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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 남해에서 판각’ 기록 속 그곳 찾는다

중앙일보 2012.07.03 00:35 종합 20면 지면보기
남해군 고현면 일대에서 수습된 고려시대 청자·기와 조각들.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는 이들을 근거로 고현면 관음포를 유력한 고려대장경 판각지로 보고 있다. [사진 남해군]


고려대장경판 가운데 선승들의 명언을 기록한 종경록 27권(전체 100권)에는 ‘분사남해대장도감개판’(分司南海大藏都監開板)이란 글이 나온다. 고려시대 강화도에 있던 대장도감(1233~1248년)의 분사(分司)인 남해도감(1243~1247년·고려대장경 판각 업무를 관장하던 관서)에서 대장경을 판각(개판)했다는 뜻이다.



 이를 근거로 경남 남해군이 고려대장경 판각지 찾기에 나서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남해군은 우선 지난 3월부터 고현면 일대에서 본격 유적발굴에 앞서 문화재 지표조사를 하고 있다.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가 맡은 이 지표조사에서 이미 상당히 의미 있는 유물이 수습됐다.



 우선 고현면 오곡리 관당마을 주변에서 고려대장경이 판각된 12~13세기의 기와·청자 조각을 여러개 발견했다. 이곳은 지금은 흔적이 없어졌지만 관당성(城)이 있던 곳으로 전해온다. 이 일대에선 성 축조에 동원된 사람의 계급 등을 보여주는 대목(大木·목수) 등의 글자가 새겨진 기왓조각이 발견됐다.



 관당성지 맞은 편 포상리 선원사(禪垣寺) 터에서는 귀신 눈 무늬의 귀목문 암·숫막새(관청에서 관리하는 건물 등에 사용된 기와) 조각이 발견됐다. 현재 축대 정도만 남아있는 선원사가 고려시대 관청의 지원을 받는 사찰이었음을 알게 해주는 유물이다.



 고현 일대에서 고려대장경이 판각 됐을 것이란 근거는 더 있다. 고려대장경판에 산벚나무·돌배나무 등 중부 이남 지리산 등에서 자생하는 나무가 사용된 것이다.



 고려사 22권 열전 3편에는 무신집권자 최우(崔瑀·?~1249)의 처남인 정안(鄭晏·?~1251)이 최우가 정권을 농단하는 것을 보고 화가 미칠까 두려워 남해에 살며 사재를 털어 정림사(定林寺)를 세우고 대장경의 일부를 간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정안은 당시 하동의 호족이었다.



 지리산 일대에서 벌채한 나무를 고현으로 옮겨 대장경을 판각했을 것이란 학계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대장경이 강화도 선원사(禪源寺)와 남해·하동·경주 등 여러 곳에 흩어진 분사대장도감에서 판각 됐을 것이란 학자들의 주장도 있다.



 역사문화센터 김미영(40)조사팀장은 “고현면에는 고려시대의 유적이 많이 발견된다”며 "지리산 일대의 나무를 섬진강을 통해 옮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관음포(고현면 소재지)가 가장 유력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남해군과 역사문화센터는 이에 따라 관음포 일대에서 8월부터 올 연말까지 유적발굴에 나서기로 했다. 군은 고현면이 고려대장경 판각지로 확인되면 기념관을 조성하는 등 관광자원화할 계획이다.





◆고려대장경=1237년(고종 24년)부터 16년에 걸쳐 고려에 침입한 몽골군의 격퇴를 기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남아있는 경판은 8만1258판이다. 8만여 판에 8만4000 번뇌에 해당하는 법문이 실려 있어 팔만대장경이라고도 한다. 경남 합천 해인사에 보관돼 있으며, 1962년 12월 국보 32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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