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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 바글대는 미로 속으로 … 소년들의 목숨 건 탈출

중앙일보 2012.06.30 00:02 종합 36면 지면보기
 메이즈 러너

 제임스 대시너 지음

공보경 옮김, 문학수첩

544쪽, 1만4800원




이야기는 쉽게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다. 러시아 민속인형인 ‘마트로시카’처럼 한 겹씩 외피를 벗어내지만 잘 짜인 이야기 구조 덕에 결말을 예측할 수 없다. 독자는 마지막까지 소설 속 주인공과 함께 미로 속을 달려야 한다.



 주인공인 토머스가 거대한 미로로 둘러싸인 ‘공터’에 내던져진다. 뭔지 모르게 을씨년스럽고 서늘한 느낌이 드는 공터에는 과거의 기억을 삭제당한 사오십 명의 소년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생활하고 있다. 분업 체제로 굴러가는 이곳에서 소년들은 ‘창조자’라 불리는 이들이 외부에서 공급하는 전기와 물, 식료품, 생필품 등에 의존하고 있다.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잘 통제된 공간 속에 갇힌 형국이다.



 공터 소년들의 지상 최대 과제는 미로 탈출. 탈출을 위한 지도를 만들기 위해 러너팀원들은 매일 소년들의 생명을 노리는 ‘괴수’가 바글대는 미로 속으로 위험한 모험에 나선다. 하지만 작업은 쉽지 않다. 미로의 외벽이 매일 움직이며 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괴수보다 더 무서운 것은 두려움이다. 그들을 조종하고 뒤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를 알지 못하는 소년들은 늘 불안하다. 게다가 ‘신참’인 토머스가 등장한 뒤 잇따라 발생하는 심상찮은 사건들은 그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극단으로 몰아 넣는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에 나선 소년들은 용기와 지식과 의지로 무장하며 미로의 비밀을 풀어낸다. 괴수의 공격을 받은 뒤 일시적으로 과거의 기억이 돌아오는 ‘변화 과정’을 겪는 소년들의 기억이 퍼즐처럼 맞춰지고, 다양한 사건과 맞물리면서 이야기는 흥미를 더해간다.



 저자는 전력 질주하는 100m 육상 선수처럼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꽉 쥐고 이끌어간다.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점에서, 무더운 여름 밤 읽기에 적당한 책이다. 게다가 저자의 공상과학(SF) 3부작 중 1권답게 마지막에는 또 다른 이야기를 위한 문을 열어두기까지 했다. ‘다음 편에 계속…’이란 말을 이렇게 세련되게 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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