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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주민번호 대며 접근해도 침착하게 판단해야”

중앙선데이 2012.06.30 22:15 277호 11면 지면보기
“제 아이들의 학교, 학년, 반, 번호까지 알고 있더라고요.”
김석(사진)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사기대응팀장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금감원에서 ‘보이스 피싱 대책업무’을 담당하는 팀장이지만 정작 본인이 보이스 피싱의 대상이 될 줄은 몰랐다는 것이었다.

보이스피싱 당할 뻔한 김석 금감원 보이스피싱 팀장


그는 최근 아내로부터 “큰아이를 납치했다는 전화가 왔다”는 다급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했다. 학교에 전화를 걸어본 뒤 ‘보이스 피싱’이라며 놀란 아내를 안심시켰다고 했다. 그는 “보이스 피싱범들이 집 주소는 물론 가족들의 개인정보를 모두 꿰뚫고 있다는 점에서 두렵더라”라고 했다. 그를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이스 피싱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몇 년 사이 개인정보 유출이 그만큼 심각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가입하며 기입한 정보나 아이들의 휴대전화 개통을 위해 적은 정보, 대출 정보들이 대부분 노출됐다고 본다. 직장 정보나 주민번호, 아이들의 학원 수업 정보까지 돌아다니기 때문에 보이스 피싱 조직들이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개인이 무지해서 당하는 일이라거나 실수로 봐서는 안 된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
“현재로서는 개인이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소극적인 방법밖엔 없다. 일단 보이스 피싱 전화가 걸려오면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설사 자녀의 주민번호까지 알고 접근하더라도 침착하게 판단해야 한다. 피싱 전화가 걸려온 이후에는 각종 비밀번호를 변경할 것을 권한다.”

-보이스 피싱이 성행했던 일본도 주춤하는데 왜 한국에서만 기승을 부리나.
“산업화 속도가 빠르고 IT(정보기술)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전자 금융이 널리 보급됐다. 또 통장 개설이 용이한 데다 서양과 달리 ‘관(官)’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검찰청’이나 ‘금감원’이라고 하면 쉽게 사람들이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들이 다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대만은 정부, 금융권, 경찰의 합동 대응으로 보이스 피싱을 줄였다는데.
“개인적으로 보이스 피싱은 올해가 정점이라고 본다. 국민들은 정부 대응이 느리다,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대응책을 하나씩 실행 중에 있다. 최근 들어 300만원 이상의 돈을 입금하게 되면 10분간 인출을 못하도록 한 제도도 효과를 보고 있다. 금감원에 접수되는 보이스 피싱 상담 건수가 하루 100여 건에서 최근 2주 사이 20~30여 건으로 줄었다. 올해 3분기부터는 공인인증서 재발급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지정된 컴퓨터 이외에는 재발급이 안 되고 휴대전화를 통한 본인 확인도 이뤄지게 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해외에서 걸려오는 보이스 피싱범들의 전화를 ‘해외 전화’라고 표기하고, 가족의 전화번호로 오인하도록 하는 전화번호 변작(變作·다른 번호로 조작하는 행위)을 막게 하자는 취지의 전기통신사업법이 지난해 국회 통과를 못했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은 올해 다시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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