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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자문’ 놓고 감평협·은행 밥그릇 싸움 … 고객 피해 우려

중앙일보 2012.07.03 00:51 경제 3면 지면보기
대표적 공생관계로 꼽혀오던 은행과 감정평가사가 ‘정면충돌’했다. 그간 감정평가업계에서 관행으로 무료 제공해 온 ‘탁상자문’ 서비스를 두고서다. 두 업계의 ‘밥그릇’ 싸움에 대출 고객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담보대출 금액 줄어들 가능성 커져

 2일 감정평가업계 등에 따르면 감정평가협회는 은행의 부당한 관행으로 최소 2200억원의 손실을 봤다며 무료 탁상자문 서비스를 중단키로 했다. 탁상자문이란 감정평가사가 상가·주택 등 담보물에 대해 현장 실사 없이 서류 검토만으로 가치를 분석해 은행에 팩스·e-메일 등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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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은행에서는 이를 근거로 해당 대출이 가능한지를 판단한 뒤 감정평가사에게 정식으로 감정을 의뢰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은행은 이 탁상자문을 정식 감정평가서로 간주해 대출하고, 업체에는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감정평가사는 지난해 총 137만 건의 유·무선 탁상자문 서비스를 은행에 무료로 제공했지만 이 가운데 정식 의뢰로 이어진 경우는 13.3%인 18만3616건에 그쳤다.



 협회 박병우 정책이사는 “구체적인 개선안을 내놓지 않으면 그간의 피해액과 인건비 등을 돌려달라는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에서는 5월 무료 탁상감정 관행이 부당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약관 심사를 청구한 바 있다.



 은행권에서는 탁상감정을 거부하는 감정평가법인과 거래를 끊겠다는 협박성 문자메시지까지 보낼 정도로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은 그간 탁상자문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감정평가업계에 여러 차례 유료화 방안을 제의했다. 하지만 현장 실사 없이 이뤄진 탁상자문에 대해 향후 책임질 것을 우려한 협회가 되레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 자체적으로 관련 자료를 많이 확보해 둔 터라 탁상자문에 대한 의존도도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는 게 은행의 주장이다. 사실 이 같은 다툼의 배경에는 감정평가 수수료 문제를 둘러싼 ‘밥그릇’ 싸움이 숨어 있다. 지난해 7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그동안 대출자가 부담해 온 감정평가 비용을 은행이 떠안게 되면서 은행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공짜인 탁상감정을 최대한 활용했다. 여기에 최근 금융위원회는 예상 감정가액이 20억원 이하인 경우 등은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감정할 수 있도록 은행의 재량권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수수료 수입 감소를 우려한 협회가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감정평가 업무가 차질을 빚으면서 일반 대출 고객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은 요즘 같은 부동산 하락기에 담보가치를 제값에 비해 낮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대출 희망자가 원하는 만큼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조주현 교수는 “은행 자체 감정의 경우 담보를 과대 평가하면 대출 부실이 발생하고, 과소 평가하면 대출 희망자에게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식의 피해가 생긴다”며 “이 같은 ‘고무줄’ 담보가치 평가가 만연한다면 부동산 경기의 불안정성을 더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감정평가 동산이나 부동산 소유권의 경제적 가치 또는 소유권 이외의 권리·임료 등의 경제적 가치를 통화단위로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1918년 10월 조선식산은행에서 처음 도입했으나 제도적으로는 89년 7월 1일 지가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뒤 시행됐다. 토지평가제도를 체계화하고, 토지·건물·동산 등에 대한 감정평가제도를 효율화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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