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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에 볶은 전복 대추·통마늘과 함께1시간 푹 끓이면 끝!

중앙선데이 2012.07.08 00:18 278호 26면 지면보기
더운 날씨가 오래 계속되니 몸이 쉽게 지친다. 뭔가 몸에 좋은 보양식을 먹어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슬슬 밀려오는 와중에 전복탕 생각이 났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가끔 숨어 있는 맛집을 발견하는 횡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해송정’이 바로 그렇게 발견한 곳이었다. 신라 문무대왕의 수중릉이 있는 경주의 감포 바닷가에 있는 작은 횟집이다. 감포에 있는 감은사지 석탑을 보러 가던 길이었다. 근처에 뭔가 먹을 만한 게 있나 하고 미리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이 식당에서 전복탕을 한다는 글이 눈에 띄었다. 전복은 보통 구이를 하거나 회나 찜으로 먹는데 탕이라니 뭔가 새로운 느낌이어서 한번 가보기로 했는데 이게 소위 ‘대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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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인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바다에서 땄다는(사실 확인은 못했지만 왠지 믿음은 갔다) 큼지막한 전복으로 끓여낸 전복탕은 전복이 야들야들하게 씹히는 맛도 좋았지만 국물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담백하면서도 감칠맛 있는 진한 국물이 예술이어서 함께 갔던 일행들 모두 코를 박고 그릇을 싹싹 비웠다. 마치 맛있는 보약 한 첩을 먹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해서 이 식당은 경주 쪽으로 여행을 하게 될 때면 꼭 찾아가는 맛집이 되었다. 몇 번째인가 가서 안면을 익혔을 때쯤 전복탕을 어떻게 만드는지 그 방법을 주인아주머니께 슬쩍 물어보았다. 영업 비밀일 수도 있어서 나름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경쟁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해서인지 의외로 선선하게 알려주셨다. 놀랍게도 전복에 대추와 마늘만 넣고 그냥 끓이는 단순한 방법이란다. 보약을 달이듯이 오래 끓이면 전복에서 진한 국물이 우러나와서 깊은 맛이 난다고 했다. 그렇게 단순한 방법으로 맛있는 탕이 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만드는 방법이 쉬워서 언제 한번 집에서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전복은 각종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영양소와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어 대표적인 보양식 재료 중 하나다.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어서 피부 미용에도 좋고 여름철에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분을 보충하는 데 최고다. 게다가 맛도 좋다. 마침 농림수산식품부에서 7월의 웰빙 제철 수산물로 선정했단다. 이를 계기로 수협 같은 곳에서 한 달 동안 특별 할인판매까지 실시한다고 했다. 전복탕을 하기에는 지금보다 더 좋은 때가 없다.

나른한 휴일 아침, 전복탕 만들기를 시작했다. 먼저 마트에 가서 전복을 사왔다. 끓이면 크기가 줄어들기도 하고, 씹히는 맛이 좋으려면 아무래도 씨알이 굵은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좀 비싸지만 큰 것들을 골랐다. 부드러운 솔로 박박 문질러서 전복에 붙어 있는 물때를 씻어내고 나서 전복 껍질을 떼어냈다. 전복은 껍질을 떼어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데 숟가락을 이용해 살살 떼어내 보니 나름 요령이 생기면서 해볼 만했다. 역시 뭐든지 윽박지르는 것보다는 살살 달래는 것이 최고다. 떼어낸 전복에서 내장을 분리해 따로 깨끗하게 씻었다.

탕을 끓이기 전에 해송정 아주머니께서 가르쳐준 대로 먼저 전복에 칼집을 내고 프라이 팬에 참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살짝 볶았다.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물어봤는데 이 무뚝뚝한 경상도 해녀 아주머니께서는 “그렇게 해야 더 맛있어요”라고만 간단하게 말꼬리를 자르셨다. 나중에 전문 요리사에게 물어보니 기름으로 코팅을 해서 표면을 익혀주면 오래 끓여도 전복의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고 씹히는 맛도 더 쫄깃하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살짝 볶아준 전복과 전복 내장, 그리고 마른 대추와 통마늘을 함께 넣고 탕을 끓이기 시작했다. 푹 고아주는 것처럼 한 시간 정도는 끓여야 하니까 물을 좀 넉넉하게 부어야 한다. 중간중간에 궁금해서 뚜껑을 열고 국물 맛을 보았다. 처음에는 좀 밍밍하게 별맛이 없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깊어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오래 기다린 끝에 드디어 전복탕이 완성됐다. 뜨거운 국물에서 올라오는 참기름 향이 먼저 코를 찌르면서 식욕을 자극했다. 전복 내장과 함께 끓여서 녹색을 띤 국물이 참 진하다. 전복에서 우러나온 각종 영양분과 고단백이 듬뿍 들어 있는 것이 느껴지는 묵직한 맛이다.

대추에서 나온 달짝지근한 맛과 마늘의 감칠맛이 잘 어우러지고 있다. 그렇게 단순한 재료들로만 끓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은 맛이 난다. 오래 끓였는데도 전복은 씹히는 식감이 충분히 충실했다. 미리 겉을 참기름 코팅으로 익혀준 덕분이다. 국물이 잘 배어들어 맛이 풍부하고 보들보들한 것이 씹어 넘기기가 아까울 정도다. 때로는 소박하고 단순한 본래의 맛이 최고라는 것을 보여준 음식이었다.

‘보약 한 첩’ 전복탕으로 식구들과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모두들 국물까지 남김없이 비웠다. 감포 앞바다의 파도 소리와 바다 내음이 없는 것이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충분히 즐겁고 맛있었다. 신선한 해초를 먹고 자란 전복이 가져다 준 바다의 생명력 때문에 기운이 불끈 났다면 너무 과장일까? 아무튼 몸 보신 한번 잘했다. 그것도 맛있게.



주영욱씨는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그중 사진, 여행, 음식을 진지하게 좋아한다. 마케팅리서치 회사 마크로밀코리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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