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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들 국제적 안목이 아쉽다

중앙선데이 2012.07.08 00:04 278호 30면 지면보기
“국제부에 있는데요.” “시야를 넓힐 수 있어서 좋으시겠네요.”
신문사 국제부에 있다 보면 자주 주고받는 문답이다. 일하는 부서를 밝히면 대부분 그런 답이 돌아온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이 하나 숨어 있다. “시야를 넓힐 수 있겠다”라는 말은 사실, 정치나 경제·사회부의 주요 부서에서 ‘따끈한 현장 뉴스’를 챙기지 못하고 있는 기자의 처지를 두고 슬쩍 위안 삼아 던지는 말이라는 점이다.

유광종 칼럼


그러나 국제뉴스는 중요하다. 국가의 핵심 이익이 걸려 있는 사안이 많이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뉴스판은 정치·경제·사회의 세 축을 두고 혼란스러울 정도로 벌어진다. 국제 부문의 뉴스는 늘 그들에 치여 한쪽으로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늘 그렇듯이, 요즘 국제뉴스의 동향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집단 자위권 확보를 위한 헌법 개정 움직임이 예민한 사안이다.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있는 법이다. 일본의 신경질적인 그런 움직임은 중국의 부상이라는 ‘원인’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 중국이 ‘평화적인 부상’이라며 내세우는 ‘화평굴기’의 속도와 규모가 너무 현란할 정도로 빠르고, 때로는 위협적이어서 그렇다.

중국은 줄곧 내세우고 있는 구호와는 달리 30여 년의 개혁·개방으로 쌓아 올린 국력을 군사력과 그와 관련된 과학기술 분야의 확장에 쏟아붓고 있다. 항공모함을 발진하고, 우주 개발 계획도 차근차근 실천에 옮기고 있다. 그런 중국의 행보에 따라 파열음이 번진다.

남중국해에서는 그 안에 이곳저곳 흩어져 있는 섬을 두고 베트남과 필리핀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마찰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안보의 틀을 제공한다면서 이들 동남아 국가와의 관계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미얀마와 라오스 등 지금까지 중국의 앞마당 노릇을 했던 일부 동남아 국가는 미국과의 교류를 재개하면서 남중국해 일대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한반도 주변에서도 마찬가지다.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일본이 군사적 재기를 할 수 없도록 틀을 짰던 자국 헌법까지 수정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남중국해 못지않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각이 점차 날카로워지면서 해당 지역 국가들의 전략적 판단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남의 집 이야기이자 강 건너에 번진 불을 구경하는 분위기다. 우리의 정책 결정을 선도하는 정치권에서는 이런 변화에 반응하는 정도가 한가해 보인다. 특히 차기 정부를 이끌고 갈 여야 대선 주자들의 경우가 그렇다. 요즘 대권을 향해 맹렬히 뛰는 주자들의 눈은 ‘밖’보다는 ‘안’을 들여다 보는 취향이 강하다.

크게 보면 대선 주자들의 화두(話頭)는 몇 가지에 맞춰져 있다. ‘행복’ ‘희망’이 강조되고, 어려운 삶을 달래기 위한 ‘저녁 있는 삶’이 두드러진다. 양극화 현상 속에서 삶이 고달파지는 서민들의 삶을 생각하면 그에 하나씩 토를 달기 어렵다. 보다 행복해지며, 보다 큰 희망을 지니며, 차분하며 안정적인 삶의 환경을 확보하자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빚 없는 사회’를 강조하는 대선 주자들의 슬로건도 등장했다. 역시 신산(辛酸)한 서민들의 가계를 의식한 것이다. 그럼에도 꽤 석연치가 않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이 경제의 부침에 따른 굴곡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다.

대선 주자들이 표방하는 정치의 방향은 대개 내치(內治)에 맞춰져 있다. 서둘러 내거는 대선용 슬로건을 보면 그런 생각이 확연하게 든다. 국내 문제에만 정책의 무게를 두려는 대선 주자들이 사실 염려스럽다.

한반도의 숙명이랄까, 뭐 그런 게 있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치밀한 교섭과 거래를 진행하면서 우리의 국력을 키워가야 하는 운명 말이다. 그래서 외교가 중요하고, 주변을 감싸는 시(時)와 세(勢)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그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전략적 판단과 안목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따라서 내치에 못지않게 외치(外治)가 아주 중요하다.

“시야가 넓어져서 좋겠다”는 덕담에 국제부 기자들이 덧붙이고 싶으나 늘 참는 말이 있다. “함께 공부하시죠. 당신의 시야도 넓어져야 좋지 않겠습니까.” 장마 뒤 찾아온 염천(炎天) 무더위 속 언론사 국제부 기자들의 넋두리만은 아닐 테다. 파고(波高) 높은 국제사회의 바다 위에서 국가 이익을 소중하게 지키며 그를 폭넓게 확대할 수 있는 전략적 판단이 담긴 대선 주자들의 비전을 언제라도 마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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