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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한·일협정 비공개, 청와대가 하라고 한 건데 … ”

중앙일보 2012.07.02 01:19 종합 5면 지면보기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왼쪽)가 1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하금열 대통령실장의 예방을 받고 악수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 협정 체결 문제에 대해 “대통령께서 국무총리를 해임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불신임결의안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처리 절차와 관련해 ‘청와대 책임론’을 거론하는 발언이 정부 당국자 입에서 처음 나왔다.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국무회의 비공개 안건 처리 방식이 잘못됐다는 점을 여러 번 지적했다”며 “의결 당시 언론에 알리지 않은 것은 청와대의 의중”이라고 밝혔다. 또 외교부가 최종 책임을 지는 상황에 대해 불만이 있느냐는 질문엔 “분위기가 좀 그렇다. 청와대가 하라고 해서 한 건데…”라고 답했다.

“처리 방식 잘못됐다 여러 번 지적”
국방부에도 “막판에 한 발 빼” 불만
청와대 “외교부 책임 피해 가기”



 졸속 추진과 졸속 보류에 대한 외교안보 라인의 인책론이 불거지자 주무부처인 외교부가 청와대로 화살을 돌리는 형국이다. 주무부처 변경(국방부→외교부), 국무회의 비공개 의결, 전격 보류 등 일련의 과정에서 청와대가 ‘주연’이었다는 것을 정부 당국자가 작심하고 밝힌 것이다. 그는 청와대의 누가 지시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협정이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통과했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 중이었고, 청와대에선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이 남아 이 업무를 관할하고 있었다.



 이 당국자는 국방부에 대해 “자신들이 필요해서 해야 한다고 하면서 얼마 전엔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추진하겠다며 한 발 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일각에서 “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건 억울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안건으로 처리한 건 일본과의 조율 절차가 남아서였다”고 해명했다. 외교적 관행을 따랐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정부 내에서 6월(상반기) 중 처리 방침이 정해졌고 구체적으로 일본과 얘기해 정한 건 외교부”라고 말했다. 협정 서명의 주체가 청와대에 의해 국방부에서 외교부로 바뀌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방부 관계자는 “5월 중 국방부 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협정을 체결하려 했을 때도 외교부 장관의 위임을 받아서 하는 형식이었다”며 “그게 틀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외교부가 하기로 정부 내에서 정리됐다”고 전했다.



 현재 청와대와 국방부엔 “외교부가 청와대 책임론을 흘리는 건 책임을 피해 가기 위한 것”이란 기류가 강하다. 강원택(정치학) 서울대 교수는 "부처 간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관료들의 고질적 병폐가 나타난 것이다. 전형적인 임기 말 행정부의 기강 해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통합당은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 합의를 계기로 종북주의 논란을 털어냈다고 판단하고 ‘친일 문제’로 역공을 시도하고 나섰다. 1일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국회에서 하금열 대통령실장의 예방을 받고 “대통령께서 국무총리를 해임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불신임결의안이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기자간담회에선 “총리가 불신임 대상이 되면 해당 부처인 외교부와 국방부도 포함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를 침략한 나라와 협정을 맺으면서 국회에 단 한 줄도 보고를 안 했고, 일본 자위대를 군이라고 인정해 (우리 군사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협정을 맺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해야 할 협정”이라며 “인책할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책임론도 제기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북한과 일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민한 문제고, 특히 일본에 대한 국민 정서는 훨씬 폭발적일 수 있다”며 ‘종북(從北) 프레임’이 ‘친일 프레임’으로 넘어갈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공세를 취한 종북 문제로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이번 이슈로 판세가 바뀌었다”고 했다.



 한편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오는 9일 참석하기로 예정돼 있는 캄보디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불참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이날은 한·일 정보보호협정 추진 절차에 대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 설명해야 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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