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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성' 부른 가수, 지금은 투자전문가로…

중앙일보 2012.06.30 00:55 종합 24면 지면보기
주말에 김광진씨는 중학생인 아들·딸과 여의도공원에서 농구를 한다. 가끔은 가수 이현우씨와 단둘이 농구 게임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푼다. 스포츠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다. 음악과 투자 일을 병행하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보약, 그 이상이다. [박종근 기자]


‘마법의 성’을 만들고 부른 뮤지션. 그리고 투자전문가. 내 이름 뒤에 따라다니는, 이질적인 두 직업이다. 두 가지 일이 닮은 점도 있다. 둘 다 극도로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그래도 지난 1년 사이에 내 생활은 크게 바뀌었다. 직장(동부자산운용)을 그만둔 것이다. 지금도 투자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프리랜서의 신분이 됐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사람들은 내게 “이젠 주말이나 주중이나 다를 게 없겠네”라곤 하는데, 그건 ‘프리’ 생활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아침 라디오방송(KBS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오전 7~9시)을 진행하며 평일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내게 주말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때만큼은 가수·작곡가·펀드매니저 김광진이 아니라 남편·아빠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시간. 가족이야말로 나를 든든하게 지탱해주고, 일에 몰입하게 해주는 에너지의 원천이므로.

가수·투자전문가 김광진
토요일 오전엔 아들·딸과, 오후엔 가수 이현우와 … 농구에 미치다



 ◆금요일 저녁 가족과 테니스·심야영화=금요일 저녁부터 내 시간은 ‘4인 1조’의 스케줄로 재편성된다. 아이들(중 3년생 아들, 중 1년생 딸)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아내(허승경)와 나, 그리고 두 아이가 함께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테니스도 그중 하나다. 3년 전부터 우리는 집 근처 테니스장에서 다 같이 교습을 받았다. 처음엔 아들만 시작했는데, 여럿이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어느새 나머지 가족도 함께 등록해 ‘단체’로 배우기 시작했다. 1년쯤 지나니 아내와 아들, 그리고 나와 딸이 각 한 조를 이뤄 복식게임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가족 게임이라고 얕보면 안 된다. 아내는 항상 나보고 ‘운동할 때마다 승부근성이 유별나다’고 타박하는데, 나의 이런 점을 빼닮은 아들 때문에 게임은 치열해지기 일쑤다.



 이쯤에서 말해둘 게 있다. 음악 못잖게 스포츠는 내게 굉장히 특별하다는 것을. 중·고등학교 시절엔 농구에 빠져 살았다. 물론 농구 사랑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부터 대학농구연맹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데, 나의 유별난 농구사랑엔 히스토리가 있다. 인천이 고향인 나는 ‘농구의 명문’인 송도중을 다녔다. 이충희·감동희·김승현·신기성·김동광 같은 선수들을 배출한 곳 말이다. 또한 내가 농구장에서 살다시피한 제물포고등학교도 지난 시즌 KBL MVP 오세근 선수를 배출했다. 지난 1월 WKBL올스타전에 앞서 열린 연예인 농구단과 여자농구 레전드와의 경기 해설을 맡았는데, 유영주·성정아 등 옛날 스타 선수들의 플레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내겐 영광스럽고 신나는 경험이었다. 야구·축구 얘기까지 시작하면 밤새울지 모르니 일단 여기까지.



 테니스를 마치고 아이들 시험 때가 아니라면 영화도 같이 본다. 집에서 가까운 용산 CGV나 랜드시네마에서 보통 오후 9시 무렵에 시작하는 것을 고르는데, 최근 ‘맨 인 블랙 3’ ‘어벤져스’를 봤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딸애는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영화를 보고 나면 유독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온 가족이 누구 눈치 볼 것도 없이 시끌벅적하게 ‘내 맘대로 영화평’을 쏟아내는 순간이 좋다. 평소엔 잘 몰랐다가 아이들의 생각이 부쩍 자랐다는 걸 깨닫는 것도 바로 이런 때다.



 ◆토요일엔 카이로프랙틱·운동=토요일 오전 6시. 눈이 절로 떠진다. 평일이었으면 새벽에 일어나 증권시장을 체크하고 아침뉴스를 간단하게 검색하고 여의도 방송국으로 달려나갈 시간. 하지만 쉬는 날이니 여의도가 아닌 개포동으로 향한다. 카이로프랙틱(척추교정요법) 마사지를 받기 위해서다. 딸의 등이 굽는 것 같아서 걱정하던 참에 지인에게서 소개받은 곳인데, 효과가 좋은 것 같아 아예 가족 모두가 한 달에 한두 번씩 1년째 받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차는 자연스럽게 여의도공원으로 향한다. 오전 8시, 아침 공원의 광장은 잠에서 덜 깨어 고요하다. 아들·딸과 함께 셋이서 농구를 하기에 제일 좋은 시간이다. 전에는 아들과 내가 둘이서 약 20분간 프리 스로 100개를 하며 시합했는데, 요즘 농구를 배우기 시작한 딸이 합류했다. 학원 갈 시간도 부족한 아이한테 왜 운동을 시키냐고 궁금해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딸이 농구를 배우겠다고 했을 때 기뻤다. 평소에도 우리나라 중·고생의 운동시간을 의무적으로라도 지금보다 3~4배는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특히 여학생들의 운동부족 문제는 심각하다. 교육의 초점이 오로지 입시준비에만 맞춰진 현실이 안타깝다. 공부는 나중에라도 할 수 있지만, 운동만큼은 지금 이때를 놓치면 안 된다. 오해하지 마시길. 절대로 다른 부모들보다 속이 편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나 자신이야말로 힘들었던 10대 시절을 운동 때문에 잘 견뎌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게임을 하면서도 ‘프리 스로 100개’를 정해놓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체크해 보자는 의미다. 농구는 기량이다. 체력도 필요하지만 반복 연습을 통해서 나아진다. 연습해서 조금이라도 기량이 나아지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묘미가 있다.





