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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깨는 계란의 힘

중앙선데이 2012.07.08 00:18 278호 27면 지면보기
닭은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었다. 무엇보다 혼례의 자리에서 부부 축복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삶이 팍팍하고 가난하던 시절 단백질의 유일한 공급원이었는가 하면, 괴나리봇짐을 짊어지고 먼 여행길을 떠나는 객(客)의 동반자였고, 새벽을 깨우는 자명종이었다.

삶과 믿음

하지만 닭이 가져다 준 가장 큰 선물은 따로 있다. 계란이다. 계란에는 닭이 먹고 마신 태양이 그려져 있다. 닭이 물을 마시는 걸 관찰해 보라. 물 한 모금에 하늘 한 번, 하늘 한 번에 물 한 모금…. 그래서 닭은 물을 마시고 있는 것이 아니다. 태양을 먹고 마신다. 그러므로 계란을 먹을 때마다 ‘태양의 입맞춤’을 하게 된다. 온 우주가 나의 가슴에 안긴다.

닭이 가져다 준 가장 큰 선물, 계란에 대한 몇 가지 오해가 있다. 병아리를 부화하는 것이 노른자일 거라고 여기지만 전혀 아니다. 생명을 잉태하는 것은 뜻밖에도 흰자다. 거기다 계란은 결코 일어서 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놀랍게도 오뚝이의 대명사가 계란의 노른자다. 흰자의 알눈이 생명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언제나 노른자의 위쪽에 놓여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쩌다 알이 뒤집히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이때 탄력성 있는 두 개의 끈이 노른자를 감아 알막의 양쪽 측벽에 이어댐으로써 노른자를 매어 달게 된다는 거다. 알이 움직이는 데에 따라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는 이 알끈이 있어 알눈은 마치 오뚝이처럼 언제나 제 위치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작은 계란 하나에 새겨진 신비가 놀랍기만 하다.

그 계란이 우뚝 서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경기도 양평 소나기마을 인근에 ‘계란교회’ 카펠라 오비(Capella Ovi)가 이번 달 완공된다. 대형화로 치닫는 한국 교회 풍토에서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움직임이다. 올해는 카를 프리드리히 귀츨라프(1803∼51)가 한국에 복음의 씨를 뿌린 지 180년 되는 해다. 카펠라 오비엔 그의 정신을 기억하자는 뜻도 담겼다. 귀츨라프는 1832년 통상교섭을 위해 한국을 찾아온 암허스트호에 선의(船醫) 겸 통역관(通譯官)으로 승선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 땅에 복음을 전해보려 애썼지만 끝내 거절당하고 만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려 했던 셈이다. 그는 훗날 자신의 심경을 ‘조선 서해안 항해기’에 이렇게 기록했다. “조선에 뿌린 하나님의 진리가 없어질 것인가?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조선 백성을 은혜롭게 방문할 하나님의 원대한 계획이 있을 것이다. (…) 성서에는 하나님께서 이 보잘것없는 시초까지도 축복하신다고 확실하게 기록돼 있다. 나는 조선에 곧 먼 동이 터 좋은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그의 꿈은 헛되지 않았다. 한국은 기독교인 1000만 시대를 넘어선 지 오래다. 선교사 파송 2위의 국가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의 축복 그대로다. 계란형 건물인 카펠라 오비는 그의 꿈을 담아냈다. 드디어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물의 교회’나 기네스북에 등재된 캐나다의 ‘세계에서 제일 작은 교회’처럼 우리도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교회가 세워진 셈이다. 카펠라 오비를 오른쪽으로 끼고 희망골로 들어서면 ‘계란으로 바위 깨기’라는 체험 코너가 있다. 계란을 커다란 바위에 실제로 던져보는 코너다.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거다. 바위 틈에 스며든 효소에 언젠가 씨가 날아와 자리를 잡고 나무로 자라다 보면 그 생명력이 바위를 깨뜨린다는 거다. 꿈만이 아니다. 줄탁동시(<5550>啄同時)의 깨우침을 가진 계란이 끊임없이 말을 걸어온다. “스스로를 깨고 나오면 병아리로 부화하지만 남이 깰 때까지 기다리면 계란프라이밖에 안 된다.”



송길원 가족생태학자.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로 일하고 있다. 트위터(@happyzzone)와 페이스북으로 세상과 교회의 소통을 지향하는 문화 리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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