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는 내향적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감 넘친다

중앙일보 2012.06.30 00:12 종합 34면 지면보기
가뭄이 극심했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바짝바짝 말라 갔습니다. 본격 여름 더위에 들어가는 계절입니다,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 달의 책’ 7월 주제로 ‘마음의 피서’를 선정했습니다. 혹서(酷暑)의 괴로움을 잠시 잊게 할 청량한 신간을 골랐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뜨겁게 돌아가도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식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달의 책] 7월 주제 - 마음의 피서

콰이어트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RHK

480쪽, 1만4000원




성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제시하는 말이다. 성격을 어떻게 바꾸라는 것일까. 대개 소극적·내성적 성격에서 적극적·외향적으로의 전환을 권유한다. 외향성은 ‘좋은 성격’으로 긍정되며, 내향적 성격은 부정되는데, 신간은 그런 상투적 경향성에 반기를 든다.



 이 책은 『콰이어트(Quiet)』라는 제목처럼 조용함, 혹은 내면의 가치를 중시한다. 올 초 미국에서 출간됐으며, 부제는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다.



도시의 삶은 숨가쁘다. 이런 저런 만남과 회의의 연속. 지친 생활을 뒤로 하고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고요히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일은 어떨까. 신간 『콰이어트』의 저자는 바쁜 시간 속에 틈틈이 자신만의 조그마한 공간을 만들어보라고 권한다. [게티 이미지]
 2012년 3월, 세계적 지식 축제로 자리잡은 ‘TED 콘퍼런스’ 개막식의 마지막 연사가 이 책의 저자 수전 케인 변호사였다. 그는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내향성의 힘’을 강조했다. ‘TED 콘퍼런스’ 참석 인사들은 외향적 성격이 많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1500여 청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하니 저자의 주장 속에 공감 요소가 적지 않은 듯하다.



 책은 저자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하버드 법대를 졸업하고 협상기법 전문 변호사가 되었지만, 점차 자신의 내성적 성격이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스포트라이트 받기를 무서워하고 공격을 싫어하며 혼자 책 읽고 사색하길 즐기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사회가 온통 외향적 성격을 찬양하는 분위기에서 내향적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의 궁금증이자 이 책의 출발점이다. 내향적 인간도 지도자가 될 수 있는가, 외향성을 선호하는 문화는 자연적인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인 것인가 등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케인은 인간의 성격을 연구한 각종 책을 섭렵하고, 전문가를 인터뷰하며 이 책을 완성했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에 대한 평가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내면의 덕목을 중시하던 추세가 1920년대부터 외면의 매력 쪽으로 초점이 이동했다. 19세기 책에 많이 나오는 덕목은 ‘시민으로서의 자질·의무·명예·도덕성·예절’ 등이다. 20세기에 많이 등장하는 표현은 ‘자석처럼 끌리는·마음을 사로잡는·충격적으로 멋진·매력적인·지배적인·강력한·에너지가 넘치는’ 등이다.



『콰이어트』의 저자 수전 케인이 올 3월 ‘TED 콘퍼런스’ 개막식에서 내면의 힘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변화의 배경으로 저자는 대규모 도시화와 산업사회의 과다경쟁을 지목했다. 작은 마을에서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며, 낯선 이들과 이윤 추구를 위해 협력 혹은 경쟁해야 하는 환경이 된 것이다. 외향성은 이런 흐름 속에 중시되기 시작했다. 이를 저자는 ‘인격의 시대’에서 ‘성격의 시대’로의 변화라고 규정한다. ‘외향형 리더십’의 전면적 강조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커리큘럼에서도 정확히 확인된다고 했다.



 그런데 주요한 리더가 다 외향성은 아니다. 저자는 “중력의 법칙, 상대성의 법칙, 쇼팽의 ‘녹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오웰의 『1984』, 영화 ‘쉰들러 리스트’ ‘E.T.’ 그리고 구글 등은 내향적인 사람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앨 고어·워런 버핏·빌 게이츠 같은 인물들은 내향성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내향성 ‘덕분에’ 특정한 업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내향성이 외향성보다 더 똑똑하다는 말은 아니다. 사태를 보다 주의 깊게 바라보는 내향성의 장점을 과소평가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저자가 볼 때, 순전히 외향적인 사람이나 순전히 내향적인 사람은 없다. 비율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두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인정한다고 해도 쉽게 바꾸기 힘든 타고난 기질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학교를 비롯한 사회 시스템이 외향성에만 맞춰진 것은 문제라고 꼬집는다. 외향성의 열정과 내향성의 섬세함이 적절하게 균형을 갖춘 시스템을 저자는 요청한다. 결론적으로 “자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된다”며 이런 관점이야말로 우리 인생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지적은 적지 않은 이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