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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부패 막겠다는 ‘김영란 법’ 너무 엄격한가

중앙일보 2012.06.30 00:55 종합 40면 지면보기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김영란)가 ‘김영란 법’으로도 불리는 부정 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 법안을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공직자는 청탁을 받을 경우 반드시 그 내용을 신고하도록 하고 직무 관련자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의 국회 제출을 앞두고 찬성론과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다.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고질적 병폐는 엄중하게 다스려야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행정학과
우리나라에는 정권의 교체시기가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징후가 있다. 바로 부정부패 사건들이다. 정권 말만 되면 어김없이 수면 아래에 있던 각종 부패 사건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연간 무역 1조 달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자랑하지만 왜 이와 같은 일들이 반복되는가. 우리는 과연 선진국인가.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갖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공직자의 청렴성이다. 매년 국제투명성기구는 세계 각국의 청렴성을 측정해 발표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수년째 10점 만점에 5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부패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반쪽짜리 선진국일 뿐이다. 이 문제의 핵심에는 공직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공직자가 되기 위해 길게는 수년 동안 시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공직에 대한 선망은 공직이 본래 갖고 있는 고귀함, 즉 이타성이나 공공성보다는 직업으로서의 안정성과 권력성에 기인하는 바가 더 큼을 부인할 수 없다. 자연히 공직에 있어서의 본질적 가치는 희석되고 특권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공직자가 지향해야 할 핵심가치인 ‘공(公)’은 자신의 사적 이익을 벗어나 전체를 배려할 수 있는 성숙한 능력을 의미한다. 반면 ‘사(私)는 ‘자신’과 ‘가족’을 우선시함을 감안하면, ‘공’ 혹은 ‘공공성’이 공직자에게 있어서 얼마나 고결한 가치인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 같은 공공성을 제대로 추구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할 것이 ‘윤리’다. 공직자의 윤리는 자신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공직자가 갖고 있어야 할 기본적 덕성이다. 공직자가 국민이 아닌 자신만을 대리한다면, 공직의 의미는 상실되며 따라서 공직이라는 신성한 이름을 붙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공성을 무너뜨리는 주요 원인은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이다. 이해충돌은 공직자 스스로의 사익 추구에, 부당한 청탁에 의해 발생한다. 경위야 어찌 됐든 그 결과는 이해충돌의 발생이고, 부정부패의 발생이다. 따라서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것은 윤리를 바로 세우는 것이며, 부패를 예방하는 것이다. OECD 주요 선진국들이 이해충돌 방지제도를 활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은 케네디 대통령 시절인 1962년에 ‘뇌물 및 이해충돌 방지법’을 제정해 분산되어 있었던 이해충돌방지 관련 규정들을 정리했다. 미국 의회는 이 법을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법으로 평가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공직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었던 청탁을 금지하고, 직무상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공직윤리 확보를 위한 몇몇 법이 있지만 이 같은 문제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이와 같은 입법화 노력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법률이 하나 제정된다고 하루아침에 공직윤리가 바로 설 수는 없다. 청탁이 쉽게 사라질 수도 없다. 그러나 제대로 된 법과 제도가 있음으로써 비로소 가능성이 만들어진다. 국회에서 하루빨리 충실한 논의가 이뤄져 입법화되기를 기대한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행정학과



지나치게 포괄적 처벌 … 신중해야 한다



이희정
고려대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시민들이 행정을 인치(人治)가 아닌 법치로 느끼게 하려면 법령의 정비 못지않게 그 법을 잘 집행할 사람이 필요하다. 특히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가치의 우선순위가 사안별로 결정돼야 할 경우가 많다. 그 기능을 수행하는 공직자 집단의 전문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이유다.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안)’은 공직자 집단에 대한 신뢰의 제고를 통해 법치의 현실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법안에 따르면 공직자는 부정청탁을 받았다고 판단하는 때에는 이를 즉시 소속 기관장 등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 부정청탁자가 이해당사자 또는 제3자인 경우에는 과태료, 공직자인 경우에는 형벌의 대상이 된다. ‘부정청탁’은 ‘직무·고용관계, 사회적 영향력 또는 연고관계 등을 이용해 공직자에게 공정한 직무수행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부정한 의사를 전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연고관계’는 ‘혈연·지연·학연·직연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치적·종교적·사회적 유대관계’를 포함한다.



 청탁의 존재가 노출돼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1차적으로 공직자의 신고에 달려 있는데, 해당 ‘의사전달’이 부정청탁에 해당하는지의 판단은 명확한 것이 아니다. 공직자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윤리적 판단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고, 이를 일종의 권한으로 남용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청탁 중에는 시민이 행정 과정에 의사전달을 할 공식적 창구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정당한 정보를 얻거나 자신의 사안에 대해 좀 더 시간과 관심을 할애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도 일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입법과 집행 과정에서 부정청탁의 기준이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설정돼야 하는 한편, 행정 과정의 투명성 강화와 접근이 용이한 정보 획득 및 대화 창구의 마련 등 행정절차의 적극적인 개선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또한 공직자와 그 가족은 직무와 관련해 또는 그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통해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되고, 공직자나 그 가족이 이에 위반한 행위를 한 경우 그 공직자는 물론이고 제공 등을 한 자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며, 금품 등은 몰수된다. ‘금품 등’은 매우 포괄적이어서 할인권, 초대권, 교통, 숙박 등 편의 제공 및 금품에 준하는 무형의 이익도 포함된다. 이는 대가성 등의 입증이 어려운 공직자의 구조적 부패를 근절하고자 하는 데 의의가 있지만, 금지의 대상이 포괄적이어서 금품의 가액이나 약속이나 의사표시 단계에 머무른 행위에 대한 단계적·차별적 취급이 필요하다.



 이 법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정도의 명백한 부패행위를 넘어 ‘법’을 통해 뿌리깊은 사회구조 및 그에 의해 형성된 개인의 사고와 행태에 혁신을 가져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종류의 혁신이 실현될 최선의 방법은 이 법에 의한 충격효과를 통해 모든 공직자와 시민이 청탁과 금품수수 등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윤리적 기준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윤리적 기준은 법과 달리 수범자가 가슴으로 그 내용적 정당성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실효성이 없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금지와 허용의 기준을 더욱 정교하게 하고 집행 과정에서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이유다.



이희정 고려대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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