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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심하게 틀리면 불이익 줘야”

중앙선데이 2012.06.30 23:20 277호 4면 지면보기
강흥수(사진)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여론조사 산업이 위기”라고 주장한다. 여론조사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신뢰도가 점점 하락하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강 교수는 “수치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유권자가 정치인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는데, 여론조사가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 정치인들에게 굉장한 압박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과학인가 예술인가의 저자 강흥수 서강대 교수

-우리 여론조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
“모든 사람이 특정 사안에 다 관심이 있고 잘 안다는 잘못된 전제를 세운다면 답은 찬성과 반대밖에 존재할 수 없다. ‘모르겠다’ 혹은 ‘관심 없다’는 중간지대를 인정하지 않는다. 원래 여론이란 서로 대화를 통해 의견이 수렴된 결과다. 그런데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몇 %는 찬성이고 몇 %는 반대라는 식의 단순한 수치를 여론으로 만들면 선명해 보이는 장점은 있겠지만 완충지대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가 실제보다 훨씬 더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모르는 사안은 질문 때 설명하면 되지 않나.
“표본의 대표성을 망가뜨리는 굉장히 잘못된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가 국토해양부가 몇 년 전에 했던 KTX 민영화 관련 여론조사다. 국토부는 “정부에선 독점을 완화하고 요금 인하와 서비스 개선 등을 위해 항공, 고속버스 등과 같이 철도 운송 시장에 경쟁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을 하고 의견을 물었다. 이런 설명은 질문 주체에게 유리한 쪽의 결과를 유도할 가능성이 많다. 정책 사안은 다면적이기 때문에 한두 줄의 설명으로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말해줄 수 없다.”

-어떤 개선이 필요할까.
“표본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데 사실 여론조사 산업은 굉장히 열악한 구조다. 조사 비용은 20년 가까이 동결 상태고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하다. 투자는커녕 단가를 맞추려고 발주자의 입맛에 맞는 잘못된 여론조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조사 비용의 현실화를 통해 낡은 기법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조사가 심각하게 틀릴 경우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 또한 실제 조사과정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론조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작도구로 활용하려는 정치적 개입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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