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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 짠맛과의 전쟁

중앙일보 2012.07.03 03:09



밍밍한 ‘소금 다이어트’ 서서히 석달이면 적응 끝

주부 김가영(33·서초구 양재동)씨는 며칠 전 인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저나트륨 식품코너’에서 걸음을 멈췄다. 30대의 젊은 남편이 당뇨 진단을 받은 것에 마음이 쓰이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예년부터 쭉 구매해오던 고추장이 나트륨 함량을 낮췄단 소식에 반가웠다”고 말하며 “이 코너에 진열된 상품들은 제품별로 나트륨 함량이 크게 표기돼있어 꼼꼼히 비교해볼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저염라이프가 요즘의 화두다. 식품업계에서 나트륨 함량이 적은 프리미엄 소금을 잇따라 출시하는데 이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나트륨 섭취 주요 공급원인 장류와 라면을 중심으로 짠맛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불을 지핀 건 식품의약품안전청이다. 한국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 2000㎎의 2.4배인 4878㎎에 이르자 국민들의 건강 단속에 나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김치·젓갈·찌개와 같이 짠 음식을 즐겨 먹기 때문에 나트륨 과다섭취의 위험이 높다. 삼성서울병원 조영연 영양팀장은 “체액의 균형을 조절하는 무기질인 나트륨은 수분을 끌어당기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고혈압·부종·신장·심장 질환과 관련이 많다”고 말하며 “이 경우 염분 섭취를 줄이면 혈압 조절과 부종 완화에 도움을 주고 신장과 심장의 부담 역시 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식약청에선 ‘가공식품 나트륨 줄이기’ 계획의 일환으로 장류업체와 라면업체의 협조를 얻어 장류와 라면의 나트륨 함량 저감화를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실제로 작년 한 해 동안 장류의 염도는 평균 5% 정도, 라면류의 나트륨 함량은 평균 10% 정도 줄어들었다. 샘표식품 ?양조간장’, 진미식품 ‘우리쌀로 빚은 고추장’, 삼양식품 ‘큰컵삼양’, 농심 ‘둥지냉면 물냉면’ 등 모두 기존에 있던 제품들이 소금 다이어트에 나선 결과다. 이에 현대백화점 중동점을 시작으로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에선 공간 한 켠에 ‘저나트륨 식품 코너’를 마련해 소비자들이 나트륨함량을 줄인 가공식품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저염라이프에 나설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날 때부터 저염라이프를 위해 고안된 상품들도 인기다. 청정원 ‘신안섬보배 천일염’은 일반 소금에 비해 나트륨 함량은 낮고 미네랄은 풍부한 천일염이다. 웰빙 소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로 이는 지난해 전년 대비 82%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면서 약6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지난해 4월 출시한 청정원 ‘재래식 안심 生된장’은 기존의 재래식 된장에서 저염을 컨셉트로 염도를 9.6% 낮춰 리뉴얼한 상품인데, 리뉴얼 전보다 매출이 15% 정도 늘어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출시된 CJ제일제당 ‘해찬들 4선 저염된장’ 역시 기존 제품대비 나트륨과 염도를 25% 줄인 저염 식품이다. CJ제일제당의 한 관계자는 “이 상품은 지난해 대비 올해 월평균 4~5배 정도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고, 매월 6%가량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샘표 ‘저염간장 미네랄 플러스+’와 청정원 ‘햇살담은 자연숙성 저염진간장’ 등도 저염라이프를 돕기 위해 만들어져 꾸준히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최근엔 라면류에서도 저염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농심에서 최근 출시한 ‘진짜진짜 라면’은 나트륨을 1790mg 포함하고 있어, 기존 신라면에 비해 나트륨 함량이 140mg 정도 낮다. 농심 ‘후루룩칼국수’도 나트륨 함량이 1540mg로 적어 저염 라면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소금에 길들여진 입맛에서는 저염 식품들의 맛이 조금은 밍밍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럴 땐 소금 섭취량을 갑자기 확 줄이는 것보단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면서 저염 식품에 입맛을 적응해나가는 것이 좋다. 풀무원 식문화연구원 식생활연구실장 남기선 박사는 “개인차가 있지만 저염식에 완전히 적응하기 까지는 3개월 정도가 걸릴 수 있으므로 서서히 입맛을 길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저나트륨 장류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장류를 많이 섭취하지 않는 방향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라면을 조리할 땐 스프를 적게 넣거나 파·호박·양파 등을 첨가해서 조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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