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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전작권 이양, 다음 정부서 재검토해야

중앙일보 2012.06.30 00:00 종합 43면 지면보기
마이클 그린
미국 CSIS 고문
한반도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양하는 문제가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2007년 전작권을 이양하자는 한국 측의 제의를 미국이 받아들였을 때부터 논란이 돼 온 사안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했다는 점과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한국 측의 제안이라는 점을 부시 대통령에게 강조함으로써 양국의 관련 기관들이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미 동맹을 지지하는 양국의 보수진영으로부터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오바마-이명박 대통령 정부는 ‘전략동맹 2015’ 합의를 통해 전작권 이양 시기를 2012년에서 2015년으로 늦추고 그때까지 모든 준비를 갖추기로 합의함으로써 논란을 가라앉혔다. 그러나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전작권 이양에 여전히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나 역시 2015년 전작권 이양이 이뤄져야 하는지를 확신하지 못한다. 나는 노무현-럼즈펠드의 결정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전작권 이양은 몇 가지 원칙과 조건에 맞춰 이뤄져야 하며 일정에 맞춰 이뤄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다섯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 전작권 이양 자체가 문제시돼선 안 되지만 시기가 적절한지를 검토해야 한다. 둘째, 유사시 한·미 양국군의 합동작전 능력이 저하돼선 안 된다. 셋째, 한국군과 지휘부는 늘어난 부담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장비와 능력을 갖춰야 한다. 넷째, 북한과 중국에 적절한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한국인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첫째 원칙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한국은 주권국가며 전작권을 행사해야 한다.



 둘째 원칙. 군사 전략상 합동성은 그 자체로 군사적 능력이다. 한미연합사령부(CFC)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외에 미국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합동군으로 운영하는 조직이다. 합동사령부를 운영하지 않는 미·일 동맹을 연구해 온 나로서는 한·미 양국군이 지속적으로 나란히 지휘요소를 결합한다는 점이 얼마나 드물고 귀중한 일인지를 잘 안다.



 ‘전략동맹 2015’에 따라 한미연합사는 전작권 이양과 함께 해체되며 군사협조기구(MCC)로 대체된다. 그러나 이를 통해 합동성이 보장될 것 같지는 않다. MCC가 설치될 시점에 한국군과 주한미군 사이에 균열이 없도록 보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다른 한편 양국군 사이의 합동성은 이미 적지 않은 균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평시작전통제권과 전시작전통제권이 이원화돼 있기 때문이다. 평시에서 전시로 전환되는 시나리오가 모호하거나 위기가 갑작스럽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일 경우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 설치되는 MCC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전략동맹 2015’에 따르면 전작권 이양에 따라 한국군은 지상작전능력, 개선된 지휘통제시스템, 미사일 방어능력, 더 개선된 한·미 양국군의 군사훈련 협력, 전면전 이외에 북한이 제기하는 모든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갖추도록 돼 있다. 전작권 이양 때까지 한국군이 이 모든 능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넷째, 전작권 이양이 북한과 중국에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전작권 이양 합의 당시 미국이 한반도 방위 개입을 약화시키는 징표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았고 럼즈펠드 장관은 미 지상군이 한국 방위에 전적으로 매이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 전작권 이양 합의 직후부터 수년 동안 중국은 한반도가 자신의 전략적 궤도 안에 편입되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북한도 전작권 이양 합의에 뒤이어 두 차례 핵실험을 강행했다. 앞으로 전작권 이양이 한·미 양국 사이에 연대가 느슨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강해지는 것인지 가운데 어떤 메시지를 동북아 지역에 줄 것이냐가 중요하다. 이는 한국과 미국에서 전작권 이양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작권 이양은 한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보수 진영은 여전히 전작권 이양이 올바른 전략이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우려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 문제는 차분하고 합리적인 논의가 쉽지 않은 대통령선거의 해에 논란을 벌여 결정짓지 않는 것이 좋다.



 그보다는 2013년에 새로 들어서는 한·미 양국 정부가 2015년 이전에 모든 원칙과 조건이 충족됐는지를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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