 임대차가 발생하는 경우 이를 용인하고, 이 기간 중에 역시 적절한 임대차 권리를 보호해 줘야 한다. 또한 임차와 숙박 간의 경계가 모호할 경우 이에 따른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임대업과 숙박업 정의를 명확히 하고 상호 연동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나아가 미분양 아파트와 관련해 개인뿐 아니라 기업이나 펀드도 이를 분양받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주택은 개인에게 분양한다는 발상을 바꿔서 임대사업 등 목적으로 사고자 하는 법인에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미분양 아파트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또 기업이나 펀드가 인수한 미분양아파트를 임대뿐 아니라 호텔 등으로 전용할 수 있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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