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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 조작’ 후폭풍 … 바클레이스 회장 사퇴, 영 중앙은 ‘묵인’ 의혹도

중앙일보 2012.07.03 00:48 경제 2면 지면보기
리보 조작 스캔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바클레이스의 마커스 에이지어스 회장. 사진은 에이지어스 회장이 2010년 런던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블룸버그]


마커스 에이지어스(66) 영국 금융그룹 바클레이스 회장이 2일 물러나기로 했다. 영국 런던은행간 금리(리보) 조작 스캔들 후폭풍이다. 이제 남은 사람은 최고경영자(CEO)인 로버트 다이아몬드(61)다.

BOE 총재도 사퇴 압력 받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에이지어스가 파문을 진정시키기 위해 사퇴했다”며 “하지만 주주들과 정치권의 사퇴 압력이 다이아몬드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파장은 바클레이스에 그치지 않을 듯하다. 영국 중앙은행이 바클레이스 등의 리보 금리 조작을 묵인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머빈 킹 영국은행(BOE) 총재마저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리보 스캔들이 런던 금융계를 다 집어삼킬 태세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스캔들의 시작은 2007년이다. 그해 8월 세계 금융시장엔 신용경색이 엄습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부동산 담보대출) 사태의 후폭풍이었다. 영국 금융감독 당국의 조사 결과 당시 바클레이스 트레이더들과 금리 보고 담당자(Submitter)들 사이에 다음과 같은 문자와 e-메일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트레이더: “누가 금리를 좀 낮춰줄 수 있지?”



 금리 보고 담당자: “오늘 내가 담당이야. 필요하면 얘기해!”



 트레이더는 바클레이스 자금으로 채권·주식·선물·옵션 등을 매매하는 전문가다. 금리 제출 담당자는 바클레이스가 당시 돈을 빌리면서 부담한 금리를 영국 은행연합회에 보고하는 직원이다. 트레이더가 리보를 바탕으로 한 선물·옵션 상품을 계약한 뒤 금리 제출 담당자에게 리보를 낮춰 달라고 한 것이다.



 보고 담당자는 트레이더의 요구대로 바클레이스가 돈을 빌리면서 부담한 금리를 낮춰 연합회에 보고했다. 트레이더들은 다른 회사에 근무하는 전직 바클레이스 직원까지 동원했다. 평균치인 리보를 조작하기 위해선 다른 은행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당시 분위기에선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현재 씨티그룹·HSBC·UBS·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20여 곳이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리보 조작 수법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신용경색 와중에 나날이 치솟던 리보가 어느 순간 낮게 고시됐다. 상승 쪽에 베팅한 트레이더들이 손해를 봤다. 대신 바클레이스 트레이더 수익은 불어났다.



 FT는 “바클레이스 트레이더들이 리보 조작으로 얼마를 벌었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하지만 그 트레이더뿐 아니라 회장 에이지어스와 CEO 다이아몬드가 거액의 보너스를 받는 데 조작으로 얻은 수익이 일조한 것만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리보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기준이나 다름없다. 한국 정부나 기업이 해외에서 돈을 빌릴 때 금리가 ‘리보+α’식으로 결정된다. 영국에선 수많은 주택담보 대출자들이 부담하는 금리도 리보+α 방식으로 정해진다. 더욱이 국제결제은행(BIS)의 조사 결과 350조 달러(약 39경9000조원)에 이르는 각종 파생상품의 가격이 리보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바클레이스가 세계 금융시장 가격 질서를 마구 흔들었던 셈이다.



 그에 따른 징벌은 2억9000만 파운드(약 5192억원)다. 최근 영국 금융감독 당국이 바클레이스에 물린 벌금이다. BBC방송은 금융전문가의 말을 빌려 “벌금 규모가 바클레이스의 열흘치 순이익에 지나지 않는다”고 촌평했다. 시장 참여자들의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고 있다. 바클레이스를 상대로 한 집단 소송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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