 ◆토요일 오후엔 나만의 프리타임=운동을 하고 나선 아예 바깥에서 아침을 해결할 때도 많다. 이럴 때 서래마을 파리크라상이나 동네(동부이촌동)에 있는 카페 씨포(C4)를 찾는다. 아주 가끔은 브런치가 맛있다고 소문난 곳을 찾아가 보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이태원 부쳐스컷을 그렇게 다녀왔다. 하지만 평소 동네에서 외식을 할 땐 낙지볶음이 맛있는 ‘등마루’, 아이들이 좋아하는 쇠고기 전문점 ‘우마루’ 같은 델 자주 간다. 아침을 먹고 우리 ‘4인 1조’는 각자 흩어진다. 아이들은 공부하러, 아내는 성당으로…. 그리고 나는 커피가 맛있고, 혼자 앉아서 트위터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편한 씨포에 남거나….



 혼자 카페에 남아 머물지 않는다면 내 발길은 자연스레 여의도에 자리한 나만의 작업실로 향한다. 여의도에선 음악 작업을 하다가 몸을 풀고 싶을 땐 광장에서 농구를 한다. 요즘 내 운동 파트너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사람이 가수 이현우다. 지난 두 달 사이에 서로 ‘농구 한 게임?’ ‘좋아’라는 메시지를 주고받고 만나 네댓 번을 함께 뛰었다. 중년의 남자 둘이 대낮에 만나 중학교 농구코트에서 20분간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은 좀 우스워 보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땀을 쫙 빼고 나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상쾌해진다. 보약이 따로 필요 없다.



 해가 저물고, 아내가 성당을 다녀올 쯤이면 우리 둘은 다시 만나 콘서트장을 찾을 때가 많다. 다른 뮤지션 공연에 게스트로 초대받아 출연하거나, 아예 관객으로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이다. 지난달엔 재즈 하모니스트 전제덕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했고, 또 피아니스트 손열음 공연을 보러 갔었다. 음악 하는 내게 다른 음악인들의 열정적인 무대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자극도 주고, 객석의 사람들을 보며 힘을 얻는 또 다른 충전의 시간인 셈이다.





 ◆일요일엔 처가 방문, 아들 농구 수업 참관=일요일 오전. 아침밥을 먹지 않은 채 차의 시동을 건다. 이번에 향하는 곳은 처가가 있는 인천. 처가방문은 결혼 이후 줄곧 지켜온 고정된 일과다. 처가와 본가가 같은 동네여서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에는 양가를 찾아 하루를 다 보냈다. 고백건대 장인·장모께 살갑게 대해 드리는 편은 못된다. 무뚝뚝하게 앉아 TV만 보다 올 때가 많다. 평소에 우리 집에선 TV를 거의 켜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도 TV 삼매경에 빠지기 일쑤다. 그래도 매주 아내가 부모님을 찾아뵙고, 아이들이 할머니·할아버지를 만나는 것은 우리 집에서 ‘왜?’냐고 물을 필요가 없는 당연한 스케줄로 못박혀 있다.



 물론 내겐 이유가 있다. 아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 작업의 전 과정에 꼼꼼히 참여하는 음악 파트너이자(내 대표곡 ‘편지’는 아내가 작사했다) 그리고 언제나 긍정적인 성격으로 나에게 힘을 실어주는 아내를 위해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여겨왔다.



 아무리 늦어도 우리는 오후 8시까진 서울로 돌아온다. 아마추어 농구팀 멤버인 아들의 연습 때문이다. 농구 매니어인 아빠가 여길 안 따라갈 수 없다. 오죽하면 ‘농구공 하나면 하루가 지나갔다’라는 가사의 노래(’해피아워’)와 ‘덩크슛’(얼마나 덩크슛을 넣고 싶었으면!)이라는 곡을 썼겠는가.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이미 6년째 해온 일이다. 아들은 유치원 때부터 초등 3학년 때까지는 축구(차범근 축구교실)를 했지만, 그때 함께했던 친구들과 지금은 농구를 한다. 나는 아들의 연습을 지켜보면서도 이러쿵저러쿵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극성 사커 파더(Soccer Father·아이들에게 축구연습을 시키는 아빠)가 맞는 것 같다.



 1시간 반의 연습을 마치고 아들과 돌아오는 길이면 바빴던 주말도 마무리된다. ‘프리’가 되고서 주말은 심리적으로나마 조금 더 여유로워졌다. 방송이든, 음악이든, 투자든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올 연말까지 ‘더 클래식’ 재결합 음반을 낼 목표를 세웠으니 음악에 전념해 곡을 잘 만들어야겠다.





‘나의 아름다운 주말’ 속 그곳



파리크라상(서래마을점) 서울 반포동 94-8 / 02-3478-9139



C4 cake factory(동부이촌동점) 서울 이촌동 300-3 / 02-794-9721

등마루 서울 이촌동 301번지 공무원상가 23호 / 02-798-9393



우마루(이촌점) 서울 이촌동 301-160 / 02-798-7379 

부쳐스컷(이태원점) 서울 한남동 738-23 / 02-798-8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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