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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 모처럼 화색 … 구제기금 부족 등 불안 요소 여전

중앙선데이 2012.06.30 23:08 277호 20면 지면보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맨 왼쪽),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오른쪽)와 담소하고 있다. [로이터 브뤼셀=연합뉴스]
유럽발 희소식에 국제 금융시장이 모처럼 얼굴을 활짝 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 금융불안이 언제쯤 재연될지 미지수다.

EU 정상, 재정위기 돌파구는 마련했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정상들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에 전격 합의한 뒤 글로벌 주가와 주요 상품 가격이 일제히 뛰었다. 2분기 마지막 거래일인 이날 미국 뉴욕증시의 전광판은 온통 파란색(상승 표시)으로 뒤덮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77.83포인트(2.2%) 뛰어 1만2880.09에 마감했다. 스탠더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3.12포인트(2.49%) 오른 1362.16, 나스닥 종합지수는 85.56포인트(3%) 오른 2935.05에 장을 마쳤다. 이날 주가 급등으로 6월 한 달 기준으로 다우존스와 S&P 지수는 각각 13년 만에, 나스닥 지수는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독일·프랑스 등 일부 유럽연합(EU) 주식시장들도 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뛰었다. 영국 런던 증시 FTSE 100 지수는 1.4% 오른 5571.15, 프랑스 파리 CAC 40 지수는 4.75% 뛴 3196.65,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DAX 30은 4.33% 상승한 6416.28로 마감했다.

EU 정상 합의의 직접적 수혜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주식시장은 상승 폭이 더 컸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는 2년 만에 가장 큰 폭인 6.6%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35 지수도 5.66% 뛰었다. 7% 가까이 오르던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는 뚝 떨어져 자금 조달 부담을 덜게 됐다. 스페인 국채 금리는 전날 6.94%에서 6.33%로, 이탈리아는 6.2%에서 5.81%로 떨어졌다.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8월 인도분 미 서부텍사스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7.27달러(9.4%) 오른 배럴당 84.96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상승폭으론 3년여 만에 가장 컸다. 영국 런던 ICE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6.8%의 기록적 상승률을 보였다. 유가는 올 들어 EU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급락세였다.

금값도 온스당 1600달러를 회복했다. 뉴욕상품거래소의 8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53.8달러 오른 1604.2달러를 기록했다. EU 정상 합의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헤지(hedge·위험 회피) 수단으로 금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뛴 것으로 보인다. 은과 구리값도 각각 5.1%와 4.9% 급등해 온스당 27.58달러와 3.49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28, 29일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유로존 정상들은 13시간 넘는 마라톤 협상 끝에 유로존 구제기금을 통해 위기국의 국채를 사들이는 데 합의했다. 또 그동안 정부에만 지원하던 구제기금을 은행에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헤르만 반롬푀위 EU 상임의장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시장을 안정시킬 비상 조치가 마련됐다. 7월 9일 열릴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최종 합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로존 정상들은 이날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유럽 4대국이 지난달 22일 국내총생산(GDP)의 1%인 1200억 유로(약 173조원)를 유로존 경제 회생에 투입하기로 합의한 내용을 추인했다.

당초 유로존 구제기금의 은행 지원에 부정적이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스페인·이탈리아는 물론 프랑스 정상까지 이를 강경하게 요구하자 종전 입장을 누그러뜨렸다. 다만 그는 이날 브뤼셀을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조건 없는 지원은 없다. 구제기금을 받는 나라는 EU 집행위원회가 요구하는 경제 권고사항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동안 재정위기와 경기침체로 우울했던 이탈리아는 이날 EU 정상회의의 낭보와 더불어 2012 유럽축구대회(유로2012) 결승 진출 소식으로 겹경사를 맞았다. 특히 현지 언론들은 유로존 정상 합의를 이끈 마리오 몬티 총리, 독일과의 준결승전 수훈갑 마리오 발로텔리 선수를 ‘수퍼 마리오’라며 칭송했다. 몬티 총리는 메르켈 독일 총리의 강경 입장을 돌려놨고, 발로텔리 선수는 2대 1로 이긴 준결승전에서 두 골을 넣었다.

EU 재정위기가 이번에 한 고비 넘겼지만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는 “EU 정상회의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며 “글로벌 증시가 단기 급등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할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구제기금의 확충이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자금 정도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경제대국을 구해내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론 유로존이 금융동맹에서 재정동맹으로, 이어 정치동맹으로 진화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원론으로 회귀하는 셈이다. 일부에선 EU 정상회의의 긴급 처방 약발이 소진되면 오히려 시장 불안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상품투자로 유명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EU 정상들이 돈을 더 빌려주는 방법을 택한 것은 (도덕적 해이를 심화시켜) ‘금융 대재앙(financial armageddon)’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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