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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과 소금장수 어머니

중앙선데이 2012.06.30 22:57 277호 30면 지면보기
여름철 장마 때마다 생각나는 옛날 이야기가 있다. 우산장수와 소금장수 아들을 둔 할머니 이야기다.
비가 너무 오면 소금장수 아들이 장사가 안 될까봐 걱정이고, 가뭄이 들면 우산장수 아들이 굶어죽을까봐 걱정인 할머니 이야기다. 자나 깨나 자식 걱정에 시름이 가실 날 없는 어머니의 마음이 잘 나타난다.

신동재 칼럼


요즘 서울 우면산을 보면서 소금장수 어머니 아야기가 떠올랐다. 우면산은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여러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산도 반 토막 나다시피 망가졌다. 그 후 지금껏 1년 가까이 복구 공사를 해왔고, 이제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산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물길을 새로 만들고 콘크리트 차단벽도 세웠다. 여러 개의 보와 둑도 쌓았고 소나무와 철쭉, 잔디 등을 심고 다듬었다.

그런데 그동안 극심한 가뭄으로 미리 심어둔 잔디와 나무들이 말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에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산이 높지 않아서인지 계곡은 말라 비틀어졌고, 애써 심은 나무 묘목과 풀잎은 힘을 잃은 채 죽어가고 있었다. 산 아래쪽엔 살수차가 와서 호스로 물을 뿌려댔지만 중턱과 높은 지역엔 어림도 없었다. 오죽했으면 인부들이 “얼른 폭우라도 내려서 나무들도 살고, 우면산도 얼마나 튼튼해졌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했을까.

일기예보에 따라 지난달 29일 밤부터 꽤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폭우가 쏟아진 30일 새벽에는 이러다 지난해처럼 계곡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또 일어나는 게 아닌가 불안감이 찾아 오기도 했다. 날이 밝고 빗방울이 약해진 틈을 타 우산을 들고 우면산 입구로 향했다. 제법 많은 양의 계곡물이 ‘철철’ 소리를 내며 흘러 내리고 있었다. 죽은 줄만 알았던 풀과 나무의 이파리들도 고개를 들고 반기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예뻐 보이던지. 어디서 저런 생명이 숨어 있었는지 경이롭기까지 했다.

지난여름 우면산은 무서웠다. 폭우와 산사태로 삽시간에 산 중턱에 있던 운동시설과 컨테이너 박스까지 집어 삼켰다. 멀쩡하던 등산로가 자취도 없이 사라졌고, 엉뚱한 곳에 물길이 생겼다. 홍수 때는 산사태를 걱정하고, 가뭄이 들면 나무와 풀들이 타들어갈까봐 걱정이고, 소금장수 할머니 마음이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산사태 원인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학자마다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산 정상부의 군부대 책임론을 내세우는 사람도 있고, 구청의 무분별한 개발이 원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집중호우 탓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산사태 원인은 꼭 규명해야 한다. 해서 책임질 기관이나 사람은 꼭 책임을 물어야 한다.

폭우와 가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학자들 가운데는 지구 온난화로 앞으로 한반도에 극심한 가뭄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이른바 가뭄 주기설이다. 몇 십 년 후면 장마전선이 일본 오키나와와 중국 상하이에서 더 북상하지 못할 거라는 예상이다. 일본 기상청의 경고다. 이 경우 한반도 강수량의 35% 이상이 날아가게 된다고 한다. 장마가 한반도 담수의 큰 역할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장마전선의 한반도 외면은 우리에겐 재앙이 될 것이다.

가뭄 주기설에 따르면 2015년, 2025년에 초대형 가뭄이 한반도에 찾아온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겪었던 104년 만의 가뭄이 초대형 가뭄의 서막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금까지 우리는 홍수와 태풍에 대한 대비는 열심히 해왔다. 그러나 이제부터 가뭄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사실 가뭄은 기상청 일기예보에도 별로 나오지 않는다. 홍수처럼 단기간의 피해가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비 예보만큼 맞추기 어려워서인지 모르겠다.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다목점 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게 수자원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적합지로 지리산, 동강, 낙동강 상류 등을 들기도 한다. 특히 비워져 있는 평화의 댐을 갈수기에 활용해야 한다는 전문가가 많다. 그러나 지난 십 수년 동안 우리나라에 다목적 댐을 만들었다는 뉴스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과거 무슨 무슨 사력댐, 저수용량 얼마의 무슨 댐 등 몇 년에 하나씩 뚝딱 생기던 댐 건설 소식이 끊긴 지 오래다. 강수량이 여름에 집중되고,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댐이 가장 효율적인 치수책이라는 점은 누구나 수긍하는데도 말이다. 환경 생태계 보전을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수자원 확보에 도움이 될 방안을 지금부터라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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