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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독일, 유로본드 끝내 반대…유럽 위기 해소 멀었다

중앙일보 2012.07.02 00:32 경제 4면 지면보기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베를린에 있는 독일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유로존 구제금융안에 반대하는 시민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독일하원은 EU 회원국에 대한 신재정협약을 비준했다. [베를린 AP=연합뉴스]


유럽 리더들이 ‘소로스 저주’를 무색하게 했다. ‘헤지펀드 귀재’인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이 정상회의 직전 “유럽연합(EU) 리더들이 무기력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그들이 보란 듯이 의미 있는 대책을 내놓았다. 임시 구제금융 펀드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곧 출범할 상설 구제금융 펀드인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이 시장에서 이탈리아·스페인 국채를 사들이기로 했다. 또 EFSF(ESM)가 시중은행 구제에도 나서기로 했다.

유럽 정상회의 후 남은 과제는
스페인·이탈리아 빚 2조5000억 유로
유럽중앙은행이 구제 나서고
통합채권 발행하라는 압박에도
독 “긴축 우선” 주장에 합의 무산



 순간 “시장 참여자들이 들뜬 분위기(Euphoria)마저 보이기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미국·유럽 주가는 크게 뛰었다. 스페인·이탈리아 국채 값도 올랐다(금리 하락). 이제 한시름 놓아도 될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등 전문가들은 정상회담 전에 위기 진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한두 가지씩 제시했다. 종합해 보니 모두 일곱 가지였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 리더들이 2009년 후반 위기 시작 이후 지난주까지 19차례 정상회의를 거치며 합의한 것들을 살펴봤다. 과연 위기 진정을 위한 일곱 가지 기준을 충족했는지.



1. 남유럽 국채금리 안정



 유럽 리더들이 EFSF(ESM) 자금을 동원해 스페인·이탈리아 국채를 사들이기로 해 일단 남유럽 국채금리의 안정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실제 정상들의 합의가 전해진 직후 열린 29일 유럽 채권시장에선 10년 만기 스페인 국채 수익률이 연 6.9% 수준에서 6.3% 선으로 0.6%포인트 정도 떨어졌다. 이탈리아의 경우는 연 6.3% 수준에서 5.8% 선으로 0.5%포인트 내렸다.



2. 유럽중앙은행(ECB)의 적극 개입



 스페인·이탈리아 국가부채를 합하면 2조5000억 유로(약 3620조원) 정도 된다. EFSF(ESM)가 현재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7000억 유로 정도다. 시중은행 구제에도 나서야 한다. 물론 구제금융 펀드가 두 나라 채권을 전액 사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7000억 유로가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만큼 큰 금액이 아니란 점은 분명하다. ECB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독일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9일 막을 내린 정상회의에서 이 부분만큼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해서다.



3. 유로본드(통합채권)가 발행



 유로존 17개 회원국들의 공동 명의로 채권을 찍어내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는 아주 싼 값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한걸음 떨어져 있는 미국이나 영국의 전문가들은 “유로본드 발행이 ECB의 적극적 개입과 함께 이뤄지면 시장의 불안이 순식간에 진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실상 독일 보증 아래 부실한 회원국들이 무한대로 자금을 조달하는 셈이다. 메르켈이 반대해 지난주 정상회의에서 합의되지 않았다. 이번 정상회의의 시장 진정 효과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엿보이는 이유다.



4. 재정위기의 금융위기 전이 방지



 스페인 시중은행 부실화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럽의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번지는 조짐이 나타났다. 유럽 리더들은 그리스 총선 직전 1000억 유로를 스페인 시중은행에 투입하기로 했다. 또 지난주 정상회의에선 EFSF(ESM) 자금도 직접 시중은행에 투입될 수 있도록 했다. 일단 급한 불 하나를 끈 셈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조건이 붙는다. 유로존 금융감독기구를 통합한 이후에 구제금융펀드의 돈을 은행에 직접 넣을 수 있도록 했다. 그때까지는 순간 대응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5. 유럽의 경기부양



 지금까지의 대책(1~4번)은 응급처치다. 지혈 다음엔 제대로 치료해야 한다. 지난주 유럽 정상들은 1200억 유로(약 174조원)를 경제성장에 쓰기로 합의했다. 유럽이 재정긴축 일변도에서 성장도 감안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 충분해 보이진 않는다. 중국은 2009년 국내총생산(GDP)의 10%(4조 위안·당시 환율로 약 800조원) 정도를 경기부양에 썼다. 이번에 유럽 리더들이 합의한 금액은 EU GDP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6. 유로존 금융통합



 유럽 리더들은 유로화가 지속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지난주에 의미 있는 디딤돌 하나가 마련됐다. 금융감독기구를 통합(금융통합)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통합은 유로화 채택 이후 10여 년 동안 논의만 무성했다. 회원국들이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각국 이해관계가 엇갈려 통합은 진척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위기를 통해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 위기의 또 다른 효과인 셈이다.



7. ‘유로 재무부’의 탄생



 ‘유로 재무부’의 탄생은 재정통합을 의미한다. 유로화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갖춰야 할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올 3월 신재정협약이 체결돼 일단 물꼬는 트였다. 갈 길이 멀기는 하다. 우선 회원국들이 재정적자를 약속한 수준에서 상당 기간 억제해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다. 벌써 몇몇 회원국들이 경기침체를 이유로 약속을 어길 태세다.



 유럽 리더들의 19차 정상회의 종합 평점은 어떨까. 미국 CNN머니는 “그들의 합의 자체는 의미 있지만 대책은 충분하지 않고 실행까지 고비가 많아 비관적이라는 게 월가의 평가”라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유로존(유로화 사용권) 17개국이 2010년 5월 설립한 ‘임시 구제금융펀드’. 자금의 원천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돈이다. 최대 한도는 7700억 유로(약 1116조원)다. 이 가운데 4400억 유로를 조달해 활용할 수 있다. 현재 2000억 유로 정도가 남아 있다.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



유로존 회원국 의회 비준이 이뤄지면 당장 이달 안으로도 출범할 수 있는 ‘상설 구제금융펀드’. 임시 펀드인 EFSF의 역할 등을 넘겨받아 위기국에 긴급 자금을 제공할 예정이다. 8000억 유로가 최대 한도다. 유로존 회원국은 7000억 유로를 3년 안에 조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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