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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빈혈이면 태아도 빈혈 … 인지·감성 떨어지고 유산 위험 커져

중앙일보 2012.07.02 03:21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임신부가 철분이 부족하면 태아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별도로 철분을 보충해준다. [중앙포토]
몸매 관리를 위해 살 빼기에 돌입한 이재현(27·여)씨. 레몬을 이용한 원푸드 다이어트(한 가지 음식만 섭취하는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3주째다. 얼마 전부터 계단을 오를 때 평소보다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더니 밥맛도 없고 쉽게 지쳤다. 생리를 하자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병원을 찾은 이씨의 혈액 헤모글로빈 수치는 8㎎/dL(정상은 15㎎/dL). 빈혈 중증도다. 곧 그녀는 다이어트를 중단하고 살코기·계란·시금치 등 철분이 함유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라는 영양 처방을 받았다.


방치하기 쉬운 빈혈, 만성병 될 수도

 임신 16주에 이르는 직장인 박은선(29·여)씨.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려면 철분제 복용이 필수라는 말을 듣고 매일 철분제를 챙긴다. 덕분에 철분이 부족해 생기는 빈혈 증상은 없다. 하지만 철분제 특유의 비린 맛 때문에 입덧이 심해져 식사를 제대로 못한다. 최근엔 변비까지 생겼다. 박씨는 “약을 끊을 수 없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환자 90% 이상이 철결핍성 … 초기엔 증상 없어



빈혈은 대수롭지 않은 질환? 아니다.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정재 교수는 “여성에게 소리소문 없이 나타나는 빈혈은 질병을 알리는 건강의 적신호”라고 말했다. 국내 성인 여성의 빈혈 유병률은 15.9%로 미국인(5.7%)에 비해 3배가량 높다. 특히 임신부의 빈혈 유병률은 30%에 이른다.



 빈혈은 혈액이 신체 조직에 산소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저산소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원푸드 다이어트 등 지나친 편식과 음식량 섭취가 적어 생긴다. 빈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혈액 내 적혈구에 철(Fe)이 부족해 생기는 ‘철 결핍성 빈혈’, 골수에서 적혈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골수 저생산성 빈혈’, 적혈구가 쉽게 파괴되는 ‘용혈성 빈혈’이다. 이 중 빈혈 환자의 90% 이상은 철 결핍성 빈혈이다. 증상은 다양하다. 이 교수는 “초기에는 외부로 나타나는 증상이 없다가 심해지면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린다”고 설명했다. 피부가 누렇게 뜨기도 한다. 만성화되면 심계항진·빈맥 등 만성 심장질환이 생긴다.



 빈혈은 산부인과 질환의 징후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여성의 정상 생리량은 하루 평균 30ml지만 자궁근종·자궁샘종이 있는 여성은 피를 덩어리째로 흘려 빈혈이 생긴다”고 말했다. 하루에 대형 생리대를 5~6개 사용할 정도로 양이 많고, 빈혈 증상이 있다면 산부인과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임신부 빈혈, 수유 우울증·무기력증 올 수도



임신 16주 이후에 생기는 임신성 빈혈은 가장 흔하지만 무섭다. 이 교수는 “임신부에게 철분이 부족하면 혈액 내 적혈구 수치가 떨어지고, 조직에 산소를 잘 전달하지 못해 빈혈이 생긴다”고 말했다. 임신 중 자궁에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하려면 약 1000㎎가량의 철분이 필요하다. 임신 전 4.5~5L에 불과했던 혈액량은 임신 16~20주가 되면 5.5~6L로 증가하지만 혈액 속에 적혈구의 증가량은 혈장보다 상대적으로 더뎌 철분 부족 현상이 생긴다.



 임신부가 철분이 부족하면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첫째로 태아의 인지·감성 발달이 떨어진다. 둘째로 자연유산의 위험이 높아진다. 양수가 감소해 양수 파열·조기 출산도 늘어난다. 셋째로 출산 이후 모유 분비가 감소해 수유기간이 짧아진다. 수유 우울증·무기력감·갑상샘기능 장애·면역기능 장애가 온다.



주사형 철분제, 먹는 철분제 비해 흡수력 좋아



임신부에게 철분제 보충은 필수다. 먹는 철분제(경구용)가 일반적이다. 값이 싸고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산모수첩을 가지고 가면 보건소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맛이 비리고 속쓰림이 있어 입덧이 심한 임신부는 복용하기가 힘들다. 철분이 흡수되면서 장의 움직임을 떨어뜨려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철분제를 먹기 힘든 임신부에게는 주사형 철분제가 권장된다. 이 교수는 “페린젝트(JW중외제약)는 최대 1000㎎의 고용량 철분을 직접 정맥에 주입해 빈혈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먹는 철분제의 흡수율(10% 내외)이 낮아 복용 2주 후에도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 안성맞춤이다. 고용량이지만 간 독성 등 부작용도 없다. 수혈을 최소화한 무수혈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국립암센터 김영우 교수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 수혈이 필요한 수술 전후 환자에게도 수혈을 최소화한 무수혈 치료로 수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사형 철분제는 혈액 검사 등 의사의 처방과 함께 주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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