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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영’ 실시간 평가 스마트폰 앱에 60만 명 몰려

중앙선데이 2012.06.30 22:03 277호 22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그린 브랜딩(Green Branding)’. 업종과 상품을 가리지 않고 브랜드에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심으려는 노력이 대세다. 소비재와 서비스 산업에서 시작된 이런 흐름은 몇 년 새 기업을 넘어 공공기관과 정부기관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생산공정과 브랜드에 지속가능 개념을 접목하는 것이다.
2010년 ‘블루 드라이브(BlueDrive)’라는 친환경 브랜드를 도입한 현대자동차는 올해 ‘블루 온(BlueOn)’이라는 국내 최초 전기차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블루 어쓰(BlueEarth)’라는 친환경 소재 태양광 충전 휴대전화기를 내놨다. 삼성전자와 도요타·소니·파나소닉은 독자적인 환경제품 마크도 만들었다. 뉴질랜드는 2007년부터 ‘100% 청정 뉴질랜드’라는 구호를 내걸고 국가 차원의 캠페인을 펼쳤다. 브랜드 메시지도 친환경에서 공존·상생 등 사회적 연대와 책임의식, 지속가능성으로 넓어지고 있다.

딜로이트와 함께 하는 지속가능경영 ① 그린 브랜딩-지속가능경영의 출발점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는 지난해 톰슨로이터·딜로이트와 공동으로 지구촌 기업들을 대상으로 ‘베스트 글로벌 그린 브랜드(BGGB)’ 순위를 발표했다. 도요타가 1등을 했고, 3M·지멘스·존슨앤드존슨·HP·폴크스바겐·혼다·델·시스코·파나소닉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상위 순위를 차지했다. 국내 기업 중에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이 각각 11, 25위에 올랐다. 브랜드 가치를 주로 양적으로 따지는 기존 평가와는 달리 BGGB는 제품 생산·판매 과정은 물론 제품 자체가 얼마나 친환경적이며 사회적 책임과 조화를 이루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초우량 기업 소리를 듣는 곳들이 역시 그린 브랜딩에서도 경쟁업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 브랜딩은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지속가능성 위주로 구축해가는 것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지는 상황에서 기업은 장기 전략에서부터 일상적인 운영·생산·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에 지속가능성을 중시해야 한다.

2008년부터 친환경 저(低)에너지 아파트를 지은 대림산업은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배출 모니터링 기능이 있는 월패드를 업계 처음으로 집집마다 부착했다. 입주자들은 전자제품 콘센트를 플러그에서 빼고 나서 에너지 모니터의 그래프가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절감된 관리비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입주자 스스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방식으로 자연스레 입주 고객과 교류하고 이를 통해 그린 브랜드 위상을 키운 사례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1962년 시공능력 평가액 상위 30위 건설사 중 지난해까지 경영권이 바뀌지 않은 곳은 5개사뿐인데, 대림산업은 그중 유일한 건설 전문기업이다.

진정성과 실행력은 그린 브랜딩의 첫걸음이다. 일본 아사히맥주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철학이 있다. 그 고민은 제품의 재활용률을 높이려는 실천으로 이어졌다. 환경오염을 우려해 페트병이 아닌 캔으로만 용기를 생산해 왔다. 심지어 공장 안내원들의 의상도 맥주캔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맥주의 기본 원료인 물·보리·호프 모두 자연에서 직접적으로 얻는 것들이기에 환경보전이야말로 기업 생존의 관건이자 존재이유라는 각오다. 이 회사는 제품 재활용률을 100%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치열한 글로벌 맥주시장에서 그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바른 먹을거리’를 부르짖으며 안전한 식생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환기시켜 온 풀무원. 이 회사는 이를 제품 가치와 연계하고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 이미지를 일궈 왔다. 글로벌 생활용품업체 유니레버는 ‘지속가능 생활계획 2020’이라는 비전 아래 재생 가능한 종이백으로 생활용품 세트를 포장하는 등 ‘지속가능 제품군’을 잇따라 내놨다. 악어를 상징물로 삼은 의류업체 라코스테는 중국 양쯔강과 브라질 아마존에 사는 악어 보호 운동을 벌인다.

미래 투자 개념으로 그린 브랜딩에 접근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스포츠 용품업체 퓨마는 지난해 5월 ‘환경손익보고서’를 발간했다. 공급업체의 원자재 생산에서부터 회사 운영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체 공급 체인망에서 각 단계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경제적 성과로 나타냈다. 특히 기업활동 중에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물 사용 등 환경비용을 화폐가치로 환산했다. 이런 노력은 기업 이미지와 평판을 좌우하고 나아가 매출과 손익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평가 결과 본사 운영 단계보다 목화·고무 등 원재료의 공급 과정에서 더 많은 환경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퓨마는 지난해 말부터 공급망 단계별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에 따라 그린 브랜딩에 대한 소비자 참여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굿쇼핑 가이드(Good Shopping Guide)’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실용 프로그램, 앱)이 한 가지 예다. 이 앱은 산업별로 브랜드와 제품의 지속가능성과 윤리성을 비교해 보여준다. 환경·복지·인권·안전 등 15개 항목에 걸쳐 기업의 경영활동을 평가해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에 띄운다. 제품군마다 건강, 환경영향, 사회적 책임 같은 이슈의 구체적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들의 구매 판단을 돕는다. 이 앱은 2008년 만들어진 이래 지난해 5월까지 60만 번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할 만큼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린 브랜딩 역시 기업의 다른 중장기 전략과 마찬가지로 긴 안목에서 득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당장 전시효과를 노리기보다 진정성과 실천을 바탕으로 기업 체질을 서서히 고쳐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활동의 전 단계를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가치사슬 전반을 하나의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통합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회사만 바뀌는 것으로 부족하고 주변의 공급망, 즉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 집단과 원활하게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협력의 목표와 과실을 협력사와 나누려는 의지도 중요하다. 단기성과 중심의 임직원 평가·보상 시스템 아래서는 요원한 일이라 하겠다.



강동호 지속가능경영 컨설팅 전문가. 인천공항공사·현대자동차 등 많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자문과 검증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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