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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사유상과 달항아리의 지킴이, 최순우

중앙일보 2012.06.30 00:59 종합 36면 지면보기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이충렬 지음, 김영사

416쪽, 1만 8000원




‘불광불급’(不狂不及·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이라 했던가. 한 평생을 문화재에 바친 최순우(1916~84)의 삶도 꼭 그렇다. 이런 에피소드. 1964년 그는 고려청자를 찾아 무작정 전라남도 강진으로 떠난다. 강진의 고려청자 가마터는 일제시대 일본인과 도굴꾼들이 한바탕 쓸고 지나간 후 파괴돼 흔적이 사라진 상황.



 하지만 그는 나침반과 지도만 들고 과거 도요지로 추정되는 언덕을 수없이 오른다. 그리고 경찰의 의심을 받으면서 시골 마을을 헤맨 끝에, 결국 청자기와를 만들던 가마터를 찾아낸다.



 개성박물관 말단 서기에서 시작해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순직한 최순우 선생의 일대기에는 한국 문화재의 기구한 역사가 구비구비 담겨 있다. 일제강점→한국전쟁→개발독재로 이어지는 힘겹던 시대, 그는 우리 것을 경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문화유산을 찾아내고 지키는 데 몰두했다. 고려시대 삼천사터, 현화사 7층 석탑,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백자달항아리 등 혜곡이 평생에 걸쳐 발굴하고 지킨 국보와 보물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국보들이 이리저리 피난을 다녀야 했던 사연, 가난과 무지로 인해 국보가 해외로 반출된 사건, 1950년대 미군군함에 국보를 싣고 태평양을 건너가 열었던 미국에서의 한국국보 전시회 등 책 속에는 한국 문화예술사의 중요 장면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호림 윤장섭, 간송 전형필, 화가 김환기와 김기창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화예술인의 맺었던 다양한 인연도 소개된다. 저자는 평전을 쓰기 위해 혜곡이 발표한 문화재 해설·미술에세이·논문·신문칼럼 등을 샅샅이 검토하고, 그의 집에서 하숙 하던 학생들까지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 그 과정에서 찾아낸 각종 사진과 글이 책 속에 풍부하게 담겨, 자료로서의 가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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