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고] 발기부전 치료제는 정력제 아니다

중앙일보 2012.06.30 00:00 종합 41면 지면보기
임일성
대한비뇨기과개원의사회 회장
비아그라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복제 약이 쏟아지면서 환자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부 환자는 “싼 복제 약이 나왔다는데 처방 좀 해주세요”라고 의사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어떤 환자는 “5000원짜리 OOO를 처방받으러 왔어요”라며 그 약의 처방을 요구한다.



 10년 전 비아그라가 처음 나왔을 때 그랬듯이 발기부전 치료제가 제2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한국의 40대 이상 남성의 발기부전 환자 비율은 50%에 육박하며, 20~30대 젊은 환자도 계속 늘고 있다. 이들에게는 복제 약의 등장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현재 30개 국내 제약사가 50여 가지의 복제 약을 내놨다. 오리지널 약은 6종이다.



저가 복제 약이 나오면서 가짜 약 시장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그동안 상당수 환자는 “설마”라는 심정으로 가짜 약을 무분별하게 복용해 온 게 사실이다. 대한남성과학회와 대한비뇨기과개원의사회 조사에 따르면 발기부전 환자의 39%가 가짜 치료제로 인해 부작용을 경험한 것으로 나왔다. 그렇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한국이 가짜 약 밀반입 선두그룹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벗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다수의 발기부전 치료제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발기부전이란 가장 미세한 혈관의 장애에서 시작된다. 심장혈관계 질환뿐 아니라 전신질환의 위험성이 있어 비뇨기과 전문의의 전문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한국은 발기부전 환자 비율이 가장 높은데도 병·의원 진료는 가장 적게 받는다.



 이렇게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면서 발기부전 치료제를 일반의약품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풍조가 생기고 있다. 발기장애를 스스로 진단하고 약만 처방해 달라고 요구하는 환자가 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다. 복제 약들이 세립형(가루약)·필름형(얇은 종이처럼 생긴 약)·추어블형(씹는 약) 등 다양한 형태로 나오면서 환자들이 쉽게 접근하도록 유도한다.



 제약회사들이 선정적인 이름을 붙인 점도 걱정거리다. 최근에 나온 약들은 ‘팔팔’ ‘헤라그라’ ‘누리그라’ ‘불티스’ 등으로 불리는데 전문약 이름으로 적합한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국민이 발기부전 치료 약물을 마치 정력제나 강장식품으로 오해하도록 만들 소지가 있다. 제약회사들의 적절치 못한 판촉 경쟁도 오·남용을 부채질한다. 처방대리인을 내세워 특정 약을 처방받아 그걸 판촉용 샘플로 사용한다. 샘플 제공 금지 규정에 따라 자기 회사 약을 맘대로 들고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편법을 동원한다.



 정상 횟수보다 자주 발기부전 치료제를 사용하거나 양을 늘려 복용하는 게 대표적인 오·남용 형태다. 발기 상태를 더 강하게 하려고 최대허용치의 두 배, 세 배로 용량을 늘려 임의로 복용하는 환자도 있다. 심혈관계에 치명적 이상을 유발하거나 지속적인 발기현상과 같은 부작용을 야기해 성기능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



 심리적 원인에 의해 일시적으로 발기장애가 생기거나 정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할 때, 성적 흥분을 강하게 하기 위해 복용하는 경우도 문제다. 이 모두 약이 필요 없는 정상인이 잘못 사용한 예다. 정상적인 부부관계가 아닌 성관계를 남발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돼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 그래서 의약분업 예외 지역에서도 의사 처방을 받아야 살 수 있다. 이런 약을 오·남용하면 심혈관계에 부작용이 생기고 각종 장기에 악영향을 미친다. 심인성(心因性) 발기장애와 같은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정력강화제가 아니다. 정상인이 진료를 받지 않고 복용해서는 안 된다. 전문의를 방문해 부작용, 습관성 및 의존성, 내성, 약물 간 상호작용 등을 따져 맞춤 처방을 받고 복용해야 한다.



임일성 대한비뇨기과개원의사회 회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