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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벤트성 사회공헌으론 고객에 감동 못 줘”

중앙일보 2012.07.05 00:41 경제 6면 지면보기
중앙일보경제연구소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4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금융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광기 중앙일보 경제연구소 부소장, 이인호 서울대 교수, 박상용 연세대 교수,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박사, 김대익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김성룡 기자]


“국내 은행들이 정부와 여론을 의식한 이벤트성 사회공헌 활동에 치중하고 있다. 이는 금융 본연의 사회적 책임과 동떨어진 것이며 지속하기도 힘들다. 예금을 잘 굴려 고객에게 안정된 수익을 돌려주고, 대출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배분하는 게 바로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다.”

중앙일보경제·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은행 상업성과 사회적 책임’ 포럼



 중앙일보경제연구소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4일 ‘은행의 상업성과 사회적 책임’이란 주제로 공동 주최한 금융포럼에서 최공필 금융연구원 박사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최 박사는 “은행은 정부 라이선스를 받아 금융결제망 등 사회 인프라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공익성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정무적 판단에 따른 이벤트 대신 은행 본연의 역할을 통해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 경영에 대한 비판은 금융시스템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며 “과도한 은행 때리기와 규제는 은행의 영업 쏠림과 시장의 비효율성을 키울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나선 이인호 서울대 교수도 “은행의 사회적 책임경영은 수익 확대와 위험 축소로 금융자원을 잘 배분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은행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행하는 윤리적 활동과 책임 경영은 구분해야 한다”며 “사회적 책임 경영은 규제가 아니라 시장 경쟁을 통해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광기 중앙일보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낙후된 지배구조 때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금융그룹 회장이 정치권의 힘을 빌려 자리에 앉은 뒤 단기 성과주의와 외국인 주주를 의식한 고배당 정책을 추구하다 보니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도 “은행들이 위험관리 경험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임원·사외이사의 선임, 초단기 성과 평가 등으로 경영의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함준호 연세대 교수는 “금융업의 가장 중요한 생산물은 바로 정보”라며 “이를 통해 자금중개 기능을 제대로 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게 바로 사회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최범수 신한금융지주 부사장도 “은행이 예금을 받아 온전히 돌려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은행의 수명이 과거 30년 정도에서 오늘날 10년 남짓으로 줄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준 서울대 교수는 “은행이 돈을 많이 번다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출 의무화를 얘기할 순 없는 일”이라며 “은행과 제2금융권, 대부업체의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용 연세대 교수도 “은행의 사회적 책임과 서민에 대한 금융지원을 혼돈해선 안 된다”고 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취향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며 “은행 경영의 공공성과 공정성, 사회공헌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평가 지수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903명)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7%)이 국내 은행의 사회적 책임활동이 미흡하다고 답했으며, 서민·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와 공정한 금리·수수료 책정을 희망했다. 또 국내 은행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순이익의 5.4%(최근 5년 평균)를 투입했지만, 일반 국민은 1% 미만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포럼 참석자 (가나다순)



강문성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부소장, 고현곤 중앙일보 경제에디터, 곽영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곽철승 외환은행 그룹장, 권승화 언스트&영 대표,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 김광수 중앙일보 종합연구원장, 김대식 보험연구원장, 도철환·문영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박종규 국회예산정책처 박사, 박준 서울대 교수, 손병수 중앙일보경제연구소 전문위원,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이상제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 이현주 하나은행 부행장, 조성욱 서울대 교수, 최범수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최흥식 하나금융지주 사장, 함준호 연세대 교수, 홍정훈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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