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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찰 긴급출입권, 도입하되 인권침해 없게

중앙일보 2012.07.02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경찰이 긴급상황에서 타인의 건물에 강제로 들어가 현장 확인을 할 수 있는 ‘긴급출입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강력범죄에 제때 대응해 피해자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다만 사생활 등 인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과제도 동시에 안고 있다.



 그간 경찰은 112 신고 등으로 현장에 출동했을 때도 건물주가 거부하면 강제로 들어가거나 조사하기가 힘들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위험방지를 위한 출입 규정’이 있지만 강제 출입·현장 조사가 가능한지 여부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수원에서 일어난 여성 납치 살해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피해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현장 주변만 맴돌다 뒤늦게 범인 우위안춘(오원춘)을 검거할 수 있었다.



 경찰청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인명·신체·재산에 대한 위해(危害)가 절박한 때는 현장에 강제로 들어가 사람과 물건, 상태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국민의 생명 보호에 나선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가택 압수수색 시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도록 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범죄가 발생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둘러보기만 하는 것으로 압수수색과는 다르다”고 말하고 있으나 인권보호 차원에서 긴급출입권 발동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규정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인·납치·강도 등 인명과 직결된 강력범죄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때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무분별한 긴급출입권 남용을 막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경찰은 “지체 없이 출입·조사 사실을 소속 경찰관서장에게 보고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같은 경찰관서의 사후 검증은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상부 기관 등의 객관적인 검증을 거치게끔 해야 한다. 국민 생명 보호와 인권 보장이란 두 가지 가치가 겹쳐진 사안인 만큼 정부와 국회에서 법안의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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